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그룹주 vs 씨젠'···코로나19 치료제·백신에 엇갈리는 주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셀트리온 계열사 주가↑···셀트리온제약, 코스닥 시총 '2위' 씨젠,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에 주가 하향세···영업이익 많아도 '미래 불투명'

2020-11-26     이승용 기자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이 진전되면서 셀트리온그룹 계열사 주가와 씨젠 주가의 흐름이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셀트리온이 코로나19 항체치료제 글로벌 임상 2상 투약을 완료하면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주가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반면 씨젠은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요가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이 늘어나면서 동력을 점차 잃어버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 셀트리온제약 주가↑···코스닥 지형도 ‘격변’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셀트리온그룹주(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 가운데 셀트리온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소식에 가장 큰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는 종목은 셀트리온의 자회사(지분 54.96%)인 셀트리온제약이다.

셀트리온제약 주가는 전날 25.27% 급등한 데 이어 이날도 8.72% 뛰어오른 18만7000원에 장을 마쳤다. 종가기준 역대 최고가다. 이날 장중에는 19만5800원을 찍으며 장중 역대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셀트리온제약 주가 급등은 코스닥 지형도를 일순간에 바꿔버렸다. 지난주까지 코스닥 시가총액순위 5위였던 셀트리온제약은 25일 단숨에 씨젠, 에이치엘비, 알테오젠을 제치고 코스닥 시총 2위로 뛰어올랐다. 코스닥 대장주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이어 두 번째 자리도 셀트리온계열사인 셀트리온제약의 차지가 된 것이다. 이날 종가 기준 셀트리온제약의 시가총액은 6조6966억원으로 시총 3위인 에이치엘비(4조9285억원)보다 1조7681억원가량 커진 상태다.

셀트리온은 전날 국내와 미국, 스페인 등에서 진행된 코로나19 항체치료제 'CT- P59(성분명 레그단비맙)'의 글로벌 임상2상 투약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임상2상은 코로나19 환자 327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는데 셀트리온은 한달 후 발표 예정인 임상2상 중간 결과가 나오는 대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조건부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허가 즉시 판매하기 위해 10만명 분을 이미 생산해 놓은 상태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주가 역시 코로나19 치료제 임상2상 투약 완료 소식에 상승세를 타고 있다.

셀트리온 주가는 전날 외국인들이 1233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9.45% 급등했다. 외국인들의 ‘사자’에 25일 셀트리온 거래대금은 3조5961억원을 기록하며 단일종목 하루 최대 거래대금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날 기관을 중심으로 차익매물이 쏟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개인들이 대부분의 물량을 받아내며 셀트리온 주가는 0.15% 하락하는데 그쳤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셀트리온헬스케어 역시 전날 주가가 8.32% 급등했고 이날도 1.48% 올랐다. 시가총액은 16조 6535억원으로 늘어나며 코스닥 시가총액 1위를 굳건히 했다.

◇ 씨젠 주가 하향세···‘장기비전 불투명’ 

코로나19 사태의 최대 수혜주였던 씨젠은 셀트리온그룹주와 반대로 코로나19 관련 치료제나 백신개발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급락하고 있다.

씨젠은 코로나19 진단키트 판매가 전체매출의 85%를 차지하고 있고 특히 대부분이 수출물량이다. 현재 씨젠은 국내 진단키트 수출물량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면 진단키트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주가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씨젠 주가는 이번달 초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진단키트 수요 증가 기대를 받고 상승세를 탔고 5일에는 28만5300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후 글로벌 제약바이오업체들이 속속 코로나19 백신 개발 소식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계단식으로 급락하고 있다.

씨젠 주가는 화이자가 처음 코로나19 백신 임상 결과를 발표한 10일 8.94% 급락했고 다음날인 11일에도 7.86% 떨어졌다. 이어 모더나가 코로나19 백신 임상 결과를 발표한 17일에도 10.41% 추락했다. 이어 24일 아스트라제네카가 코로나19 백신 임상 결과를 발표하면서 씨젠 주가는 또다시 12.54% 급락했다. 셀트리온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진전 소식이 전해진 25일에도 씨젠 주가는 4.26% 떨어졌다. 이날 종가 기준 씨젠 주가는 18만1200원으로 이달 최고점인 28만5300원보다 36.5% 하락한 상태다.

씨젠은 올해 3분기에 매출 3269억원, 영업이익 2099억원을 냈다. 올해 누적으로는 매출 6835억원, 영업이익 4187억원이다. 3분기까지 씨젠의 올해 영업이익은 셀트리온헬스케어(2703억원)보다도 많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에도 코로나19 대유행은 지속될 것이고 진단키트에대한 수요는 꾸준히 나올 것”이라며 씨젠이 내년에 매출 1조2303억원, 영업이익 7700억원을 낼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씨젠을 놓고 코로나19 이후에 대한 비전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시선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셀트리온그룹주와 씨젠 주가의 엇갈림을 놓고 ‘주가는 미래 가치를 반영한다’라는 주식시장의 속성이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