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400억 걷고도 사용처 공개 못한다는 정부···‘깜깜이’ 예산 지적

이통3사, 정부에 매년 2400억원 ‘전파사용료’ 납부 정부, 전파법상 규정된 용도 외 매년 1000억원 이상 사용 과기정통부 “일반회계로 걷혀 사용처 공개 불가” 전문가들 “제도 개선해 징수 목적 벗어난 사용 막아야”

2020-12-23     김용수 기자
사진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정부가 이동통신사들로부터 전파사용료 명목으로 매년 2400억원을 걷고 있지만 사용처가 불분명한 탓에 ‘깜깜이’ 예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전파사용료가 전파 관리비용 충당이나 관련 분야 진흥 등 당초 징수 목적에 맞게 사용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3일 시사저널e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정부에 낸 전파사용료는 2431억원(SK텔레콤 1188억원, KT 702억원, LGU, 541억원)으로 확인됐다. 지난 10년간 정부가 거둬들인 전파사용료는 2조46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이동통신 가입자당 연간 납부액 약 5500원이 포함된 금액이다.

전파사용료는 정부가 전파 자원 사용자에게 부과하는 이용료를 말한다. 한정된 주파수를 이용하는 대가로 사용료를 내라는 것이다. 전파사용료는 가입자에게 부과되는 것으로 이통사들이 정부에 대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3년부터 정부가 부담해오던 전파 관리 비용의 충당과 기술개발 등 관련 재원 마련을 위해 전파법상 전파사용료 제도를 도입했다. 전파사용료는 전파법 제67조 제2항에 따라 전파 관리에 필요한 경비의 충당과 전파 관련 분야 진흥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 전파사용료 용처 불분명···매년 1000억원 이상 예산 징수 목적 외 사용

문제는 현재 전파사용료는 일반회계 세입으로 편입돼 있어 사용처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파사용료는 통신사업특별회계에 속해 관리돼 오다가 정부의 특별회계 및 기금 정비에 따라 2007년부터 일반회계 세입으로 편입돼 사용되고 있다. 정부가 거둬들인 수입금을 특정한 목적으로 한정해 사용하기 위해 활용되는 회계관리 방법으로는 특별회계와 기금이 있다.

특별회계나 기금과는 달리 일반회계는 사용처가 특정돼 있지 않아 정부가 어떤 용도로든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처 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제 과기정통부는 전파사용료 사용처 관련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답변으로 “전파사용료는 일반회계로 편입돼 전파 관리 및 전파 관련 진흥을 위한 용도로 운용되고 있으나 일반회계의 특성상 사용처를 특정할 수 없다”며 “따라서 ‘전파사용료의 사용처 등 세부내역 정보’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6조 제4항 제1호에 따라 ‘정보부존재’ 처리함을 양해 부탁한다”고 비공개 사유를 밝혔다.

결국 이통사들로부터 거둬들인 전파사용료가 당초 법률이 규정한 사용 목적 외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는 맹점이 있다.

이와 관련해 국회예산정책처는 ‘2019 회계연도 결산 위원회별 분석’자료를 통해 전파사용료와 같이 사용 용도가 법률에 특정된 세입과목을 일반회계에 귀속하는 경우 법적 용도 외 사용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파 관리에 필요한 경비의 충당과 전파 관련 분야 사업은 ▲전파방송관리 ▲전파방송행정지원 ▲전파관리활동지원 ▲전파감시시설 ▲전파환경관리감시체계개선 등이다. 과기정통부 및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연도별 관련 사업의 전체 예산규모는 ▲2016년 982억8400억원 ▲2017년 1042억3000만원 ▲2018년 1073억6400만원 ▲2019년 1101억3600만원이다.

정부가 매년 이통 3사로부터 전파사용료로 2400억원을 걷는 것을 고려하면 1000억원 이상의 금액이 전파법에서 정한 용도 외로 집행되고 있는 셈이다.

◇ 전문가들 “전파사용료 용처 투명하게 공개해야”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 사이에선 전파사용료를 징수 목적에 맞게 사용해야 하며 그 용처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용규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전파사용료는 전파법이 규정하는 징수 목적에 맞게 사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기획재정부가 과기정통부에 주는 일반예산 가운데 전파사용료로 걷은 금액이 실제 어느 정도 되는지 공개하는 등 예산편성을 투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명재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일반회계로 걷히면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정확히 추적하기 힘들며. 관리가 소홀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며 “전파사용료가 원래 부과 취지와 목적으로 사용되는지 여부를 정부가 확인하고 점검해 예산을 보다 투명하게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파사용료가 전파 관리에 필요한 경비의 충당과 전파 관련 분야 진흥을 위해 사용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최성민 국회예산정책처 예산분석관은 “전파법 취지를 고려해 전파사용료가 전파 관리에 필요한 경비의 충당과 전파 관련 분야 진흥을 위해 사용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전파사용료 용처 공개는 어렵다면서도 아직 제도 개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