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화웨이, 내년 점유율 4%로···삼성전자, ‘가성비폰’으로 맞불
화웨이, 중저가 브랜드 아너까지 매각…샤오미 직접 반사이익 삼성전자도 내년 보급형 제품 판매 늘려 점유율 확보 전망 수익성이 관건…내년 마케팅 단축‧생산원가 절감 지속
[시사저널e=윤시지 기자] 삼성전자가 내년 화웨이가 빠진 보급형 스마트폰 시장을 노린다. 미국 정부 제재 여파로 내년 화웨이 스마트폰 점유율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보급형 시장에서도 삼성전자 ‘굳히기’ 전략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사업 수익성이다.
2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스마트폰 3억대 이상 판매를 목표로 한 가운데 갤럭시A 시리즈 등 중가형 제품 비중을 올해와 비슷한 60~70% 수준으로 유지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이어 올해까지 갤럭시A 시리즈 강화를 통해 300~500달러 수준 중가형 제품 판매 비중을 과반 이상으로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부품업계 관계자는 “내년엔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 2억6000만~2억7000만대에서 10% 이상 전체 출하량을 늘리고 준플래그십이나 중저가 제품군을 키워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수년간 전체 스마트폰 시장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화웨이의 공백이 모처럼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때 출하량 기준으로 삼성전자를 제치고 스마트폰 시장 1위를 기록했던 화웨이는 미국 정부 제재 여파로 스마트폰 사업에서 크게 위축된 상태다. 최근엔 중저가 브랜드 아너까지 매각하면서 내년엔 중국 내수 중심으로 사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화웨이 스마트폰 생산 점유율이 올해 14%에서 내년 4%로 1/3 수준으로 뚝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화웨이가 매년 2억대가량 스마트폰을 판매한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내년 출하량은 1억대를 크게 밑돌 것으로 보인다.
내년 화웨이 빈 자리를 두고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중국 샤오미, 오포, 비보 등 경쟁사의 공세가 거세다. 이들 3인방은 화웨이가 영업에 차질을 겪는 서유럽, 남미, 중동 등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 보폭을 키웠다.
중국 스마트폰 2위인 샤오미는 화웨이 빈 자리를 차지하며 두각을 드러내는 추세다. 샤오미는 올 3분기 스마트폰 사업에서 역대 분기 최대 수준인 8조원 규모 매출을 거뒀다. 특히 화웨이 입지가 좁아진 서유럽 시장에선 샤오미 스마트폰 출하량이 107% 급증해 3분기 전체 해외 시장 매출(398억 위안‧약 6조7166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했다. 내년엔 삼성전자와 애플의 뒤를 이은 3위 제조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증권가도 삼성전자 수혜를 전망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내년 화웨이의 스마트폰 물량이 1억3000만대가량 감소하는 가운데, 샤오미, 오포, 비보가 1억대 가까운 수요를 가져가고 삼성전자가 2000만대 규모 물량이 확대되는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가져올 2000만대 수요는 주로 300~500달러 수준의 중가형 스마트폰에 쏠릴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가 보급형 가격을 낮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것이란 예상도 있다. 더버지 등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1월 유럽 시장에 내놓을 첫 보급형 스마트폰인 갤럭시A12와 갤럭시A02s의 가격대를 각각 180유로(약 24만원), 150유로(약 20만원) 수준으로 낮게 책정할 계획이다. 화웨이 공백을 두고 겨루는 중국 경쟁사들이 150~250달러 수준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이를 앞세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해부터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게 생산 원가절감은 주요 화두가 됐다. 지난해 10% 아래로 떨어진 영업이익률을 회복하기 위해 부품 조립과 같은 저수익 작업은 외주 생산으로 돌렸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가 겹쳐 수익성 개선에 대한 위기감이 더 커졌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오프라인 마케팅 비용을 대폭 줄이고 매 분기 단행하던 부품 단가 인하 폭도 확대해 수익성을 챙겼다. ‘FE’ 시리즈와 같은 준플래그십 제품군을 앞세워 신제품 연구 개발 비용을 줄였다. 내년에도 보급형 제품 판매를 확대하는 동시에 수익성 개선에 집중할 전망이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에게 보급형 스마트폰이 수익성에 큰 도움이 되지 않지만 향후 사물인터넷 등 서비스 사업 매출을 확대하기 위한 발판이라 점유율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폴더블 스마트폰 등 차세대 고부가 제품 판매 비중이 확대돼야 가시적으로 사업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