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1인당 생산성 회복세···하나은행 ‘눈에 띄네’
6대 은행 1인당 생산성 ‘2Q 1억1467억→3Q 1억7167억원’ 하나은행, 1인당 생산성 2억800만원으로 업계 1위···인력·점포 축소 흐름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코로나19 확산, 사모펀드 사태 등의 여파로 크게 하락했던 은행권의 생산성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분기 1억원 안팎에 머물렀던 국내 은행들의 직원 1인당 생산성은 3분기들어 대부분 1억원 중후반대로 증가했다. 특히 하나은행의 경우 판매관리비 감소에 힘입어 가장 높은 생산성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우리은행은 3분기 실적 반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직원 생산성은 최하위에 머물러 있어 업무 효율화를 위한 고민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분기 평균 1억1467만원을 기록했던 6대 은행(신한, KB국민, 하나, 우리, NH농협, IBK기업)의 직원 1인당 생산성은 지난 3분기 평균 1억7167억원으로 증가했다. 직원 1인당 생산성은 충당금 적립전 이익을 전체 직원 수로 나눠 계산한 것으로 은행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다. 부동산·주식시장 과열 현상으로 신용대출이 늘어나면서 이자이익이 소폭 증가했으며 은행권의 비용 절감 노력도 이어져 생산성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가장 큰 증가폭을 보인 곳은 하나은행이다. 지난 3분기 하나은행의 직원 1인당 생산성은 전분기(1억3800만원)대비 7000만원이나 늘어난 2억80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은행들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해 동기(1억9000만원)와 비교해도 1800만원 가량 증가했다.
하나은행의 높은 생산성은 인력 및 점포 축소에 따른 비용 감소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3분기 기준 하나은행은 국내 직원 수는 1만2023명으로 지난해 동기(1만2506명) 대비 483명 줄어들었다. 이는 같은 기간 6대 은행 중에 가장 많은 숫자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 농협은행, 기업은행의 경우 오히려 국내 직원 수가 늘어났으며 우리은행은 70명이 줄어드는데 그쳤다.
점포 역시 같은 기간 6대 은행 중 가장 많이 줄어들었다. 3분기 기준 하나은행의 국내 영업점 수는 656개로 지난해 동기(712개)보다 56개 감소했다. 그 다음으로는 국민은행(10개)이 가장 많이 줄어들었으며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4개씩 줄어들었다. 그 결과 지난해 3분기 기준 2조1863억원에 달했던 하나은행의 일반 관리비는 올해 3분기 1조9279억원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우리은행은 시중은행 최하위 수준의 생산성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분기 기준 우리은행의 직원 1인당 생산성은 1억27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 2분기(8000만원)보다 4700만원 증가했지만 지난해 동기(1억5900만원)보다는 3200만원 줄어들었다. 6개 은행 평균(1억7167만원)보다는 4467만원 낮으며 그 다음으로 낮은 농협은행(1억5100만원)과도 2400만원 차이가 난다. 지방은행 중에서도 우리은행보다 직원당 생산성이 낮은 곳은 경남은행(1억원)이 유일하다.
우리은행의 낮은 생산성은 분모가 되는 영업 수익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3분기 우리은행은 순이자이익은 3조614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3조6545억원)보다 소폭 줄어들었으며 수수료 이익도 7747억원에서 6463억원으로 1284억원 감소했다. 반면 관리비는 2조1796억원에서 2조2078억원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고객분들의 자금 수요가 늘어나는 과정에서 최대한 낮은 금리로 대출을 지원하려고 하다보니 생산성이 떨어지게 된 것 같다”며 “다른 은행들은 같은 그룹 내 증권사 등이 코로나19 부담을 나눠 가질 수 있지만 우리은행은 그것이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단기적으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인력을 축소하거나 점포를 폐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겠지만 장기적인 관점, 공적 관점에서 무턱대고 (축소를) 할 수는 없다”며 “다이렉트 메일 발송 등 전산 시스템을 통해 비용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지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