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는 新모빌리티 합종연횡
“시장 태동단계···불확실성 확대된 상황에서 생존 위한 기업들의 합종연횡”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차세대 모빌리티 패권을 쥐기 위한 글로벌 업체들의 합종연횡이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독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뿐 아니라 일명 ‘플라잉카’라 일컬어지는 도심형 항공 모빌리티(UAM)와 로봇 등을 선보이는 등 기존 내연차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또 테슬라와 기존 완성차 업계에 대항하기 위한 전기차 스타트업들이 주목받고 있으며,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전기차를 무기로 문턱이 낮아진 완성차 시장에 IT기업들이 속속 진입하고 있다. IT기업들은 기존 완성차 업체들에 강력한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지만, 동시에 양산을 위한 완성차 업체들과의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노력도 전개된다.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고 갖은 첨단시스템이 탑재되는 탓에 차량용 반도체의 원활한 수급·공급을 위한 관련업계도 바쁘게 움직인다. 이들과 더불어 내연차의 엔진에 해당하며 전기차 등 차세대 모빌리티의 핵심기술이라 할 수 있는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에 이르기까지, 복수의 업계·업체가 차세대 모빌리티 시장에서 저마다의 영역을 일구기 위한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일련의 행보들을 두고 “새 시장이 창출되는데 있어 새로운 밸류체인이 구축되는 과정”이라 소개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태동단계인 시장에서 어떤 업체가 살아남을지 모르기 때문에, 개별 업체들마다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연합·제휴·합작사 등 다양한 방식의 합종연횡이 모빌리티 시장 안팎에서 체결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업체는 중국의 지리(吉利·Geely)자동차다. 중국 최대 민영완성차업체인 지리차는 자국내 브랜드뿐 아니라, 볼보·폴스타·로터스 등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들을 소유했다. 지리차는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과 배터리 합작사를 설립하는 데 합의한 것을 시작으로 텐센트·바이두·폭스콘 및 SK그룹에 이르기까지 협력 외연을 확장하는 추세다.
텐센트와는 자율주행 및 승차공유서비스를 위한 스마트카 개발에 나섰다. 바이두와는 전기차 합작사(JV)를 설립키로 했으며, 폭스콘과는 자동차 주문제작 전문회사를 설립했다. 최근에는 SK그룹과 공동으로 펀드 조성을 추진 중인데, 해당 펀드를 통해 마련된 기금은 수소·배터리·전기차 등 친환경 사업에 집중 투자될 전망이다.
지리차와 협력을 구축 중인 LG에너지솔루션도 분주하다. 현대자동차그룹의 핵심 배터리 공급사인 LG는 현대차의 인도네시아 공장설립 및 동남아시아 시장공략에 동참하기 위해 현지 투자를 가늠 중이다. 특히 현대차와 배터리 합작사를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양사의 협력관계가 더욱 공고해 질 것이란 평이 높다. 또한 GM과 미국에서 배터리셀 합작사를 설립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별개로 그룹 차원의 전장사업 강화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LG전자는 오는 7월 캐나다의 마그나인터내셔널과 전기차 파워트레인 합작사를 선보인다. 또한 퀄컴과는 5G 커넥티드카 플랫폼을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합의했으며, LG배터리 공급사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사업확장 가능성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특히 스마트폰 사업부의 매각 결단을 내릴 정도로 전장·배터리 등을 그룹 차원의 전략적 미래 먹거리로 추진 중이다.
LG의 북미 핵심파트너 GM도 유사하다. 일본의 혼다와 공동으로 전기차를 개발 중이며,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GM의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의 상용화 관련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해당 전략관계에 혼다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오는 2035년부터 내연차를 일체 제작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체질개선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GM과 같이 속속 내연기관 관련사업의 종식을 주도하는 현대차그룹의 상황도 비슷하다. LG뿐 아니라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는 현대차는 SK그룹과의 다양한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중이다. 아울러 오랜 앙숙관계였던 삼성과의 협력도 분주하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3차 배터리 납품사로 삼성SDI가 유력시되고, 아이오닉5에 삼성디스플레이 OLED 디스플레이 적용이 확실시되는 등 관계를 다변화하는 추세다.
삼성의 스마트폰 라이벌 애플은 파운드리 반도체 시장 1위 대만의 TSMC와 자율주행 프로그램 공동개발에 나섰다. 동시에 삼성과 협력을 강화하는 현대차그룹에 위탁생산 협력과 관련된 러브콜을 보내는 것으로 전해진다. 테슬라는 LG·CATL·파나소닉 등과의 배터리 협력을 구축한 상황에서 삼성과의 반도체 관련 협상이 급물살을 타는 중이다.
국내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각 업계서의 기존 경쟁관계, 상대방의 기존 협력관계와 무관한 ‘거미줄식 협력관계’가 최근 부상하고 있다”면서 “해운업계가 구축했던 연합이나 유통업계에서 빈번한 동맹 등은 ‘세력 대 세력’ 양상을 띠지만, 현재 모빌리티 업계의 이 같은 복합적 협력강화는 생존을 위한 개별 기업들의 노력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