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 코로나19 위기에 11년 만에 임금동결
조합원 52.8% 찬성 가결···1998년 외환위기·2009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역대 3번째 동결 노사 합의문에는 174만대 국내 공장 물량 유지·전기차 공장 지정·시니어촉탁제 등 담겨
현대자동차 노사가 11년 만에 기본급(임금)을 동결했다. 노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위기에 대비해 경영실적 악화, 고용 불안 해소 등에 초점을 맞춰 합의했다.
26일 현대차 노동조합은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 수용 여부를 묻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투표자 4만 4460명 중 52.8%이 찬성으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투표는 지난 25일 현대차 울산공장, 전주·아산공장, 남양연구소 등 전국 각 사업장 조합원 4만959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중 4만4460명(투표율 89.6%)이 투표에 참여해 2만3479명(52.8%)이 찬성, 2만732명(46.6%)이 반대, 5138명(10.4%)이 기권했다. 249표(0.6%)는 무효 처리됐다.
노사는 지난 21일 열린 13차 교섭에서 임금 동결을 골자로 한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잠정합의안에는 기본급 동결(호봉승급분 별도 인상), 성과급 150%, 코로나19 위기 극복 격려금 120만원, 우리사주 10주,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지급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사는 코로나19 여파로 예년보다 늦은 지난달 13일 교섭을 시작했으나 40일만에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현대차 노사의 임금동결은 1998년 IMF 외환위기, 2009년 금융위기 당시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지난해 임단협에 이해 2년 연속 무파업 타결을 기록하기도 했다. 파업없이 임금이 타협된 것은 이번이 여섯 번째다.
한편 노사는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위기와 친환경 차 등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경영 실적과 고용 불안 해소 등 기업의 지속가능성 등을 감안한 것이다.
노사가 합의한 '노사 공동발전 및 노사관계 변화를 위한 사회적 선언문‘에는 ▲국내공장 미래 경쟁력 확보와 재직자 고용안정 ▲전동차 확대 등 미래 자동차산업 변화 대응 ▲미래산업 변화에 대비한 직무전환 프로그램 운영 ▲고객‧국민과 함께하는 노사관계 실현 ▲자동차산업 위기극복을 위한 부품협력사 상생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겼다.
구체적으로 노사는 연간 174만대 국내 공장 생산물량을 유지하고 전기차 전용공장 지정과 관련 직무 전환 교육을 논의하기로 했다. 정년퇴직자 중 희망자가 1년 단기 게약직으로 일하는 ‘시니어 촉탁제’도 합의했다. 현대차는 울산시가 추진 중인 500억원 규모 고용유지 특별지원금 조성 사업도 참여하기도 별도 합의했다.
회사 측은 “이번 잠정합의안 가결을 토대로 노사가 코로나19로 인한 자동차 산업 위기 극복에 힘을 모으고, 협력사와 동반 생존을 일궈 나가는 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사는 오는 28일 하언태 사장과 이상수 노조 지부장이 참석한 가운데 올해 임금협상을 마무리 짓는 조인식을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