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계속될 개미군단의 증시 유입, 정책·인프라도 발맞출 때
내년에도 개인 투자자 증시 유입 늘어날 듯 공매도 제도 등 투자자 신뢰 이끌 정책 정비 필요 유무형적 손실 일으키는 증권사 전산장애 문제도 해결해야
올해 국내 증시의 주인공을 꼽는다면 ‘개미’로 대변되는 개인 투자자일 것이다. 개인 투자자는 국내에선 ‘동학개미운동’, 해외에선 ‘서학개미운동’으로 종횡무진 활약을 펼쳤다. 개인 투자자들이 올해 코스피에서 순매수한 금액만 47조원에 이르고, 이 영향에 지수도 사상 처음으로 2800선 고지를 넘는 기염을 토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테슬라는 올해만 7배 넘게 올랐다.
개인 투자자들의 증시 유입은 지난해 이맘때쯤만 하더라도 예상하기 쉽지 않은 현상이었다. 국내 증시는 이른바 ‘개미 무덤’이었고 개인들에게는 주식보다는 부동산이 더 나은 투자 수단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증권사들 역시 IB(투자은행)부문을 강화하고 브로커리지(주식 위탁매매) 부문은 비중을 축소하려고 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코로나19 확산을 기점으로 증시에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수가 급격히 빠지자 저가 매수에 나선 것이다. 걸핏하면 개미 무덤에 빠졌던 과거의 개인 투자자가 아니었다. 시장을 들어 올린 스마트 개미의 탄생이었다. 코로나19로 신음하던 증권사들 역시 아이러니하게도 비중을 축소하려던 브로커리지 호조 덕에 사상 최대 실적을 써나갈 수 있었다.
개인 투자자들의 증시 활약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코로나19 위기를 벗어나려는 각종 부양책과 저금리 기조 속에 여전히 시중 유동성이 풍부한 상태다. 각종 규제로 투자 기대 수익이 낮아진 부동산과 달리 기업 이익 회복에 증시는 여전히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개인 투자자들이 증시에 유입되기엔 좋은 환경인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개인 투자자들을 받아낼 정책적 환경은 어딘가 모르게 어수선하다. 되레 불확실성만 높이고 있다. 대주주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은 낮아졌다 높아졌다 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을 주주 전체로 확장하는 금융투자소득과세 정책은 2023년 시행을 앞두고 여전히 이중과세와 형평성 논란, 시장 위축 우려가 나온다.
특히 공매도 제도와 관련해선 더욱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공매도 폐지보다는 보완을 택했지만 여전히 투자자 신뢰를 얻을 만한 구체적 계획을 내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공매도 논란이 나온 지 수년이 지났지만 불법공매도 사후 적발 시스템이나 개인 투자자들의 공매도 접근성을 높일 장치조차 갖추지 못했다. 공매도 금지 조치가 당장 내년 3월이면 해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정책당국에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증권사들도 개인 투자자들의 증시 유입에 대비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트래픽이 늘어날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와 HTS(홈트레이딩시스템)의 전산 장애가 나오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로 제기된다. 전산 장애로 제때 매매를 못해 유무형적인 손실이 발생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도 투자자들의 불만이 크다. 이는 결국 증권사의 평판 훼손으로 이어져 모두가 손해를 보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한국의 투자 시장은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았다. 개인들 사이에서 주식 투자가 새로운 문화가 되면서 시장 전체의 파이도 키울 수 있게 됐다. 이를 유지하고 더욱 발전시키려면 제도와 인프라도 이에 맞게 변화될 필요가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달리 개인 투자자들은 어느 때보다 똑똑한 판단을 내리고 있다. 이제는 이들과 시장을 만들어나가는 정책당국과 증권사들이 스마트해질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