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허위 봉사활동 증명서 제출은 학교 업무방해”

학교 측 심사 책임 물어 무죄 선고한 항소심 뒤집고 ‘파기환송’

2020-10-18     주재한 기자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허위 봉사활동 증명서를 제출할 경우 학교의 업무를 방해한 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왔다. 봉사활동 증명서 심사 책임을 학교에 넘겨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뒤집은 판단이다.

대법원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은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항소부로 환송했다고 18일 밝혔다.

A씨는 고교생 손아무개군이 지난 2009년 3월부터 2020년 1월까지 한 병원에서 총 84시간 봉사활동을 한 것처럼 꾸민 봉사활동 확인서를 발급하도록 도와줘 손군이 학내 봉사상을 받도록 해 학교의 봉사상 심사 및 선정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은 봉사상 수상자 선정이 잘못된 책임이 허위로 봉사활동 증명서를 제출한 측에 있는지 아니면 봉사활동 확인서를 제대로 검토하지 못한 학교 측에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업무방해 혐의를 인정했으나 2심은 학교장과 공적심사위원회가 허위의 봉사활동 확인서를 가볍게 믿고 이를 수용했다며, 이는 불충분한 심사에 기인한 것이고 피고인의 업무방해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봉사활동 확인서는 그 내용이 진실할 것을 전제로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허위로 제출했다면 업무방해 위험성이 성립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업무방해죄의 성립은 업무방해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함을 요하지 않고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하면 족하다”며 “신청인이 업무담당자에게 허위의 주장을 하면서 허위의 소명자료를 첨부해 제출한 경우 업무담당자의 불충분한 심사가 아니라 신청인의 위계행위에 의해 업무방해의 위험성이 발생된 것이어서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된다”고 전제했다.

이어 “피고인이 제출한 봉사활동 확인서는 교내가 아닌 학교 외에서 이루어진 봉사활동에 관한 것이고, 주관기관인 병원이 그 명의로 발급했다”며 “확인서 자체로 명백한 모순․오류가 있다거나, 학교 담당교사들 또는 학교장 등이 확인서에서 그 내용이 허위임을 인식할 수 있었다는 사정도 발견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학교장은 피고인 측이 제출한 병원 발급의 봉사활동 확인서에 기재된 대로 손군이 봉사활동을 한 것으로 오인·착각해 봉사상 수상자로 선정했다”며 “피고인들의 허위 봉사활동 확인서 제출로써 학교장의 봉사상 심사 및 선정 업무 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봉사상 심사 및 선정 업무는 학생이 제출한 봉사활동 확인서의 내용이 진실함을 전제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봉사활동 확인서의 내용이 사실과 부합하지 않을 수 있음을 전제로 봉사상 수상의 자격요건 등을 심사․판단하는 업무라고 볼 수 없다”며 “학교장 등이 봉사활동 확인서 등 증빙자료가 위조되거나 허위로 작성될 수 있음을 전제로 발급기관에 별도로 문의해 기재 내용을 다시 확인하는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봤다.

그러면서 “그런데도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에는 업무방해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