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삼성증권, 카카오계열사 IPO 수혜자 되나

KB증권·삼성증권, 카카오계열사 IPO마다 매번 참여 카카오-한투증권 vs 네이버-미래에셋 대결로 '반사이익' 향후 IPO '빅5' 등극 가능성···카카오뱅크 IPO로 도약할까

2020-11-03     이승용 기자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KB증권과 삼성증권이 카카오계열사 기업공개(IPO)마다 주관사단에 참여하면서 IPO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카카오-한국투자증권 vs 네이버-미래에셋대우 진영간 라이벌 관계 영향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카카오로서는 네이버와 친한 미래에셋대우보다는 비교적 중립에 가까운 KB증권과 삼성증권을 주관사단에 합류시키는 것이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향후 KB증권과 삼성증권이 미래에셋대우·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 등과 IPO시장에서 어깨를 겨루는 ‘빅5’ 체제가 구축될 가능성을 보기도 한다. 이를 위해서 KB증권은 대형IPO 경험을 더 늘려야 하고 삼성증권은 리츠·바이오에 편중된 IPO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카카오계열사 IPO, KB·삼성증권이 수혜?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과 삼성증권은 올해 9월 상장한 카카오게임즈를 시작으로 향후 이어지는 카카오계열사 IPO에 대표주관·공동주관·인수단 등의 형태로 참여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공동대표 주관을 맡았다. 당초 한국투자증권이 대표주관사였으나 삼성증권은 후발주자로서 공동대표주관사 자격을 따냈다. 여기에 KB증권은 인수단으로 추가 합류했다.

KB증권과 삼성증권은 내년 상장을 추진 중인 카카오페이 주관사에도 이름을 올렸다. 카카오페이는 지난달 대표주관사로 KB증권과 골드만삭스를 선정했는데 전날 삼성증권과 JP모건을 공동주관사로 추가했다.

카카오는 카카오게임즈·카카오페이 외에도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뱅크의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M 역시 잠재적 상장 후보로 꼽히고 있다. IPO를 통해 대규모 자본을 유치해 성장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이 카카오의 목표다.

카카오페이지 IPO는 NH투자증권과 KB증권이 공동으로 대표주관사를 맡고 있다. 카카오게임즈와 카카오페이 전례를 생각해보면 향후 삼성증권이 공동주관사나 인수단으로 합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직 상장주관사를 결정하지 않은 카카오뱅크 IPO에서도 KB증권과 삼성증권이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KB증권과 삼성증권이 카카오계열사 IPO에서 활동폭을 넓힌 배경으로는 최근 몇 년간 증권업계가 구축한 동맹관계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네이버가 미래에셋대우와 지분을 교환하면서 혈맹관계를 구축하자 이에 대응해 카카오는 한국투자증권과 동맹관계를 맺었다. 이러한 역학구도로 카카오계열사 IPO에서 미래에셋대우는 끼어들기 힘들게 됐다. NH투자증권 역시 한국투자증권과 IPO분야에서 수위를 다투는 경쟁사이기 때문에 기회가 제한적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반면 KB증권과 삼성증권은 관계가 비교적 중립적이고 한국투자증권과 IPO분야에서 수위 경쟁을 펼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카카오로서는 최적의 대안이 되는 셈이다.

◇ KB·삼성증권, 빅5 시대 열까

국내 IPO 시장은 현재 '빅3' 체제다.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이 대형 IPO딜을 사실상 전담하고 있고 중소형 IPO도 상당수를 점유하고 있다. 다른 증권사들은 빅3의 벽을 넘어서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인력만 살펴봐도 한국투자증권의 IPO본부는 50명대 중반에 이른다.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역시 40명대에 이른다.

KB증권과 삼성증권은 올해 주관규모와 건수, 수수료수입 기준으로 빅3에 이은 4~5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KB증권은 올해 3월 서울바이오시스 상장주관을 시작으로 플레이디, 제이알글로벌리츠, 넥스틴, 미코바이오메드 등의 상장을 주관했다. 삼성증권은 올해 위더스제약과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카카오게임즈의 상장주관을 맡았다.

KB증권과 삼성증권이 최근 IPO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향후 빅5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는 관측도 조금씩 제기되고 있다. KB증권과 삼성증권의 IPO분야 인력은 어느새 30여명까지 늘어난 상태다.

KB증권과 삼성증권이 IPO분야에서 빅5 시대를 열려면 KB증권의 경우 대형IPO 경험을, 삼성증권은 바이오와 리츠에 치우친 IPO주관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 상장이 계획 중인 카카오뱅크 IPO가 KB증권과 삼성증권이 빅5로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 계열사 가운데 기업가치가 최대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TPG캐피탈로부터 총 7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받으면서 기업가치가 8조5800억원으로 산정됐는데 장외시장가 기준 카카오뱅크 기업가치는 훨씬 크다. 지난달 46조원을 넘어서기도 했고 최근에도 35조원 가량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 이해관계자로서 상장주관을 맡지 못한다. 한국투자증권 경쟁사인 미래에셋대우가 카카오뱅크 상장주관을 따낼 가능성 역시 극히 낮다. 한국투자증권과 IPO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NH투자증권이 대표주관사를 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도 적지 않다.

반면 KB증권과 삼성증권에게는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 KB증권과 삼성증권이 지금처럼 카카오계열사 IPO마다 같이 한다면 카카오뱅크 상장주관사 입찰에서 기회가 갈 것이라는 시선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