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은행권 배당 재시작···국내는 당국 배당자제령에 혼란만 ‘가중’

수익성 확보한 스웨덴 은행들, 유럽서 첫 배당 지급 결정 ECB 감독위도 유로존 은행들의 배당 허용 나서  국내 당국은 금융지주 배당 자제 권고···주가 하락 부추길 듯

2020-12-17     이용우 기자
파이낸셜타임즈는 헨델스방켄 등 스웨덴 은행들이 코로나19가 확산하던 3월 당시 예상보다 올해 연말 낮은 신용손실을 기록했다며 이 은행들이 배당 지급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 파이낸셜타임즈 홈페이지 캡쳐

[시사저널e=이용우 기자] 금융당국이 국내 금융지주에 배당 지급을 줄이라고 권고하면서 업계 혼란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은 유럽의 은행들이 배당을 금지한 것처럼 국내 금융지주도 배당에 쓸 돈을 코로나19에 대비한 자금으로 써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당국의 주장과 반대로 최근 유럽의 주요 은행들은 배당 재개로 돌아서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 감독위원회도 배당 금지로 인한 투자자 이탈 등이 우려된다는 은행권의 목소리를 듣고 배당 재개를 허용했다. 

◇스웨덴 1위 은행 배당 시작···유로존 은행들도 뒤따라갈 듯

17일 금융권과 외신에 따르면 유럽의 주요 은행들이 배당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유럽에서 가장 먼저 주주배당을 결정한 은행은 한델스방켄(Handelsbanken), SEB, 스웨드뱅크(Swedbank) 등 스웨덴의 은행이다. 한델스방켄은 스웨덴에서 1위 은행이자 북유럽 최대 은행으로 꼽힌다. 국내 금융지주와 은행 관계자들이 국내 은행이 배워야 할 모범 은행이라고 평가해 이 은행을 방문하는 사례들도 많았다. 

이 외신에 따르면 스웨덴 은행들이 내년 배당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예상보다 올해 수익 방어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은행만 아니라 스웨덴 금융당국도 지난달 은행들의 수익성이 안정적이라면 내년 주주 배당 지급이 가능하다고 판단을 내렸다. 

스웨덴 은행들을 시작으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은행들도 배당 금지 조치를 풀고 배당금 지급으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중앙은행(ECB) 감독위원회가 유럽 은행들의 배당 재개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외신에 따르면 ECB 감독위는 지난 3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위기 대비 차원에서 은행들의 배당금 지급을 금지하는 조처를 내렸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백신 보급 시작과 은행들의 안정적인 수익성 확보로 배당을 다시 지급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단 은행들의 배당 지급과 자사주 매입은 2019~2020년 총이익의 15% 이하로 제한하도록 했다. 

4대 금융지주 배당금액 및 배당성향 추이 / 인포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금융업계 “금융지주 주가 하락은 규제가 원인”

국내 금융지주는 올해 최대 수익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금감원의 ‘배당자제령’으로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금융지주 주가는 지난 3월 크게 하락한 이후 최근까지도 코로나19 이전 상황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배당까지 줄인다면 주주 이탈로 주가가 더 내려갈 수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2월 이후 코스피는 12월까지 약 24% 올랐지만 신한지주(-21%), 우리금융지주(-13%), 하나금융지주(-3.8%), KB금융(-2.6%)은 코로나19가 국내에 발생하기 전 수준보다 떨어진 상황이다.  

금감원은 현재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제 불확실성 커지고 있어 금융지주사들이 내년 배당 축소를 통해 손실흡수능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금융지주들은 대체로 당국의 의견에 공감하고 있지만 순익 개선에도 배당을 축소할 경우 자칫 투자자들이 이탈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KB금융·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총 9조7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1% 증가했다. 3분기 순이익이 9조원을 넘은 것은 지주사 설립 이래 처음이다. 

국내 금융지주의 주가가 오르지 못하는 것에 대해 업계에선 당국의 규제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지난 8월 금융연구원이 펴낸 ‘OECD 회원국 은행그룹의 PBR(주가순자산비율) 결정요인 분석 및 시사점’에 따르면, 2018년말 기준 한국의 은행그룹 평균 PBR은 0.41배로 대상기업 34개국 중 31위를 기록했다. PBR은 낮을수록 기업의 자산가치가 증시에서 저평가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손상호 금융연구원장은 “국내 은행그룹 PBR이 낮은 것은 사업범위 관련 규제와 감독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은행의 주가 회복을 위해서라면 배당 유지나 확대는 필수적이다.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되면서 배당 확대 목소리도 높아진 상황”이라며 “하지만 금감원의 배당 축소 요구를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실적에 따른 배당 확대는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