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구멍 서울 전세, 12월 ‘장기전세’로 뚫어볼까
고덕강일4·6·7·8·9단지, 마곡9, 위례13, 공덕SK뷰 미계약분 상당수 대기자에 돌아가 내달 개화산 역세권 등에서 나오는 장기전세물량 입주자 모집공고 예정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정치권이 수도권 전세시장 수급 불균형 등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각론을 놓고 연일 정쟁을 벌이는 가운데, 실속 있는 임대수요층 사이에서 장기전세주택이 주목받고 있다. 올 상반기엔 7년 만에 역대 최고로 많은 물량인 2300여 가구가 풀려 시장의 눈길을 끌었지만 초기 계약율이 100%에 미달한 단지도 상당수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가 올 상반기 제공한 장기전세주택의 1순위, 우선공급 접수결과를 보면 총 공급호수 2316가구에 1만2811명이 신청해 평균 5.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급계획이 발표되던 시기인 5월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는 패닉바잉(공황구매) 열풍이 불고 전세가격이 수개월간 상승곡선을 그리며 과열되던 것에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과다.
특히 SH가 지난달 당첨자들과 계약을 진행한 결과는 더 뜻밖이다. 강동구, 송파구, 마포구 등 서울 내에서도 인기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강동구 강일동 고덕강일4단지(36세대 미계약) ▲고덕강일6단지(66세대 미계약) ▲고덕강일7단지(59세대 미계약) ▲고덕강일8단지(11세대 미계약) ▲고덕강일9단지(15세대 미계약) ▲강서구 마곡동 마곡9단지(7세대 미계약) ▲송파구 거여동 위례13블록(96세대 미계약) ▲마포구 공덕동 공덕SK리더스뷰(8세대 미계약) 등의 단지에서 계약이 불발됐다. 미계약분만 298세대가 발생하며 초기계약율은 87%에 그쳤다. SH공사 관계자는 “계약이 미진행 된 이유 등 개인정보에 관한 사항은 확인이 어렵다”며 “미계약분은 예비당첨자에게 순차적으로 공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전세주택제도는 무주택 세대주에 한해 주변 전세 시세의 80% 이하의 가격으로, 2년 단위의 재계약을 통해 최대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실제 고덕강일지구는 전용 59㎡ 기준으로 보증금이 약 2억6000만 원으로 책정됐으며, 전용 84㎡(33평형)은 약 3억 원 가량이었다. 당첨자들은 입주 중인데 현재 인근의 강일리버파크 4단지의 전용 84㎡(33평형) 전세매물이 약 6억3000만 원에 나와 있는 점에 견주어봤을 때 경제적 혜택이 매우 크다. 송파구에 위치한 북 위례 지구는 전용 74㎡가 3억6000만 원이고, 84㎡(33평형)의 보증금이 3억8000만 원이었다. 현재는 웃돈을 포함해 두 배 값에 전세를 구하려 해도 씨가 말라 찾기 힘든 상황이다.
다만 한계도 뚜렷하다. 신청면적별로 가구당 일정 소득과 자동차 기준을 갖춰야 하는데 해당 조건이 까다롭다는 지적도 있다. 대표적으로 4인 가구 기준은 월 소득이 626만 원, 3인 가구는 562만 원 이하여야만 지원이 가능하다. 또한 보유 부동산은 공시가격 기준 2155원 이하여야 하며 차량 가액은 2764만 원으로 책정돼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분양시장에서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을 130%에서 160%까지 확대하는 등의 방안으로 특별공급 요건을 완화해 실수요자를 보호한 만큼, 장기전세제도의 문턱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SH공사는 내달 중 하반기 장기전세물량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번에는 강서구 개화산 역세권에서 공급하는 신축 물량을 포함해 세입자의 퇴거로 인한 물량이 공급될 예정이다. SH관계자는 “공고는 12월로 예정돼있지만 입주물량은 아직 미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전세수급지수는 191.1을 기록해 2001년 8월(193.7)이후 19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0~200 범위로 전세 수급상황을 나타내는 것으로 수치가 100보다 클수록 전셋집 공급 부족이 심각한 것을 의미한다.
내년도 전망은 더욱 암울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도 전셋값 상승 폭이 올해 4.4%보다 더 확대된 5.0%에 이를 전망이라고 추산했다. 김성환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임차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게 어려워졌다. 임대차3법 제도 시행 초기 매물 잠김에 의한 가격 상승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분양시장과 같이 임차시장에서도 공공 임대주택 입주자격 완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