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잡겠다던 BOE, 화웨이 잃고 가동률 '뚝'

4분기 주요 OLED 팹 가동률 20%대로 하락 전망 2분기엔 LGD 제치고 시장 2위 등극 화웨이 대체 고객 찾기 쉽지 않을 듯

2020-10-06     윤시지 기자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중국 대표 디스플레이 업체 BOE가 신성장 동력으로 밀고 있는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에 난항이 예상된다. 그간 큰 손 역할을 했던 화웨이가 미국 정부 제재에 직격타를 맞고 스마트폰 사업에 차질을 겪으면서다. 그나마 애플과 같은 주요 고객사를 단단히 붙든 삼성, LG디스플레이와 달리 BOE는 사업 타격이 두드러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BOE가 당분간 화웨이의 공백을 채울 대체 공급사를 발굴하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내 업계에겐 따라잡혔던 격차를 벌릴 기회란 평가다. 

6일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올 3분기 플렉시블 OLED를 양산하는 삼성디스플레이의 A3 공장과 LG디스플레이의 E6 팹 가동률은 각각 93%, 96%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기간 양사가 해당 공장에서 애플의 아이폰12 시리즈에 탑재될 OLED 양산을 본격 시작하면서다. 올해 애플의 아이폰12 시리즈 전제 출하량은 7500만~8000만대 규모로,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11 시리즈 4분기 출하량(약 7300만대) 대비 소폭 늘지만 OLED 채용 비중은 보다 확대될 전망이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 BOE의 주요 OLED 공장 가동률은 주저앉을 전망이다. DSCC는 BOE의 청두 B7 라인 가동률이 올 3분기 39%에서 4분기 22%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지난달 중순부터 주요 부품 수급이 어려워진 화웨이가 스마트폰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BOE에 타격이 집중될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 정부 제재를 염려한 화웨이가 지난달 주요 협력사로부터 스마트폰 부품을 끌어 모았지만 전체 스마트폰 물량을 키우기엔 역부족이었다는 설명이다. 대만 TSMC는 이미 화웨이의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설계한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위탁생산을 중단한 상태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자국 패널을 쓰면 정부 지원을 받는 중국 산업 특성상 화웨이는 BOE의 OLED 매출 90%가량을 책임지는 주요 고객이었다”면서 “화웨이가 내년을 기점으로 스마트폰 사업을 접을 수 있을 거란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BOE는 대체 공급사를 찾는 것이 급선무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처럼 중소형 OLED 사업에서 활로를 찾은 BOE에겐 악재다. 복수의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앞서 지난 2분기 BOE OLED 패널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80% 이상 성장한 900만대 후반에서 1100만대 규모로 추정된다. BOE가 화웨이는 물론 LG전자, 모토로라, 오포 등을 고객사로 확보하면서다. BOE는 올 2분기 경쟁사였던 LG디스플레이를 제치고 플렉시블 OLED 시장 2위를 차지하며 1위인 삼성디스플레이를 추격했다. 이 회사는 2024년까지 플렉시블 OLED 시장 점유율 40%를 확보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BOE는 화웨이 공백을 채울 대체 수요를 찾기 위한 시도를 지속할 전망이다. 문제는 메모리 반도체와 같은 부품과 달리, 플렉시블 OLED의 경우 하이엔드 스마트폰에 주로 탑재돼 고객사가 다소 한정적이란 점이다. 중국 샤오미, 오포, 비보 등이 대체 기업으로 꼽히지만, 선두업체였던 화웨이의 주문을 완전히 대체하기엔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기존 상장사를 중심으로 화웨이를 대체할 스마트폰 제조사를 발굴하려 하겠지만 단기적인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BOE가 내년을 기점으로 애플이나 삼성전자에 더 적극적인 영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