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독감 동시감염, 국내 가능성과 위험도 얼마나 되나
방대본, 국내 사례 3건 집계···“백신 접종률과 거리두기가 감염 크기 결정” 전문가들 “가능성 낮지만, 감염 시 위험도 높아”···백신 접종 권유
독감시즌이 다가오면서 코로나19와 독감의 동시감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방역당국도 국내에서 이같은 사례가 3건 집계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감염병 전문가들은 동시감염 가능성은 낮지만, 감염이 발생할 경우 그 위험도는 높다고 강조했다.
29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이하 방대본)에 따르면 국내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가 둘 다 양성으로 나온 사례는 3건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지난 2월 말 대구와 경북 지역에서 확인됐다. 임상 증상 등은 더 확인해야 하지만 중증은 아닌 것으로 파악한다는 방대본 입장이다.
방대본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동시감염 사례가 논문으로 보고됐다고 밝히고 있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 2.7%, 터키 2%, 미국 0.9% 등이다. 미국의 경우 116건 중 1건이 동시감염 사례로 분류됐다.
방대본에 따르면 올 2월 인플루엔자 A형이 돌았다. 이어 통상적으로 3∼4월에는 B형이 유행한다. 단, 올해는 3∼4월 대구와 경북지역 코로나19 유행으로 두 번째 인플루엔자 유행이 거의 낮은 수준으로 유지가 돼 유행이 일찍 종료됐다.
정은경 방대본부장은 지난 28일 브리핑에서 올 가을과 겨울 코로나19와 독감의 동시감염 가능성에 대해 “아직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쉽진 않다”면서 “인플루엔자에 대한 백신 접종률이나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 등이 (동시감염) 크기를 결정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국내 감염병 전문가들은 일단 코로나19와 독감의 동시 감염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 우선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가 선제적으로 유행할 경우 상대적으로 독감이 유행할 가능성은 낮다”면서 “바이러스끼리 서로 경쟁하고 간섭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동시감염 가능성은 낮지만 일단 감염되면 위험도는 높아지게 된다”면서 “미국의 분석 결과, 동시감염된 사람 중증도가 두 개 질환 모두에 걸리지 않은 사람에 비해 6배 정도 높다는 결론이 도출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대개 10월이나 11월 해외서 들어오는 경우가 많은데, 올해의 경우 해외 유입 사례가 적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하지만 고령자와 만성질환자는 서둘러 독감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엄중식 가천대학교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코로나19와 독감의 동시감염은 드물다”라며 “독감이 크게 유행하지 않는 한 가능성은 낮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단, 일단 동시감염됐을 경우 고위험군은 위험도가 높다”면서 “반면 고위험군이 아닌 환자는 증상이 상대적으로 심하고, 치료 시간이 길어질 수 있는 등 고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독감에 걸린 환자가 활동이 적어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은 낮다”며 “코로나19와 독감 두 개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사례는 어렵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천 교수는 “특히 코로나19 유행 초기에는 바이러스 힘이 강했기 때문에 동시감염 가능성은 희박했다”라며 “현재는 바이러스가 다소 약해져 증상이 없거나 약한 경우가 늘고 있는데, 초기보다는 일부 감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고 정리했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와 독감의 동시감염은 자료가 부족해 전망이 쉽지 않다”면서 “인구밀도가 높은 북반구가 남반구에 비해 (독감이) 좀 더 유행할 가능성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견해”라고 말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코로나19와 독감의 동시감염 가능성이 낮다는 것은 개인방역을 충실히 한 것을 전제조건으로 했기 때문에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상태”라며 “추석연휴가 끝난 후 어떤 일이 발생할 지는 전문가들도 예상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