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ESG경영 외치는 은행권···E·S 넘어 G도 챙겨야
친환경 경영·사회공헌에 비해 지배구조 개선 관련 노력은 미흡 이사회·경영진 등에 대한 견제 장치 필요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새해가 밝아옴에 따라 금융권의 수장들이 올해의 경영 화두를 일제히 발표했다. 예년과 비슷하게 환경(Enviro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관련 가치를 추구하는 ESG경영이 디지털과 글로벌 등의 단어들이 주요 경영 목표로서 제시됐다.
최근 은행권의 행보는 ESG경영에 대한 회장, 은행장들의 당부가 말뿐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연초부터 국내 은행들은 각종 사회공헌 활동에 박차를 가하며 사회 구성원들과의 동반 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19일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이웃돕기 성금 100억원을 기부했으며 신한은행은 지난 12일 인천서부아동보호전문기관에 아동학대예방·근절을 위한 긴급출동차량을 제공하기도 했다. 지방은행인 경남은행과 DGB대구은행도 각각 ‘코로나19 의료진 응원 박스’와 ‘고독사 예방 AI로봇’ 등을 기부했다.
환경 측면에서도 하나은행은 지난 18일 친환경적인 사내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하나 Green Step 5 캠페인’을 시작했으며 NH농협은행도 지난 3일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제정한 ISO 14001 환경경영체제 국제표준 인증을 획득하는데 성공했다. ISO 14001은 기업이 환경경영을 주된 사업방침으로 삼고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 개선하고 있는지를 평가해 인증하는 국제규격이다.
하지만 환경, 사회적 가치를 강화하기 위한 시도들에 비해 지배구조 선진화 측면에서는 아직 개선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부 나오고 있다. 지난 2017년 말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관련 부문에서 ▲부당한 낙하산 견제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다양화 ▲자회사에 대한 금융지주 회장의 부당한 영향력 제재 등을 권고했지만 ‘낙하산 인사’에 대한 문제만 일부 개선됐을뿐 금융그룹 회장들의 ‘셀프연임’ 등과 같은 문제들은 여전히 국정감사에서 단골 소재로 등장하고 있다.
일례로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의 경우 지난해 11월 연임 과정에서 임성훈 DGB대구은행장과 함께 숏리스트(Short List, 최종후보군)에 포함되며 셀프연임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임 행장은 은행장 취임 후 2개월의 임기를 채 수행하지 않았던 상태였기 때문에 자연히 회추위가 ‘보여주기식’으로 선임 절차를 진행했다는 지적이 다수 제기됐다.
농협금융지주 역시 지난해 이대훈 전 NH농협은행장 사임, 권준학 농협은행장 선임, 정재영 이사 및 이종백 사외이사 선임 등의 과정을 거치며 지배구조의 취약점을 드러낸 바 있다. 농협중앙회장과 밀접한 인사들이 금융지주 내 주요 요직들을 차지하자 농협중앙회장의 영향력을 견제할 장치가 지주 이사회 내에 제대로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이외에도 신한금융그룹은 지난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이사회 내 재일교포 사외이사의 비중을 제고하라는 요구를 받기도 했다. 회장들이 모두 3연임 이상에 성공한 KB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 역시 이사회의 객관성 문제를 지속적으로 지적받고 있다.
기업 지배구조는 경영의 안정성과 직결되는 문제다. 특정 인물, 특정 주주에 집중된 의사 결정 권한은 부정부패 또는 리스크 집중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특히 금융사의 경우 주인이 없기 때문에 CEO 권한과 책임간의 균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2017년 지배구조 개선을 권고하며 노동이사제를 해결 방안 중 하나로 제안했다. 최근에는 기업은행 노사가 노조 추천 이사제 도입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물론 노조 추천 이사제나 노동이사제가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능 열쇠는 아니다. 과도한 경영권 침해, 주주 가치 저하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반드시 노동이사제가 아니라도 된다. 중요한 것은 경영진과 이사회의 권한을 견제할 수 있는 새로운 장치다.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ESG경영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E, S뿐만 아니라 G도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