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꿈꾸는 SK텔레콤...탈통신 앞장선다
사명 변경 통해 비통신 분야 성장 의지 보여줄 가능성 높아
[시사저널e=원태영 기자] SK텔레콤이 통신사라는 이미지를 버리고 ‘빅테크’ 기업으로의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사실상 내수 시장을 통해 한정된 파이를 나눠먹는 통신에서 벗어나 종합 ICT 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의지다.
2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최근 사명 변경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통신을 의미하는 텔레콤을 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국제 가전·IT 전시회 ‘CES 2020’에서 사명 변경 가능성을 예고하기도 했다.
박 사장은 “현재 60% 수준인 통신 매출이 ICT 분야 성장으로 50% 미만으로 내려갈 수 있다”며 “정체성에 걸맞은 이름 변경도 고민할 시점이다. 모든 것이 연결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SK하이퍼커넥터’ 등을 생각해봤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제부터는 시장에서 통신회사가 아닌 ‘ICT 복합기업’으로 재평가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은 국내 이동통신 1위 사업자다. 과거 2G 시절부터 최근 5G까지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박 사장은 오히려 탈통신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의 올해 화두는 ‘ICT 복합기업’이다. 박 사장은 지난 1월 열린 ‘2020년 SK ICT 패밀리 신년회’에서 “이동통신과 신사업을 양대 성장 엔진으로 삼아 명실상부한 ICT 복합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무선통신 1위 업체인 SK텔레콤이 탈통신에 적극적인 배경에 대해 업계는 30년 가까이 무선통신 분야 1위를 지켜오며 통신 외에 새로운 돌파구가 절실했을 것이라고 해석한다. 실제로 한국의 이동통신 보급률은 120%를 넘어선 상태다. 특히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의 경우 향후 추가 성장을 노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SK텔레콤의 탈통신 행보는 지난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처음으로 통신시장에 탈통신이라는 화두를 던진 바 있다. 아울러 하성민 전 SK텔레콤 사장도 ‘ICT노믹스’(ICT + Economics)라는 화두를 제시하며 ICT 기업으로의 변모를 강조한 바 있다. KT와 LG유플러스도 함께 탈통신을 화두로 내걸고 있지만 SK텔레콤은 다르다.
과거 전임 사장들이 강조했던 탈통신은 박 사장을 통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경쟁사 대표이사가 제조업 출신인 것과는 달리 박 사장은 계열사 IT서비스 회사를 거치며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사업 경험도 쌓았다. 여기에 그는 인수 합병 전문가로 굵직한 협력 계약을 체결하는데도 전문가다.
박 사장은 미디어 영역과 관련해 ‘옥수수’와 방송 3사 ‘푹’의 통합을 추진해 신규 OTT 서비스 ‘웨이브’를 출범시켰으며,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도 최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보안에서는 ADT캡스를 과감히 인수해 이후 ADT캡스와 자회사 NSOK을 합병했으며, 정보보안 기업 SK인포섹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커머스 영역에서는 11번가와 SK스토아를 커머스 사업부로 편입해 두 회사의 협업을 통해 수익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도록 했다.
가장 최근에는 T맵을 중심으로 한 모빌리티 사업 분사를 공식 선언했다. 내달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티맵모빌리티 주식회사(가칭)’가 첫발을 내딛는다. 글로벌 차량공유업체 우버가 신설법인에 지분을 투자하고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기로 하는 등 모빌리티 동맹도 본격화한다.
SK텔레콤은 기존 △이동통신 △미디어 △보안 △커머스 등 기존 사업에 이어 모빌리티를 회사의 성장을 이끌 다섯 번째 핵심 사업으로 꼽았다. 출범 단계에서 1조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티맵모빌리티를 2025년 기업가치 4조5000억 원 규모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이미 증권가에서는 SK텔레콤을 통신사가 아닌 종합 정보통신기술(ICT)로 봐야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SK텔레콤의 비통신 매출은 6조원으로 비중이 36%에 달한다. 연평균 9%씩 10년간 2배 규모로 늘었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의 비통신 매출은 6조원, 비중 36%. 연평균 9%씩 10년간 2배 규모로 성장해 왔다”며 “SK텔레콤은 뉴 ICT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 기업가치를 반영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SK텔레콤이 향후 카카오와 비슷한 길을 걸을 것이란 예측을 내놓는다. 카카오가 메신저 카카오를 바탕으로 다양한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출시했던 것처럼, SK텔레콤도 T맵 등을 활용한 B2C 사업 확장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0년 LG유플러스가 사명을 LG텔레콤에서 LG유플러스로 변경했듯이, SK텔레콤도 텔레콤을 뗄 가능성이 높다”며 “텔레콤을 떼고 탈통신 영역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