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급등에 늘어난 유증과 메자닌 권리 행사···지분가치 희석 우려도 ‘UP’

1년 전 대비 유통주식 증가 유발하는 의사결정 늘어 국내 증시 가파른 상승세 영향 미친듯 “상황에 따라 주가 반응 달라 유불리 따져야”

2021-01-21     송준영 기자

국내증시에서 유상증자 결의와 메자닌(CB·전환사채, BW·신주인수권부사채 등) 자산의 권리 행사 건수가 1년 전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그동안 가파르게 상승한 주가를 바탕으로 상장사는 새로운 주식을 발행 해 자금조달에 나서고, 메자닌 자산 투자자는 차익실현을 결정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발행주식 수 증가로 인해 결과적으로는 기존 일반 주주들은 지분가치 희석 우려가 높아졌다. 다만 유상증자의 성격에 따라 되레 투자 심리가 개선될 수 있고 CB·BW 행사가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이슈 해소로 이어질 경우 주가의 추가적인 상승도 가능하다는 점에선 일부 긍정적인 요인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 ‘물 들어올 때 노 저었다’···유증 및 메자닌 권리행사 건수↑

21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국내 증시가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한 지난해 12월부터 이달 20일까지 유상증자에 나선 사례는 코스피에서 23건, 코스닥에서 84건으로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2건, 14건 증가했다. 유상증자로 늘어난 자본금도 지난 12월 이후 9302억원으로 1년전 2893억원 대비 급증했다.

지난해 12월~올해 1월 20일 기준. 1년 전의 경우 2019년 12월 2일~2020년 1월 20일 기준. / 표=이다인 디자이너.

CB와 BW 행사 건수는 더욱 큰 폭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CB의 행사 건수는 501건(코스피 104건, 코스닥 397건)이다.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의 359건(코스피 64건, 코스닥 295건) 대비 40% 가량 늘어난 수치다. BW 행사 건수는 174건(코스피 40건, 코스닥 134건)으로 1년 전 67건(코스피 7건, 코스닥 60건) 대비 100건 넘게 증가하는 모습이었다. 

이 같은 모습은 대체적으로 국내 증시의 가파른 상승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유상증자의 경우 개별 상장사의 기존 계획에 따른 결과일 수도 있겠지만, 주가가 높을수록 보다 많은 자금을 수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인 효과가 있다. 대개 최근 주가를 토대로 유상증자 발행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CB·BW 역시 주가가 오를수록 투자 수익이 증가한다. CB는 일정한 조건에 따라 발행 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을 말한다. 주식으로 전환 전에는 사채로서의 확정 이자를 받을 수 있고 특정 기준가로 주식을 전환한 후에는 매도를 통해 차익을 얻을 수 있다. BW 역시 발행회사의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로 주가가 상승할수록 수익의 규모가 커진다.

그동안 국내 증시는 지난 12월을 전후로 강한 상승 흐름을 보였다. 코스피는 이 기간 20% 가량 상승했고 코스닥 지수는 10% 가량 올랐다. 개인 투자자들의 증시 유입에 대형주뿐만 아니라 중소형주들도 함께 오르면서 개별 종목들의 상승세가 최근까지 지속됐던 것이다.

◇ 지분 가치 희석 우려···“상황에 따라 주가 움직임 달라 유불리 판단해야”

그러나 기존 주주 입장에선 이 같은 상황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 유상증자와 CB·BW 권리 행사 모두 유통주식 수가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하는 까닭이다.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주식 수가 늘어나 보유하고 있는 지분의 가치가 희석된다. 이에 유상증자와 CB·BW 권리 행사 공시가 나오면 투심이 얼어붙는 사례가 많다. 

다만 상황에 따라 호재로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존재한다. 우선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로 새로운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면 주가가 되레 상승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풍력 타워를 제조하는 씨에스윈드는 지난해 11월 20일 4000억원대 대규모 유상증자를 공시한 이후에도 친환경 수혜 기대감에 주가가 50% 가량 상승했다. 

CB·BW 권리 행사 역시 시장의 해석에 따라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때도 있다. 주식으로 전환되지 않은 CB·BW는 잠재적인 매도 물량으로, 대개 리스크 요인으로 평가 돼 투심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들 물량이 실제 주식으로 전환될 때 불확실성 제거라는 근거로 투심이 살아나는 경우도 종종 나온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시의 강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이 같은 의사결정은 앞으로 더 많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처음 주식 투자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이와 같은 공시를 만나게 될 경우 당황할 수 있는데 상황에 맞게 유불리를 따져 투자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