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금융 결산-보험] GA시장 재편·비대면 영업 본격 대전환
한화생명·미래에셋생명, 제판분리 스타트 신호 올려 코로나19로 조직 디지털화 탈바꿈 속도 빨라져 금융지주 중심의 보험사 인수합병 활발
[시사저널e=이용우 기자] 올해 코로나19 위기를 겪은 보험업계는 두 가지 변화에 집중했다. 법인보험대리점(GA)시장 재편에 대형 보험사들이 먼저 뛰어들었고, 디지털화를 통해 전통적 대면영업에 대한 대전환을 가져왔다. 앞으로 이런 변화는 전 보험사로 확산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외에 국내 금융지주사를 중심으로 인수합병(M&A)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제판분리(제조와 판매조직의 분리), 디지털 시스템 구축, 인수합병은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 업계 변화로 관측된다.
◇대형보험사 중심의 자회사형GA 설립 확산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현재 제판분리와 함께 조직 디지털화에 집중하고 있다. 제판분리를 통해 본사는 디지털 시스템 구축 및 상품 개발에 집중하고, 판매는 자회사형GA에 맡긴다는 전략이다. 업계는 제판분리를 통해 고객 맞춤형 상품 제공 뿐 아니라 다른 보험사 상품까지 고객에게 제공돼 상품 선택권이 넓어지는 효과가 있다고 판단한다.
제판분리는 대형 보험사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뤄졌다. 지난 18일 한화생명은 임시 이사회를 열고 설계사 영업조직 분사와 판매 전문회사 설립 안건을 의결했다. 전속판매채널을 분사해 100% 자회사 형태로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신설 법인은 가칭 ‘한화생명 금융서비스’로 내년 3월 주주총회를 거쳐 4월1일 출범할 예정이다. 한화생명의 설계사는 약 1만9000여명, 직원 규모는 약 1400여명으로 이번 전속판매채널이 설립되면 업계 최대 규모의 제판분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에셋생명도 지난 1일 전속설계사 3300여명을 자회사형GA인 ‘미래에셋금융서비스’로 이동시켜 제조와 판매 채널을 분리한다고 밝혔다.
이미 업계에는 삼성생명(삼성생명금융서비스), 삼성화재(삼성화재금융서비스), 한화생명(한화금융에셋·한화라이프에셋) 등 대형 보험사를 포함해 신한생명(신한금융플러스), 메트라이프생명(메트라이프금융서비스), 라이나생명(라이나금융서비스), ABL생명(ABA금융서비스) 등이 자회사형GA를 갖추고 있다. 앞으로 한화생명과 미래에셋생명과 같이 본사와 판매사를 100% 구분하는 형태의 제판분리가 생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는 제판분리가 이뤄지면 GA로 이탈하는 전속설계사들을 잡을 수 있다고 본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전속설계사 이탈을 막지 못할 경우 설계사들과 연결된 고객까지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자회사형GA 설립이 보다 중요해진 상황이다. 또 내년 금융소비자보호법 도입에 따른 대비 차원에서 자회사형GA가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내년 3월부터 시행되는 금소법으로 불완전판매가 발생하면 본사에 막대한 손해가 생길 수 있는데, 제판분리를 통해 고객 손해 발생을 자회사의 문제로 넘길 수 있다는 해석이다.
◇2020년 기점으로 전통적 대면영업 시대 저물어
디지털 전환 속도도 빨랐다. 올해 초에는 국내 1호 디지털 손보사인 캐롯손해보험이 탄생했다. 캐롯손보는 운전한 만큼 매월 보험료를 납입하는 ‘퍼마일 자동차보험’을 출시했고 8개월만에 가입자 5만건을 넘어서는 성과를 냈다.
디지털 손보사 탄생은 캐롯손보에서 멈추지 않았다. 올해 초 하나금융지주는 더케이손해보험 인수합병에 성공한 뒤 올해 6월 하나손해보험을 탄생시켰다. 하나금융은 하나손보를 디지털 종합손보사로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 기존 하나손보가 갖춘 보험상품설계·판매역량과 하나금융의 디지털 강점을 활용해 일상생활의 다양한 보장을 제공하는 디지털 종합손보사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기존 보험사의 디지털 혁신도 눈길을 끌었다. 삼성생명은 디지털 혁신의 일환으로 별도의 보험청약 시스템을 개발·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초 도입한 모바일 청약은 도입 이후부터 전체 청약의 10%이상을 차지하며 순항하는 분위기다. 모바일 청약은 컨설던트의 상품 설명 이후 고객이 보험 가입을 원할 경우 컨설던트를 다시 만날 필요없이 스마트폰을 통해 가입할 수 있는 방식이다.
한화생명도 지난 10월 모바일 앱을 기반으로 설계사 등록부터 청약까지 비대면으로 가능한 디지털 영업채널 ‘라이프엠디(LIFE MD)’를 선보였다. 라이프엠디는 설계사의 자격시험 응시를 위한 학습만 아니라 설계사 활동을 시작한 이후에도 상품추천 및 보장분석, 고객관리까지 모두 모바일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KB의 푸르덴셜생명 인수 및 산은의 KDB생명 매각 관심↑
보험사의 주인이 바뀌는 M&A도 활발했다. 하나금융의 하나손보 출범 외에도 KB금융지주가 지난 9월 푸르덴셜생명을 13번째 자회사로 정식 편입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합병 시점을 내년 7월로 잡고 통합 작업에 들어간 상황이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통합 보험사인 ‘신한라이프’ 초대 대표이사에는 성대규 신한생명 사장이 내정됐다.
교보생명은 2007년 프랑스 기업에 매각했던 악사(AXA)손보를 인수하기 위해 예비입찰에 뛰어든 상황이다. 지난 9월 예비입찰에 단독으로 뛰어들었기 때문에 내년 초에는 합병 결과를 도출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엔 산업은행이 KDB생명을 JC파트너스에 매각하기로 하고 최종 조율 작업을 벌이고 있다. KDB생명의 매각가는 55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2010년 금호그룹 부실로 KDB생명(옛 금호생명)을 떠안은 산업은행은 이후 수차례 유상증자 등을 포함해 1조원 이상을 들여 경영정상화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KDB생명에 투자한 자금보다 못한 가격에 매각하게 되면서 혈세낭비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보험업계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디지털 전환이 가장 큰 변화라고 보여진다”며 “조직도 디지털 시스템에 맞춰 개편됐고 그 연장선에서 제판분리도 이뤄졌다. 앞으로 보험업계의 디지털 도입은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