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법인회원에 과도한 혜택 금지···“법인카드 실적 위축 불가피”
대기업 등 법인회원에 연간 카드 이용액 0.5% 초과 혜택 금지 우리·하나카드, 법인카드 이용실적 비중 높아 “법인회원 유지 어려울 것···카드 수수료 인하 빌미될 수도”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앞으로 카드사는 소기업을 제외한 법인회원에 과도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이 금지된다. 법인회원에 제공하는 마케팅 비용이 일반 가맹점 수수료로 전가되는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금융당국의 조치다. 그러나 이러한 영업 제한으로 법인카드 유치가 어려워지면서 카드업계의 법인카드 이용실적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카드사가 대기업 등 법인회원에게 연간 카드 이용액의 0.5%를 넘는 혜택 제공을 금지하는 내용 등을 담은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카드사들의 대형 법인회원 유치 경쟁에 따른 지나친 혜택 제공이 마케팅 비용 상승을 초래해 이 비용이 결국 일반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으로 전가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금융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법인회원이 카드사에 낸 연회비는 148억원이었으나, 카드사가 법인에 제공한 경제적 이익(기금 출연, 선불카드 지급, 홍보 대행 등)은 4166억원에 달했다. 연회비보다 30배가량 더 많은 이익을 법인에 제공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개정안 도입을 통해 대형 법인회원 유치를 위한 카드사들의 출혈 마케팅을 막고 가맹점 수수료 인하 요인으로 반영될 수 있게끔 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그동안 카드사로부터 대기업·중기업 등 법인 위주로 과도한 경제적 이익이 제공돼 마케팅 비용이 상승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며 “법인회원의 경제적 이익을 제한하는 이번 개정안이 가맹점수수료 인하요인으로 반영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카드업계는 마케팅 비용을 감축할 수 있다는 사실에 일부 반색하면서도 중장기적으로 법인카드 이용실적이 위축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지난 2017년 금융감독원이 카드사들에 법인세 납부 관련 마케팅 자제령을 내린 이후 법인카드 사용액은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 2017년 상반기 60조816억원이었던 법인카드 이용실적은 올해 상반기 49조2131억원으로 3년 새 18.0% 감소했다.
법인회원 대상 영업에 제한이 걸리면서 법인카드 이용실적 비중이 높은 일부 카드사들은 수익성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우리카드의 경우 올해 상반기 기준 전체 신용카드 이용실적 가운데 법인카드 이용실적 비중이 25.23%로 7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중 가장 많았다. 하나카드는 18.36%로 2위를 기록했다.
뒤이어 롯데카드(17.90%), 현대카드(14.72%), 삼성카드(13.14%), KB국민카드(12.71%), 신한카드(10.58%) 순이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가 법인회원에 제공하는 경제적 이익이 축소되면 법인회원 입장에서는 카드를 이용할 유인이 떨어지게 된다”며 “경제적 이익이 줄어든 상황에서 굳이 수수료를 내면서 카드를 사용하기보다는 현금, 전자어음 등으로 결제하는 방식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인회원 규모를 일정 수준 유지하는 것은 카드사의 신용도와 사업의 연속성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중요하다”며 “당장에 법인카드 실적에 악영향이 있지는 않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법인회원 규모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법인회원에 대한 영업 제한이 내년에 있을 가맹점 카드 수수료 재산정 과정에서 수수료 인하의 구실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카드사들이 우려하는 지점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법인회원 대상 마케팅 비용 제한이 궁극적으로 가맹점 수수료의 빌미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개정안 도입으로 법인회원에 대한 마케팅 비용이 줄어들 테니 이를 근거로 카드사들에 카드 수수료율 인하를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