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우조선해양 ‘하도급 갑질’ 또 고발···이번엔 왜 다를까

‘제조원가’ 개념 처음으로 잡아내 하도급대금의 불공정성 입증 대우조선해양 “의결서 검토 후 대응할 것”

2020-11-30     엄민우 기자
육성권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거래정책국장이 지난 2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대우조선해양(주)의 선시공 후 계약 등 불공정하도급거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도급대금을 후려친 혐의로 대우조선해양에게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는 이전에도 비슷한 혐의로 대우조선해양을 고발했고 또 행정소송에서 패소한 적도 있지만, 이번엔 ‘제조원가’의 개념을 잡아낸 진일보된 조사였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30일 공정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186개 사내 하도급업체들에게 1만6681건의 선박·해양 플랜트 제조 작업을 위탁하며 작업 내용과 하도급대금 등 주요 사항을 적은 계약서를 작업이 시작된 후에 발급했다.

또 같은 기간 91개 사내 하도급업체에게 하도급대금을 결정하지 않은 채 1471건의 수정 추가 공사를 위탁하고, 공사가 진행된 이후 사내 하도급업체의 제조원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하도급대금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도급 갑질과 관련해 공정위가 대우조선해양의 하도급갑질 문제를 적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내용을 보면 이번 고발건과 대체로 비슷하다. 2013년 공정위는 선박 블록조립 등을 위탁하며 수급사업자들에게 대금을 일방적으로 축소해 지급한 대우조선해양에 과징금 236억원을 부과키로 했으나, 대우조선해양이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 끝에 무혐의를 받았다.

또 2년 전엔 하도급업체에 해양플랜트나 선박 제조를 위탁하며 작업 착수 전까지 계약 서면을 발급하지 않은 채 부당하게 낮은 하도급 대금을 지급했다고 과징금 108억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해당 건과 관련해 아직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처럼 과거에도 비슷한 혐의로 공정위가 과징금 부과 및 고발조치를 했지만 대우조선해양은 법적대응에 나서 왔고 실질적으로 승소하기도 했다. 허나 이번 공정위 조사 내용을 보면 과거와 사뭇 다른 기류가 감지된다.

이번 대우조산해양 고발이 과거 조사들과 갖는 가장 큰 차이점은 공정위가 제조원가 개념을 잡아내 부당하게 하도급 대금을 지급했다는 점을 증명했다는 점이다. 장혜림 공정위 제조하도급개선과장은 “과거 조사 때와 다른 점은 제조원가 개념을 잡고, 이보다 낮게 하도급대금을 결정하면 부당한 것이라는 점을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조선업 하도급대금은 시수를 통해 결정한다. 시수란 작업 물량을 노동 시간 단위로 변환한 것을 말한다. 간단히 예를 들며 1평방미터를 도장하는데 1시간이 걸렸다면 그 작업에 대한 시수는 1이 된다. 하도급대금은 이 시수에 조선사가 직종별로 정한 시수당 단가(임률단가)를 곱해 결정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예산부서는 추가수정공사를 하며 이 시수를 근거 없이 삭감했고 결과적으로 하도급대금이 됐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를 진행하며 고용노동부 조선사 고용실태 보고서, 사업자 구인공고 등을 모두 분석해 1시수 당 최소비용 기준을 파악했고, 그 결과 대우조선해양의 수정추가공사 하도급 대금이 제조원가보다도 낮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시수를 삭감하며 협의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을 넘어 구체적으로 액수자체가 불공정하다는 점을 잡아낸 것이다.

2013년 과징금 조치와 관련 대법원이 대우조선해양 손을 들어준 이후 이처럼 공정위가 진일보한 조사결과를 만들어내면서 향후 대우조선해양이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과징금 액수가 큰 만큼 업계에선 이번에도 대우조선해양이 행정소송에 나설 것으로 보는데, 소송이 진행될 경우 제조원가라는 개념이 어떤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이작 공식적으로 공정위의 의결서가 회사 측에 전달되지 않았다”며 “향후 의결서 검토 후 대응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