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혁신권고안에 스타트업이 분노하는 이유···”혁신이 없다”

플랫폼 운송사업의 경우 기여금 5%·운행건수 당 800원·허가대수 당 40만원 선택 가능···초기 스타트업 유예기간도 2년으로 한정 스타트업 업계 "해외 사업자와 다르게 차량·기사 비용에 기여금까지 내야해···택시와의 경쟁 없어져 국내 모빌리티 질 떨어지고 소비자 부담만 커질 것"우려

2020-11-04     차여경 기자
서울 시내에 택시들이 줄지어 서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차여경 기자] 국토교통부 모빌리티 혁신위원회가 플랫폼 제도화 및 택시제도 개선방안을 위해 권고안을 발표한 가운데 스타트업 업계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플랫폼 스타트업이 내야할 기여금이 높게 책정된데다 초기 스타트업의 진입을 높였다는 이유다. 또한 플랫폼 지원보다는 택시제도 개선에만 초점이 맞춰진 권고안이라는 지적이다.

권고안은 이른바 타다금지법이라고 불린 여객운수법 개정안 하위법령이다. 플랫폼 운송사업(Type1), 플랫폼 가맹사업(Type2), 플랫폼 중개사업(Type3) 세가지 사업을 제도권 안으로 넣어 합법으로 만드는 것이 골자다. 택시제도를 개선하고 소비자 보호 방안도 권고안에 들어있다. 국토부는 브랜드형 모빌리티(Type1+Type2)를 2022년까지 5만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플랫폼운송사업(Type1) 등 새로운 모빌리티 플랫폼은 13인승 이하 차량 30대 이상을 마련해야 하는 것, 호출‧예약, 차량 관제, 요금 선결제 등이 가능한 시스템과 차고지, 보험 등 서비스 제공 및 이용자 안전을 위한 최소 요건을 갖춰야 한다. 허가대수 상한은 없지만 위원회가 택시공급 수 등을 고려해 필요시 허가대수를 조절한다.

최근 카카오, 타다, 반반택시 등이 대거 출시한 플랫폼 가맹택시 사업(Type2)의 경우에는 다양한 요금제가 가능하도록 하고, 사업구역도 시범사업을 통해 광역화를 추진하는 등 핵심규제를 개선했다. 플랫폼 중개사업(Type3)은 중개요금 신고제도 최대한의 자율성을 보장, 다양한 서비스가 시장에서 제공될 수 있도록 했다.

플랫폼 외에도 기존 택시환경 개선을 위해 배회형 택시의 요금제도는 현재의 틀을 유지하되, 차종‧합승‧친환경차 등 관련 규제는 완화한다. 이용자 안전 및 서비스 강화를 위해 음주운전자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One Strike Out) 도입, 택시 서비스 평가 의무화 및 확대 실시, 부제․지자체 규제 등의 개선도 연구, 검토할 것을 권고했다.

국토교통부 모빌리티 혁신위원회가 지난 3일 발표한 모빌리티 혁신 권고안 중 일부. / 사진=국토교통부

하지만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모빌리티 혁신 권고안에 ‘혁신’이 빠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모빌리티 플랫폼 스타트업의 합법적인 사업을 위한 권고안이지만, 신규 진입을 막고 택시편익개선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먼저 기여금이 과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플랫폼운송사업(Type1)들은 매출액의 5%를 기여금으로 내야한다. 운행횟수 당 800원을 낼 것인지 달마다 허가대수 당 40만원을 낼 것인지 사업자가 고를 수 있다. 허가 차량이 300대 미만 사업자는 납부비율을 차등화하고, 100대 미만 사업자는 2년 간 납부유예도 가능하도록 권고했다.

또한 이번 혁신 권고안이 ‘택시’에만 방점이 찍혀 있다는 얘기도 있다. 권고안에 따르면 법인택시 회사는 플랫폼가맹사업 계약을 맺을 때 사업자 단위가 아닌 차량단위로 계약을 맺을 수 있게 됐다. 한 택시가 카카오t블루와 마카롱택시 모두 계약할 수 있는 셈이다. 다르게 해석하면 이중계약이라는 불만도 있다.

한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국토부가 초기 스타트업에 대해선 기여금을 면제하거나 대폭 감면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권고안에는 면제가 빠졌다”며 “기여금도 매출 5%, 허가대수 당 40만원, 운행횟수 당 800원 중에 고르라는데 셋 다 스타트업에겐 뭐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1000대만 굴리더라도 억대 기여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여금의 용도조차 스타트업보다는 개인택시의 청장년 기사 전환시 인센티브, 고령 개인택시 감차에 활용된다. 스타트업에게 기여금을 받아 택시기사의 밥줄을 보장해주고 면허까지 물려줄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불공정하다”며 “혁신 권고안이 스타트업의 규제를 풀었다고 하지만 결국 택시 면허 사지 않으면 사업 못한다는 말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모빌리티 기업들의 신규 진입이 어렵다는 것이 큰 문제로 꼽혔다. 흑자를 내기 어려운 플랫폼 구조인만큼 스타트업들이 기여금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 권고안으로 모빌리티 플랫폼의 질이 개선될 지는 미지수라는 전망도 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관계자는 “국내 플랫폼운송 사업자는 우버와 달리 차량, 기사, 기여금 이 세 가지 모두를 사업자가 부담해야한다. 이에 진입 장벽은 해외보다 높다”라며 “이 상황에서 본 권고안의 기여금 수준은 차량과 기사 비용에 더해 기여금 부담을 비현실적으로 가중시키는 것으로 사실상 Type1 사업자의 진입과 성장 모두를 막아버릴 우려가 크다. 스타트업이 초기에 잘 시작하더라도 성장할수록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버린 셈”이라고 말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법무법인 태평양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플랫폼 사업 비용, 서울택시 요금과 물가 대비 기여금 수준이 운행횟수 당 300원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분석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코스포 관계자는 “이미 다수 모빌리티 기업은 택시를 활용한 사업으로 방향을 돌렸고, Type1인 플랫폼운송사업에서는 스타트업들만 고군분투하고 있다”며 “국토부의 입법 방향이 확정 될 경우 타다와 같이 택시와 차별성 있는 서비스 대신 기존 택시를 활용한 사업만 활성화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타다베이직 등 플랫폼운송사업 택시와의 경쟁이 부재한 상태에서 Type2, 3에서의 플랫폼 기업 노력만으로 택시 서비스의 질이 제고 될 것인지 의문이다. 소비자가 부담해야할 가격만 높아지고 질은 나아지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