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서도 제기된 ‘현대重·대우조선 합병’ EU 조건부승인 시나리오

현대重·대우조선 합병심사 과정서 불거진 전망···산은·수은 대비 주문받아 조건여부 등 EU의 입장표명 전무···업계 “무리한 요구하지 않을 것” 중론

2020-10-20     김도현 기자
/그래픽=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결합심사가 주요 경쟁국가에서 이뤄지는 가운데, 최근 국감에서 유럽연합의 ‘조건부 승인’ 가능성과 이에 대한 대응책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와 주목된다. 업계는 EU가 조건을 내세운다 하더라도 무리한 수준은 아닐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글로벌 조선업계 역대 최대규모의 빅딜로 평가되는 이번 두 회사의 합병은 총 6개국의 승인을 모두 얻어내야 가능하다. 현재까지 카자흐스탄·싱가포르 등이 승인결정을 내린 가운데 한국·중국·일본 등과 유럽연합(EU)의 심사가 진행 중이다. 분수령은 EU의 판단으로 여겨진다. EU가 승인판정을 내릴 경우 잔여 심사국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방문규 한국수출입은행장 등은 각각 지난 16일과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국민의 힘 서일준 의원은 이 회장과 방 행장에 ‘EU의 조건부 승인에 반대해야 하지 않느냐’고 질의했다. 만약 EU가 시장점유율을 낮출 것을 유도할 경우 국내 조선 생산시설의 감축과 이에 따른 피해가 막심할 것이란 우려 섞인 질문이었다.

이 회장은 “조건 없는 승인이 나올 수도 있다”면서도 “(조건부 승인이 나올 경우)시정해 나가는 방법도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답했다. 이에 서 의원은 “사실 상 조건부 승인을 허용하겠다는 게 아니냐”고 질타했다. 사흘 뒤 같은 질문을 받은 방 회장은 “무리하게 생산기반을 와해시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산업은행과 추후 협의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조건부 승인은 EU의 심사가 장기화되면서 시장에서 제기된 시나리오 중 하나다. 단순히 승인 또는 불승인이 아닌, 일정 조건을 전제로 승인판정을 내리지 않겠느냐는 해석이다. EU가 내세울 조건으로 건조능력축소 등 과점이 우려되는 시장점유율 하락을 유도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왔다. EU의 공식적인 입장이 전혀 배재된 국내 일각의 해석이었다.

업계는 “조건부 승인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해당 관측과 같은 무리한 요구가 나올 가능성은 낮다”고 입을 모은다. 유럽 조선업계에 두 회사의 합병이 초래하게 될 영향력을 가늠하고 승인여부를 결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있다는 이유에서다. 조건부승인이 나오더라도, 기존 시장 질서를 악화하지 못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란 반응이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합병이 유리한지 불리한지 판단하는 것은 섣부르다”면서 “확실한 것은 EU는 조선사들의 고객사인 화주들이 밀집해 이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지역이고, EU가 유독 과점에 경계하는 행보를 보여 왔으며, 유래 없는 거대 조선사의 합병을 심사 중이라는 것뿐이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그는 “액화천연가스(LNG)선에서 현재 국내 조선사들이 독점에 가까운 수주를 보인다는 점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높은데, 사실 글로벌 선주들의 눈높이에 맞는 LNG선 건조능력은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국내 3사와 중국 일부 조선소들만 가지고 있어 어쩔 수 없이 과점의 형태를 띠는 것일 뿐이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EU가 LNG선 등 특정선종의 시장점유율 하락을 요구할 경우 구조적으로 삼성중공업과 중국 일부 업체에게 특혜를 주는 꼴이 된다”면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외에도 중국·싱가포르·유럽 등 소재 조선사들이 합병을 추진 중인 탓에 적극적인 시장개입이 추후 논란이 될 수 있는 만큼 EU도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을 것”이라 해석했다.

한편, EU의 판단은 내년 초순께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당초 7월 초 결론이 지어질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로 심사가 두 차례 순연되면서 미뤄지게 됐다. EU가 승인을 내릴 경우 한·중·일 3국의 추가 심사를 통해 두 회사의 합병여부가 가려지게 될 예정이며, 불승인 판단을 할 경우 합병은 무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