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인수 반대한 국민연금, 대한항공 조원태 이사 재선임은?
사내이사 재선임은 원칙상 경영 결과 보고 판단···아시아나 인수 반대했다고 재선임도 반대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어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국민연금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와 관련 사실상 반대 뜻을 내비치면서 오는 대한항공 주총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원태 사내이사 재선임과 관련 찬반 여부가 주목되는데, 아시아나 인수와는 별개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국민연금은 지난 5일 대한항공이 아시아나를 인수하는 과정상 필요한 정관 개정과 관련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결국 70% 가까이 찬성표를 받아 임시주총서 해당 안건이 통과되긴 했지만 국민연금이 반대를 한 배경과 의미와 관련해 관심이 모아졌다.
그 관심의 연장선상에 올해 대한항공 주총이 있다. 올해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조 회장이 국민연금이 반대하는 아시아나 인수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연금이 또 반대 행보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국민연금은 과거 고(故)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과 관련해서도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허나 재계에선 일단 아시아나 인수 건과 조 회장에 대한 재선임 판단은 다르게 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사 선임과 관련해 국민연금 수탁자 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의 1차적 판단기준은 경영성과이기 때문이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원칙적으로 국민연금은 감정이 아닌 경영진, 즉 조원태 이사가 경영을 못하거나 피해를 끼쳤는지를 보고 재선임 판단을 하게 돼 있다”며 “아시아나 인수 건과 별개로 국민연금이 해당 건과 관련해선 찬성을 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년, 여느 항공사와 마찬가지로 대한항공 역시 코로나19 여파를 피하지 못했지만 그나마 선방했다는 평가는 받고 있다. 여객수요가 사실상 끊기자 화물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2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화물 수요를 선점하고 고용을 유지시킨 점 등을 높게 평가받아 제 27회 기업혁신대상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조 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프랑스에 직항 편을 계속 투입해 프랑크 리스테르 프랑스 대외통상장관으로부터 외교공로 훈장 금장을 받기도 했다.
최근 이슈인 아시아나 인수와 관련해서도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장기적으로 회사에 호재가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할 때 국민연금 수탁위가 반대 입장을 표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항공업계 인사는 “지난 한진칼 주총 때도 국민연금은 조원태 사내이사 선임에 찬성했다”고 전했다. 다만 당시에도 일부 위원은 조 회장 선임에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대한항공 주총에선 국민연금이 반대한다고 하더라도 조 회장은 무난히 사내이사로 재선임될 가능성이 높다. 일단 지난해 정관변경을 통해 이사선임 방식을 특별결의(3분의2 이상찬성)에서 보통결의(절반이상찬성)방식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지분은 한진칼이 31.13%, 국민연금이 8.11% 지분을 갖고 있다. 한진칼과 더불어 일부 주주들만 찬성을 해도 이사 선임안은 무난한 통과가 예상된다.
한편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방향을 결정하는 수탁위는 사용자단체(경영계), 근로자단체(노동계), 지역가입자단체 측 추천을 받은 9명(상근위원3명‧관련전문가6명)으로 구성돼 있다. 대부분 학계 및 시민단체 소속 인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