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실형’···삼성그룹주 운명은?

재판부 실형 선고에 오너리스크 대두 선고 이후 삼성그룹주 큰 폭 하락 ‘리더 부재 악영향’ vs ‘펀더멘털 영향 없어’

2021-01-18     송준영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관련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가운데 삼성그룹주의 주가 향방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오너리스크 발생으로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 반면 삼성그룹 상장사들의 업황이 견조해 총수 부재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18일 서울고법 형사1부는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이 부회장은 이날 영장 발부와 함께 법정에서 구속됐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측에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회삿돈으로 뇌물 86억8000만원을 건넨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이는 2019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파기환송 판결의 취지를 따른 것이다.

이날 선고가 나오면서 국내 증시에서는 삼성그룹주가 요동쳤다. 특히 이 부회장 지분이 많아 경영권 승계 핵심 기업으로 꼽히는 삼성물산이 크게 움직였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15만3500원에 시작했던 삼성물산은 이 부회장에 대한 선고 직후인 이날 오후 2시 32분 7.49%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후 주가는 낙폭을 크게 만회하지 못하고 전날 대비 6.84% 내린 14만3000원에 마감했다.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역시 법원 판결 영향을 받았다. 삼성전자 주가는 선고 소식이 전해진 직후 전날 대비 4.43% 내린 8만41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삼성생명도 이날 장중 6.66% 급락하며 이 부회장의 판결 소식에 투자심리가 얼어붙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이 같은 모습이 앞으로도 계속 나타날 지 여부다. 우선 삼성그룹주에 부정적인 영향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의 총수로 각종 전략에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로 평가받는 까닭이다. 이 부회장이 실형으로 구속 상태에 있게 되면 경영감각이나 의사 결정과정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오너 부재가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례가 있었다. 2013년 3월 15만원대이던 CJ그룹 주가는 같은 해 5월 이재현 회장 조세포탈, 횡령 혐의로 9만원대까지 떨어졌다. 2011년 한화 주가도 검찰의 김승연 회장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가 본격화 되자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같은 해 1월 3일 종가 기준 5만7100원이던 한화 주가가 12월 1일 종가 3만3150원으로 약 40% 가량 하락했다. 

반대로 중·장기적으론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는 입장도 존재한다. 그룹 총수의 부재가 미칠 부정적인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시스템으로 회사가 운영되고 있어 펀더멘탈 훼손이 쉽게 일어날 가능성이 적은 데다 주요 계열사의 업황 개선 기대감이 투자심리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이 부회장이 처음 구속됐던 사례에서도 삼성그룹주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 실제 이 부회장이 구속됐던 2017년 2월 28일 이후 삼성전자그룹주는 상승 흐름을 보인 바 있다. 이날 189만2000원(액면 분할 전)으로 마감된 주가는 상반기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같은 해 7월 20일 장중 256만6000원을 찍기도 했다. 삼성물산도 2월 말 12만원대에서 같은 해 7월 14만원으로 올랐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에 대해 “그동안 가파른 상승 흐름에 단기적으론 차익 실현이나 속도 조절 빌미로 작용할 수는 있다”면서도 “총수의 부재가 본질적인 경쟁력의 약화나 투자 지연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에 중장기적으로는 반도체 사이클 개선에 따른 기대감이 더 크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이재용 부회장 실형 선고 이후 급락했다. /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