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 언제 정점?···전문가 “3단계 안 가면 보합세나 지속 증가”

정부 “상황 보면서 결정” 관망 입장···감염병 전문가들 “보합세면 다행”, 증가 예상에 무게

2020-12-21     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21일 브리핑을 통해 코로나19 확산세를 차단하기 위해 오는 23일 0시부터 서울에서 5명 이상 사적 모임이 금지된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점심시간대 서울 명동거리 모습.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어 언제 정점을 맞을지 주목된다. 정부는 상황을 보면서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전문가들은 3단계로 격상하지 않는다는 전제조건 하에 보합세나 지속 증가를 전망하고 있다.      

21일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관망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윤태호 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 상황과 관련, “아주 큰 효과가 나타난다고 보기 어렵지만, 최대한 억제하는 효과는 분명히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손영래 중수본 전략기획반장은 “지난 14일부터 수도권 선제검사를 진행하면서 무증상이나 경증 환자를 조기 찾아내고 있고, 13일 확진자가 1000명을 넘으면서 이동량이 상당히 줄었다”면서 “이번 주가 중대 기로로, 이런 상황이 맞물려 반전 양상이 나타날지 아니면 확산 추이로 증가할지를 보면서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종합하면 사태 추이를 보겠지만, 이번 주가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반전될 수 있는 시기라는 점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반면 의료 현장에서 직접 환자를 대하고 치료하는 감염병 전문가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로 격상하지 않는다면 보합세나 지속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감을 표명하고 있다. 보합세는 희망 섞인 전망이며, 대부분 전문가는 증가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특히 경제에 비중을 두고 있는 정부와 달리 전문가들은 의료시스템이 사실상 붕괴됐다며 최악의 상황임을 전달하고 있다.  

우선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어제(20일)는 신규 확진자가 사실상 1000명”이라며 “양성률에 중점을 두지 않는 정부가 국민을 호도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언급은 직전일의 3만6847건 검사에 비해 6080건 적은 검사 건수와 3.01% 양성률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즉 5일 연속 1000명을 넘었다가 이날 1000명 아내로 내려간 것은 상대적으로 적은 검사 건수가 원인이고, 양성률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은 정부를 비판한 것으로 분석된다.

천 교수는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코로나19가 계속해 퍼지고, 중환자는 계속 증가하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한 박자가 아닌 두 박자가 늦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현재 붕괴된 의료체계를 복구하기 위해서라도 3단계 격상이 필요하다”며 “3단계 격상할 때까지 신규 확진자 숫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 8일부터 시행된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는 효과가 없었다”고 정리했다. 김 교수는 “어제 신규 확진자는 사실상 1000명대”라며 “3단계 격상은 정부가 스스로 규정한 원칙과도 부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3단계 격상만이 현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는 조치라는 설명이다. 그는 “수도권 지역의 5인 이상 집합금지 정책은 공무원이 따라 다니며 감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실효성이 낮다”며 “정부가 국민들 핑계를 대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신규 확진자 숫자로만 본다면 3단계로 가지 않을 경우 당분간 보합세로 예상된다”면서 “이번 주 크리스마스 휴가와 다음 주 신년연휴 이후에는 확진자 폭발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각각 3일 연휴를 맞아 국민들 이동과 집합이 예상되는 상황을 우려하는 발언이다. 그는 “의료시스템이 붕괴되는 상황에서 여기저기 의료기관에 환자들 과부하가 걸린 상태”라며 “수도권 2.5단계 조치가 종료 예정인 오는 28일을 전후로 정부가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요청했다.  

엄중식 가천대학교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는 재난상황”이라며 “3단계로 가지 않는다면 보합세를 보이거나 신규 확진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엄 교수는 “현재 병상 부족으로 병원들은 난리 상태”라며 “중환자용 병상이 공식 숫자로는 남아있지만 현장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 사회에서 지인이나 가족을 통한 감염은 다소 줄어들 수 있다”면서도 “전국 곳곳 클러스터(집단)에서 발생하는 감염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엄 교수는 “신규 확진자가 1주일에 50명 씩만 줄어들어도 현재 기준으로 석 달에서 넉 달 정도 소요된다”며 “이럴 가능성도 낮은 상태”라고 토로했다. 그는 “연휴 이후 보합세만 유지해도 다행”이라고 예상했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의료현장이 아수라장”이라며 “요양병원의 투석환자가 전원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교수는 “(코로나19의 확산은) 이제 시작”이라며 “신규 확진자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향후 1주일 사이 중환자실은 난리가 날 것”이라며 “환자들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현장의 절박감은 외부에서 짐작하지 못할 정도”라고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현재 전시 상태가 된 것은 이미 실수 범위를 넘어섰기 때문에 향후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며 “의사나 간호사들이 군인이나 공무원도 아닌데 일방적 희생 요구로 모두 지쳐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