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1위 中에게 뺏긴 韓면세점, 위기 상황 어떻게 풀어갈까
中정부 전폭 지원에 중국면세품그룹 글로벌 1위 달성···롯데·신라免 각각 3, 5위 기록 면세업계 ‘제3자 국외 반송’ 기한 연장 절실···관세청 “현재로선 고려하지 않고 있다”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운 한 해를 보낸 국내 면세점 업계가 아시아권 1위 자리도 중국에게 내주는 상황에 이르렀다. 중국 정부가 그간 옥죄었던 정책을 대폭 완화하면서 자국 면세점 키우기에 본격 돌입했기 때문이다. 일단 국내 면세점 업계는 정부의 추가 지원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것이 당면 과제로 꼽힌다.
9일 무디데이빗리포트가 발표한 세계면세점 순위에 따르면 중국면세품그룹(CDFG)은 올해 상반기 매출 28억5500만달러(한화 3조1000억원대)를 기록, 매출 기준 세계 1위에 올랐다. 불과 반년 만에 4위에서 세 단계를 뛰어넘은 것이다.
중국면세품그룹이 1위를 차지하면서 스위스 듀프리는 2위를 차지했고 롯데면세점, 라가데르면세점, 신라면세점이 그 뒤를 이었다.
이처럼 중국면세품그룹이 급성장한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다. 중국 정부는 하이난을 면세 거점지로 활용하고 면세 한도도 기존 5000위안에서 10만위안으로 상향 조정하며 면세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또 중국 정부는 소비 진작을 위해 중국 하이난 내 대형 면세점 수를 두 배 더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즉 하이난에 운영되는 4개의 면세점이 8개로 늘어나게 된다.
이에 따라 국내 면세점들 발등에 불이 떨어지게 됐다. 이미 코로나19로 매출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제3자 국외 반송 지원책까지 이달 말로 종료되면 중국 면세점과의 격차가 점차 벌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면세점들에게 주어진 정부의 지원책은 ‘장기 재고 내수 판매’와 ‘무착륙 관광비행’이다. 여기에 정부는 지난 2일 면세사업자가 재난으로 영업에 막대한 피해를 입은 경우 특허수수료를 깎아주는 내용의 관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특허수수료 일부 감면으로 고정 지출을 줄일 수 있게 됐지만, 면세점들은 추가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면세점 업계가 원하는 부분은 ‘제3자 국외 반송’ 연장이다. 제3자 국외반송은 국내 면세점에서 해외 면세사업자에게 세관 신고를 마친 면세물품을 보내주는 한시적 제도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이동 제한으로 입국하기 어려워진 중국의 보따리상이 입국 없이도 면세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몇 안 되는 대안으로 꼽혀왔다. 제3자 반송은 면세점 매출의 2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장기 재고 내수 판매와 무착륙 관광비행은 화장품·담배·주류·향수 등 기존 쌓여있던 재고를 소진할 수 있어 매출에 어느 정도 보탬은 되지만, 반등을 일으킬 만큼은 아니다. 무착륙 비행 편수가 많지 않고 인당 면세 한도도 600달러로 제한되기 때문에 내국인들을 상대로 마케팅을 펼 수 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대유행 조짐을 일으키는 상황에서 지원 정책마저 종료하게 되면 이제는 정말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유일하게 남은 제3자 국외반송 정책마저 종료되면 매출을 올릴 방법이 없다”면서 “정부의 추가적인 선제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제3자 반송은 12월 말로 종료될 예정이다. 추가 연장 방안은 현재로서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 “면세업계 추가 대책을 내부적으로 검토해 이달 안으로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