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중환자 ‘병상부족’ 현실화···해결책이 ‘컨테이너 병상’?
현재 43개 남아, 서울시 컨테이너 병상 150개 설치···병상 미확보 정부에 비판 제기 전문가 “빈 병원이나 체육관 개조 필요”···중장기적 공공병원 확충 필요 지적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코로나19 중환자가 입원해 치료받을 병상이 부족한 사태가 현실화됐다. 이에 서울특별시는 최근 컨테이너형 병상 설치 작업에 착수했지만, 그동안 정부는 뭐했느냐는 비판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당장 빈 병원이나 체육관을 개조해 병상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공공병원 확충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9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 기준, 전국 중환자 병상과 코로나19 환자 전용 중환자 병상을 합친 총 546개 병상 중 환자를 바로 수용할 수 있는 병상은 7.9%인 43개뿐이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가용 병상이 12개(서울 8개, 인천 1개, 경기 3개)에 불과하다. 비수도권 중 대전과 충남, 전북, 전남, 경남 등 5개 지자체는 확보한 병상이 모두 사용 중이어서 가용 가능 병상이 한개도 남아있지 않다.
이처럼 병상부족 사태가 현실화함에 따라 서울시는 임시로 ‘컨테이너 병상’을 만들기로 했다. 컨테이너 병상은 오는 10일 서울의료원 48개 병상을 시작으로 서울의료원 분원과 서북병원 등 3개 시립병원 유휴공간에 총 150개가 설치될 예정이다. 지난 2월과 3월 대구에도 컨테이너 병상이 들어선 바 있다.
중대본 차원에서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중대본은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의 전환, 민간의료기관 협조, 인력과 물자 손실보상 지원 등 국가 차원의 중환자 치료 역량을 동원, 이달 말까지 총 154개 중환자 병상을 확충할 계획이다.
우선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 중 중환자 치료가 가능한 병상을 중증환자 전담치료병상으로 최대한 전환할 계획이다. 정부는 최근 24개 병상을 중증환자 전담치료병상으로 지정한 바 있다. 의료자원 및 치료 역량이 높은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협조 가능한 중환자 병상을 최대한 확보한다는 정부 계획이다. 또 효율적 병상 운영을 위해 상태가 호전되거나 중증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환자 치료를 위한 ‘준-중환자’ 병상 운영을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중환자 외에 경증과 중등증 환자 치료도 정부가 신경 쓰는 부분이다. 구체적으로 감염병 전담병원은 400여개 병상을 확보, 지난 8일 기준 총 4900개 병상을 운영 중이다. 현재 1714개 병상 여유가 있다. 경증환자가 치료 받는 생활치료센터도 3곳을 추가 개소한 상태다.
최근 병상부족 사태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전 경고한 바 있다.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 기획조정실장은 지난달 가진 기자회견에서 “수도권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증가한다면 오는 12월 둘째 주부터는 수도권 중환자 병상 부족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주부터 병상부족 사태가 심각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호소했지만, 정부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당장 현실적으로는 컨테이너 병상보다는 코로나 전담병원을 지정하거나 체육관이나 호텔을 활용하는 방안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대한감염학회는 최근 “(병상부족 사태를 해결하려면) 거점전담병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체육관이나 컨벤션센터 등을 활용해 대형임시병원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우주 교수도 “이미 폐업했거나 비어 있는 병원, 체육관 등을 개조해 병원을 만들고 의료진에게는 위험수당 등을 지급해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는 공공의료 확충이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에 대처하는 방법이라는 의견이다.
김정회 국민건강보험공단 연구위원은 “병상부족 사태를 단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간자원을 빌리는 방법이 있다”며 “지난해 말 기준 공공병상 수가 전체의 9.6%에 불과한 상황에서 중장기적으로는 공공병원을 대폭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사스에 이어 메르스, 코로나19로 이어지는 전 세계적 감염병 위기의 사이클이 짧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사스에서 메르스까지에 이어 메르스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기까지 시간은 짧아지고 있어 또 다른 감염병이 이른 시간 내 다시 발생한다는 논리로 풀이된다.
복수의 의료계 관계자는 “날씨도 추운데 컨테이너 병상은 글자 그대로 임시 처방에 불과하다”며 “의료체계가 흔들리면 국민들 혼란과 불안감이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