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최태원·정의선·구광모는 왜 또 다시 뭉쳤을까
산업 환경 변화로 협력할 부분 많아지고 대내외 불확실성 커져 모임 활성화 될듯 정치인 없는 상황 속 허심탄회하게 속내 나눌 수 있을 것으로 기대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4대 그룹(삼성·현대차·SK·LG) 총수들이 연이어 회동을 이어가는 것을 놓고 재계 해석이 분분하다. 대내외적으로 복잡해지는 경영환경 속에서 비슷한 처지에 놓인 탓에 함께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행보란 분석이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구광모 LG회장은 지난 5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 애스톤하우스에 모여 식사를 함께 했다. 모임을 주도한 이는 맏형격인 최태원 회장으로 알려졌다.
해당 모임은 4대 그룹 총수 외 누구도 함께 하지 않았다는 점, 또 비공개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재계의 관심을 받았다. 이를 두고 ‘부친상을 당한 이 부회장을 위로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 대선 결과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공정경제3법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등 갖가지 해석이 난무했다.
허나 이번 총수들의 모임을 단순히 일회성 이벤트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분석이다. 현 경영상황 등을 봤을 때 상호 협력 및 조율을 위해 모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한 재계단체 인사는 “의외로 4대 그룹은 대외활동을 할 때 있어 여러 가지 조율할 것들이 많은데 공식적으로 모이는 기회가 적어 알려진 것 외에도 몇 번 만났을 것이란 이야기가 있었다”며 “총수들이 구체적 사업 이야기를 하진 않겠지만 서로 협력할 것은 협력하자는 공감대가 있기에 가능한 회동”이라고 분석했다.
대기업들 중에서도 4대 그룹은 사회적 활동 등을 함에 있어 기업들의 선임과도 같은 역할을 해왔다. 4대 그룹 총수들끼리만 조율할 자리가 필요한데 과거 재계 회장단 회의와 같은 자리가 사실상 사라졌다. 이런 가운데 가장 큰형님인 최 회장이 주도하며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네 사람은 지난 9월에도 한 번 모인 바 있다.
무엇보다 이 같은 모임이 가능해진 데엔 산업 환경 변화도 한 몫 했다. 4대 그룹은 더 이상 국내에서 사업적으로 상대가 죽어야만 내가 사는 관계가 아니게 됐다는 것이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4대 그룹은 사실상 국내에서 싸울 필요성이 적은 글로벌 기업이고, 산업 간 융합으로 상호협력을 할 필요성도 과거보다 커졌다”며 “공동으로 대응할 부분에 대해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국내 대기업들은 과거 선대 때와 달리 더욱 적극적으로 각 부문에서 상호 협력하는 모습이다.
한편 4대 그룹 총수의 모임을 바라보는 눈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최근 들어 국내 경영환경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고, 또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국내 기업으로서 공동으로 대응하고 논의해야할 것들이 더욱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모임은 정치인 등 정치적 이해관계가 섞인 외부인사가 없는 자리에서 순수하게 총수들의 고민을 나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