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특고 산재보험 확대···전속성 폐지·보험료 부담 관건
전속성 기준으로 대부분 특고·프리랜서 산재보험 가입 못해 특고·사업주 보험료 경감 및 지원 법안 처리 주목
[시사저널e=이준영 기자] 여당이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전속성 기준으로 수많은 특고와 프리랜서들이 산재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상황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산재보험 적용 제외된 택배노동자가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특수고용노동자의 산재보험 적용 제외 폐지를 담은 개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지 주목받고 있다. 특히 지난 10월 택배 배송 중 사망한 김아무개씨의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를 소속 대리점이 대필 작성한 것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실제로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2020년 7월 기준 특고의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률은 79.7%에 달했다. 지난 2015년 공단이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에서는 신청과정에서 사업주의 권유 또는 강요가 있었다는 답변도 9.5%로 나타났다. 산재보험 적용제외 사실을 모르는 비율은 40.3%였다.
이처럼 산재보험 적용제외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은 특고의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제도’를 폐지해 특고가 일반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예외규정 없이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게 함으로써 산재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지난 10월 발의했다.
같은 당 노웅래 의원도 특고의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을 종사자의 질병·육아 등 사유 또는 사업주의 귀책사유 등으로 1개월 이상 휴업하는 경우에만 허용하도록 적용 제외신청 사유를 제한하는 법안을 지난달 발의했다.
다만 두 개정안 모두 현재 산재보험이 적용되는 14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직종에 한해서만 적용된다. 14개 직종은 보험설계사, 골프장캐디, 학습지교사, 레미콘기사, 택배기사, 퀵서비스기사, 대출모집인, 신용카드회원 모집인, 대리운전기사, 건설기계기사, 방문판매원, 대여제품방문점검원, 방문강사, 가전제품설치기사, 화물차주 등이다.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특고나 프리랜서들은 이 법안이 처리되더라도 여전히 산재보험 사각지대에 남아있게 된다. 이는 정부가 만든 전속성 기준 때문이다. 전속성은 소득의 일정 수준 이상을 한 사업주로부터 얻는 정도를 말한다. 정부는 주로 하나의 사업장에서 근무해야만 산재보험을 적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10일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특고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제외 폐지는 중요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특고와 프리랜서에 대한 산재보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현재 220만명의 특고 프리랜서 가운데 정부가 정한 14개 특고 직종은 40만~50만명에 불과하다. 여기서 제외된 대부분이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산재보험법의 적용을 받는 직종 외 모든 특고를 산재보험 적용대상에 포함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2015년 1월 인권위는 “현재 산재보험법의 적용을 받는 6개 직종 외 모든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산재보험 적용대상에 포함할 것을 권고한다”며 “특고의 규모는 현재 산재보험법의 적용을 받고 있는 6개 직종 약 48만명을 포함해 약 40개 직종 128만명으로, 전체 특고 중 약 60%는 산재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다. 특고의 경우 노무제공 상대방인 사업주에게 경제적 종속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일반 근로자와 유사한 사회적 보호의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사각지대 없는 특고 산재보험 적용 확대를 위해서는 전속성 기준 폐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최 실장은 “전속성 기존을 폐지해 특고와 프리랜서 모두에게 산재보험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산재보험료에 지원에 대한 법 개정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주목받고 있다. 윤준병 의원은 근로자 수가 10명 미만인 사업에 고용된 근로자 중 월평균보수가 215만원 미만인 근로자와 그 사업주에게 사회보험료를 최대 90%까지 각각 지원하는 두누루리를 산재보험에도 적용하는 개정안을 최근 발의했다.
정부도 지난 9월 ‘재해율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해 산재보험료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경감할 수 있다’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두 안 모두 특고 노동자와 사업주에 대해 보험료를 지원 또는 경감하는 내용이다. 그 동안 특고의 산재보험료 부담을 이유로 국회에서 번번히 처리가 막혔던 상황에서 이 법안들 통과가 주목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