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IPO에 희비 엇갈린 증권사 CEO···최현만 ‘웃었다’

크래프톤 IPO주관 경쟁에서 미래에셋 '대표주관'··· 한국투자증권은 예상외 탈락 최현만, '판교 대전'에서 미래에셋 이끌어···IPO 세대교체로 내년 주관 1위 복귀도 유력

2020-10-29     이승용 기자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배틀그라운드 개발사 크래프톤의 상장주관사 경쟁에서 미래에셋대우가 단독주관사를 따내자 입찰 경쟁에 참여했던 증권사 CEO들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크래프톤은 예상 기업가치가 30조원을 넘는 역대급 ‘IPO 대어’이기에 프레젠테이션(PT) 현장에 최현만 수석부회장을 비롯한 증권사 CEO들이 모두 참석하며 뜨거운 경쟁을 펼쳤다. 결과적으로 최 수석부회장은 승리자로서 위상을 뽐냈다.

미래에셋대우는 크래프톤 IPO를 통해 내년 IPO주관부문 1위 복귀가 매우 유력해졌다. 최 수석부회장 역시 내년 3월 연임을 위한 업적을 쌓았다는 평가다.

◇ ‘판교 대전’ 엇갈린 희비···최현만 ‘웃고’ 정일문 ‘씁쓸’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이 내년 상장을 위한 대표주관사로 미래에셋대우를 단독 선정하면서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의 위상이 한층 강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크래프톤은 21일 주관사 선정을 위한 프레젠테이션(PT)을 거쳐 27일 최종 주관사를 선택했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은 최종후보(숏리스트)에 포함되어 21일 PT발표를 진행했다.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대표이사 수석부회장과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이사 사장 등 증권사 CEO들은 판교 크래프톤 본사에서 진행된 PT 발표를 지원하기 위해 모두 참석했다.

IPO기업으로서는 얼마나 높은 직급에 있는 증권사 관계자가 PT에 참여하느냐에 따라 ‘정성’을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각 증권사 CEO들이 모두 직접 참석했다는 것은 크래프톤 IPO 주관사 입찰 경쟁이 그만큼 뜨거웠다는 반증이다. 이 때문에 이번 크래프톤 PT 경쟁을 놓고 ‘판교 대전’이라는 말도 나왔다.

크래프톤은 대표주관사로 미래에셋대우를 단독으로 선정했고 공동주관사로는 크레디트스위스,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JP모간, NH투자증권을 선택했다.

미래에셋대우가 단독 대표주관사를 따내자 증권사 CEO대결에서 최현만 수석부회장이 완승을 거뒀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NH투자증권은 공동주관사에 포함되면서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도 나름 체면을 살릴 수 있었다.

반면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아쉬움을 남기게 됐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은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국내 IPO ‘3강’ 증권사였기에 이번 크래프톤 주관사 입찰 탈락을 놓고 이변이라는 말도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IPO ‘3대장’이었던 SK바이오팜·카카오게임즈·빅히트엔터테인먼트 상장 주관사단에 모두 이름을 올리며 IPO명가로서 명성을 뽐낸 바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정일문 사장은 예상치 못한 결과에 고개를 떨궈야했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 최현만, 세대교체로 IPO 1위 복귀 성공?

미래에셋대우가 단독으로 대표주관사에 선정된 것도 예상외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통상 공모규모가 수천억원 이상인 대어급 IPO의 경우 대표주관사와 공동주관사를 2~3개씩 선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청약물량을 여러 증권사 창구로 나누지 않는다면 해당 증권사 계좌가 없는 고객들이 청약을 할 수 없어 물량소화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미래에셋대우는 대표 주관사 몫을 독차지하게 됐다. 통상 IPO 주관사 선정에서 대표주관사는 총 공모물량의 60~70%를 챙기고 공동주관사단은 30~40%를 맡는다. 여기에 대표주관사와 공동주관사가 각각 2곳 이상 선정되고 인수단으로 참여하는 증권사까지 있다면 증권사별 수수료 수입은 급속히 줄어든다.

실제로 SK바이오팜의 경우 NH투자증권과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이 대표주관을 맡았고 한국투자증권, 모건스탠리가 공동주관을 맡았다. 여기에 SK증권, 하나금융투자가 주관사단에 합류하면서 NH투자증권이 가져가는 물량은 전체 공모주식의 26%에 불과했다. 공동주관사단으로 참여했던 한국투자증권은 17.5%를 받아갔다.

실적에 기반한 기업가치평가 방식으로 본 크래프톤 몸값은 30조원을 훌쩍 넘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크래프톤은 올해 상반기 기준 매출 8872억원, 영업이익 5137억원을 냈다. 미래에셋대우는 크래프톤 IPO수수료만 150억원 이상을 수취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올해 IPO를 살펴보면 건별 수수료 1위는 카카오게임즈 주관을 맡았던 한국투자증권이 받은 52억원이다. 2위는 미래에셋대우가 원방테크 상장주관으로 받은 27억8600만원이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상장에서 가장 많은 수수료를 받은 증권사는 NH투자증권으로 27억원가량을 챙겼다.

이를 감안하면 미래에셋대우는 내년 크래프톤 IPO주관을 통해 2018년 이후 3년 만에 금액기준 상장주관부문 1위로 복귀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앞서 미래에셋대우는 2017년과 2018년 IPO시장에서 연이어 상장주관 1위를 차지했지만 지난해에는 4위로 떨어지는 등 부진에 빠졌다.

이에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말 인사에서 세대교체를 실시하며 반전을 꾀했다. IPO본부장을 1972년생인 성주완 상무로 교체하고 IPO본부 1팀과 2팀의 팀장도 모두 1970년대 생으로 교체했다. 미래에셋대우가 이번에 크래프톤 IPO주관을 따내면서 내년 3월말 임기가 끝나는 최현만 수석부회장의 입지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