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배터리 무난히 분사 확정···‘나홀로 반대’ 국민연금 판단 ‘도마 위’

LG화학 배터리사업부 분사 주총 통과···12월 ‘LG에너지솔루션(가칭)’ 출범 찬성률 82.3%···“2대주주 국민연금의 반대, 국민자금 운영 기관 판단력 의심”

2020-10-30     김도현 기자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LG화학의 배터리사업부 물적분할 방안이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확정됐다. 오는 12월 1일 ‘LG에너지솔루션(가칭)’이란 신설법인이 출범하게 된다.

국내·외 주요 투자자들이 찬성표를 던진 가운데, 반대표를 던진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대한 지적도 불거질 전망이다. 국민자금을 관리하는 기관의 판단력과 함께 기업 의사결정에 과도하게 개입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30일 LG화학은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대강당에서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안건으로 상정된 전지사업부 물적분할안이 원안대로 승인됐다. 주총 안건의 승인을 위해서는 발행주식의 1/3, 참석주주 2/3 이상이 찬성의사를 내야 가능하다. 이번 주총에서는 77.5%의 의결권을 가진 주주들이 참석했으며, 찬성률이 82.3%에 달했다.

당초 분할계획이 알려지면서 소액주주 중심으로 반발이 컸다. 배터리사업 전망을 보고 투자했는데, 해당 사업부가 물적분할 돼 100% 자회사로 재편될 경우 주주에 돌아오는 실익이 전무하다는 이유였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안건의 가결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LG 측이 신설법인의 상장을 추진하더라도 높은 지배력을 유지할 계획이라는 점을 강조함에 따라 기업가치 제고 효과가 클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날 주총에서는 2대주주 국민연금을 제외한 외국인들과 주요 기관들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무난히 가결됐던 것으로 알려진다. LG화학은 그룹 지주사 그룹 지주사 ㈜LG가 33.37%로 최대주주다. 발행주식의 40%는 외국인, 10%는 국내기관 및 개인투자자다. 찬성률이 82.3%임을 감안하면, 소액주주들과 국민연금 중심으로만 반대가 이뤄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시장과 역행한 이번 국민연금의 판단을 두고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지침을 보면, 장기적으로 주주가치 증대에 기여하며, 환경·사회·기업지배구조 등 책임투자요소를 고려해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돼 있다. 회사분할 및 분할합병과 관련해서는 사안별로 검토하되 주주가치 훼손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반대하지만, 기금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확보하고자 할 경우 반대·기권이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30일 열린 LG화학 임시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사진=LG화학

LG화학의 분사안이 장기적 주주가치 증대에 기여치 않다고 판단했거나 주주가치 훼손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 지난 27일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는 “분할계획의 취지 및 목적에는 공감하나, 지분가치 희석 가능성 등 국민연금의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반대의사를 내기로 한 배경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투자사 관계자는 “지분율은 낮지만 주주의 다수를 차지하는 소액주주들을 중심으로 집단 반대 움직임이 감지됐지만, 세계최대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를 포함한 주요 기관들이 찬성의견을 낸 이후 국민연금이 반대를 결정했다”면서 “가치판단에 대한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사업적 실익보다 여론에 좌우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홀로 다른 결론을 냈거나, 여론에 좌우된 선택을 감행했을 경우 국민연금의 의사결정 과정과 판단력에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국내 주요 대기업의 핵심주주로 참여하고 있으며, 국민의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클 수밖에 없는 대목”이라고 시사했다. 또 “과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도 물의를 일으켰던 만큼, 국민연금이 주주로서 적극적 역할을 행함에 있어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LG화학은 분사를 통해 확보한 투자금을 바탕으로 배터리 분야에서 초격차 전략으로 글로벌 1위 지위를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존 석유화학·첨단소재·생명과학 사업부문의 배터리 투자 확대에 따른 재무부담을 완화하고, 자체적으로 창출되는 현금의 재투자를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펼칠 것이라 예고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주총장에서 인사말을 통해 “LG화학이 70여년 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던 것은 창조적으로 변화하고 끊임없이 도전해 왔기 때문”이라며 “이번 분사도 영속하기 위한 또 다른 걸음”이라 언급했다. 또 “LG화학이 글로벌 5대 화학사로 도약할 수 있도록 주주의 지지와 격려를 부탁드린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