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 출신이 대세?···임기만료 앞둔 금융협회장에 쏠리는 시선
김용덕 손보협회장, 車보험료 인상 등 현안 조율 긍정 평가···연임 가능성 제기 차기 은행연합회장 후보로 최종구·민병두 등 거론···손보협회장, 진동수·진웅섭 등 물망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국내 주요 금융협회장들의 임기 만료가 눈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차기 협회장 선임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내달 초 임기가 끝나는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을 시작으로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신용길 생명보험협회장이 모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다양한 후보들의 이름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현 정부들어 각 업계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가 강화되자 최근에는 업계 출신 인사보다는 관료 출신 인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에 맞서 업계의 이익을 대변해줄 수 있는 거물급 협회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금융사들 사이에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관료 출신 협회장 쏠림 현상으로 인해 금융사와 금융당국의 유착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손보협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내일(21일) 첫 회의를 열고 후보 추천 일정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회추위는 6개 손보사(삼성화재, DB손보, 메리츠화재, 한화손보, 롯데손보, 코리안리)의 CEO 6명과 외부 인사 2명 등 총 8명으로 구성됐다. 김용덕 현 손보협회장의 임기가 내달 5일 만료되기 때문에 회추위는 늦어도 이달 말까지 차기 회장 후보 추천을 완료할 예정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이는 김용덕 현 회장이다. 김 회장은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 대통령비서실 경제보좌관,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 등을 역임한 관료 출신 인사다. 지난 2017년 선임 당시에는 낙하산 논란 등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으나 임기 3년동안 자동차보험료 인상, 실손보험 제도개선 등 업계 현안을 놓고 금융당국과 효과적으로 소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금융정책에 대한 높은 이해력, 현직 관료들보다 높은 기수 등이 장점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 회장은 행정고시 15회 출신으로 행시 27회인 은성수 금융위원장보다도 12기수 높은 선배다. 김 회장 외에 강영구 메리츠화재 윤리경영실장(사장급), 유관우 김앤장 고문 등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김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손보업계의 김용덕 효과는 다른 금융협회장 인선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은행연합회와 생보협회는 모두 민간 출신 인사가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지만 차기 회장으로는 관료 출신 인사가 선임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우선 내달 30일 임기가 만료되는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후임으로는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과 민병두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김용환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사모펀드 사태의 여파로 금융상품 판매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금융지원의 압박까지 거세지자 은행권에서는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이 연합회장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최 전 위원장은 행시 25회 출신으로 금감원 수석부행장, 한국수출입은행장 등을 역임했으며 행시 23회 출신 김 전 회장 역시 금감원 수석부행장, 수출입은행장 등을 지냈다. 민 전 의원은 금융 관료 출신은 아니지만 19대 국회에서 정무위원회 위원을 지내고 20대 국회에서는 정무위원장을 맡아 다른 후보들 못지 않게 금융 정책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갖고 있는 인물이다. 3선 의원 출신인만큼 특히 정치권과 은행권의 가교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과거에는 현실적인 업계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민간 출신 협회장을 선호했으나 지금은 조금 분위기가 변하고 있는 것 같다”며 “금융당국과 정치권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협회장이 선임된다면 핀테크, 빅테크 기업과의 경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규제 역차별 등을 해결하는데도 어느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12월 임기가 만료되는 신용길 생보협회장의 후임 후보로는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 진웅섭 법무법인 광장 고문 등이 거론되고 있다. 진 전 위원장은 재정경제부 제2차관, 한국수출입은행장 등을 지냈으며 진 고문은 금융위 금융정보분석원 원장, 금감원장 등을 역임했다. 19대 국회에서 기획재정위원장을 맡았던 정희수 보험연수원장도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생보협회는 다른 협회장들에 비해 현 회장의 임기에 여유가 있는 편이기 때문에 본격적인 후보추천 작업은 내달 초쯤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3개 협회 외에 여신금융협회와 저축은행중앙회 역시 현재 관료 출신 인사가 회장을 맡고 있다. 김주현 여신협회장은 금융위 사무처장과 예금보험공사 사장 등을 지냈으며 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장은 기재부 국고국장과 금융정보분석원 원장 등을 역임했다. 김 회장과 박 회장은 각각 행시 25회, 26회 출신으로 모두 은성수 금융위원장보다 선배다.
각 금융협회의 수장들이 관료 출신 인사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아지자 일각에서는 금융당국과 금융사간의 유착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국정감사에서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관련 특혜 의혹이 불거짐에 따라 금융당국과 금융사 사이의 관계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