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사찰 의혹’ 신중론 택한 법관대표들···이수진 “안건 상정자체가 의미”

전국법관대표회의 측 “어떤 논의·결론도 정치적 이용 안 돼”

2020-12-08     주재한 기자
지난 7일 전국 법관 대표들의 회의체인 법관대표회의가 화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 사유인 이른바 대검찰청의 '판사 사찰' 의혹 문건이 정식 안건으로 상정됐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전국 법관 대표들의 회의체인 법관대표회의가 7일 이른바 ‘판사 사찰’ 의혹을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했지만 공식 대응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신중론으로 최종 의견을 모은 것은 이번 징계청구 사태가 정치적으로 활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대의에 뜻을 같이했기 때문이다.

전국법관대표회의 측은 입장문에서 판사 사찰 의혹과 관련해 안건으로 상정된 ‘법관의 독립 및 재판의 공정성에 관한 의안’은 최종 논의 결과 부결됐다고 밝혔다.

법관대표회의 측은 “검찰의 법관 정보 수집 및 보고가 법관의 독립과 재판의 공정성을 침해할 수 있으므로 지양되어야 한다는 등 3~4개의 수정안이 제시되었으나 모두 부결됐다”며 “관련 행정소송이 계속 중인 점, 대표회의가 의견을 낼 경우 관련 소송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점, 정치적 이용가능성 등을 근거로 제시된 수정안이 모두 부결됐다”고 설명했다.

사찰 의혹 관련 의안은 당초 회의 안건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이날 10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법관의 독립과 재판의 공정성 확보에 관한 의안으로 상정이 돼 이목을 모았다.

부결이 징계위원회를 앞둔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일각에서 제기되지만, 안건으로 다뤄져 논의된 것 자체에 의미를 둬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판사출신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관 회의 핵심은 ‘부결’이 아니라 안건으로 다뤄져 논의된 것 자체”라며 “판사 사찰 문제가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안건으로 다뤄졌다는 것은 사안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그는 “반대 토론의 주요 논지는 ‘검찰의 판사 사찰이 문제가 없다’는 차원이 아니라 이미 재판이 진행중이며 해당 재판의 독립을 위하여 법관대표회의 차원의 표명은 신중해야 한다는 차원이었다”며 “전국법관대표회의 의결이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하기 때문에 표면적으로 의견을 내는 것을 삼갔을 뿐 검찰이 법관의 독립, 재판의 독립을 침해한 행위에 대한 엄중한 문제의식은 오늘 회의에서 충분히 공유됐으리라 판단한다”고 밝혔다.

한편 법무부는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10일 오전 10시 반에 개최할 예정이다. 검사징계법 관련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한 윤 총장 측은 이날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청구를 하면서 징계위원들을 법무부장관이 지명, 위촉하도록 규정한 검사징계법 해당조항은 위헌”이라는 주장을 외국 입법례 등을 근거로 헌법재판소에 추가로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