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원 사업’ 中진출 앞둔 농협은행···글로벌 사업 거점 역할 가능할까

중국 금융당국에 베이징 지점 설립 예비인가 신청서 접수···내년 말 개점 예정 초기 자본 부담 덜한 지점 설립 방식 활용···기업금융에는 현지 법인보다 유리

2020-09-24     이기욱 기자
/사진=연합뉴스

NH농협은행이 오랜 기간 준비해왔던 중국시장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농협은행은 내년 중으로 중국 베이징에 지점을 열고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며 이를 바탕으로 아시아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농협은행은 현지 법인에 비해 자본금 규제에서 자유롭다는 지점의 장점을 활용해 중국 진출 국내 기업들에게 공격적인 영업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지점 확대, 리테일영업 등에는 상당 부분 제약이 있기 때문에 현지 은행, 해외금융 기관 등과의 경쟁을 위해서는 법인 전환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베이징 지점으로 첫 중국 진출 ‘눈앞’···인도·베트남도 지점 전환 추진 예정

24일 업계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최근 중국 금융당국인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이하 은보감회)에 베이징 지점 설립을 위한 예비인가 신청서를 접수했다. 현지 금융법상 은행 지점 설립 예비인가는 신청서 접수로부터 최대 6개월 이후에 승인이 나기 때문에 늦어도 내년 2월쯤 예비인가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본인가 절차까지 고려한 개점 예상 시기는 내년 말쯤이다.

은행 안팎에서는 은보감회가 신청서를 받아준 것만으로도 사실상 예비인가 및 본인가 승인이 어느정도 결정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시장은 그 특성상 당국과의 사전 교류와 그로인한 적극적인 지지가 있어야 신청서 접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8월 이대훈 전 NH농협은행장은 베이징 은보감국의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기도 했다.

예정대로 내년 베이징에 지점을 설립하는데 성공하면 농협은행은 지난 2007년부터 희망해왔던 숙원 사업을 마침내 해결할 수 있게 된다. 농협은행은 지난 2007년 처음으로 중국 시장 진출을 시도했지만 순수 상업은행 진출만을 허용하는 현지 은행감독법 때문에 실패한 바 있으며 신경분리(신용사업, 경제사업 분리) 이후 2013년이 돼서야 사무소를 설립할 수 있게됐다. 하지만 사무소는 금융 영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제대로된 중국 시장 진출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농협은행은 이번 중국 진출을 시작으로 다른 은행에 비해 뒤쳐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향후 인도 뉴델리 사무소, 베트남 호치민 사무소의 지점 전환과 홍콩 지점, 호주 시드니 지점 설립 등도 추진할 예정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현재 베이징 사무소는 규정상 은행 영업을 못 하는 상황”이라며 “지점 전환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글로벌 경험을 획득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추후에 범 농협 계열사의 거래를 유치하는 등 시너지 사업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 치열한 중국 시장, 법인 진출은 다소 부담···규모 성장 위해서는 법인 전환 필요

농협은행의 중국 진출 형태에 대해서는 다소 엇갈린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신한은행,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모두 중국에 현지 법인 형태로 진출해있는 반면 농협은행은 지점을 통해서 영업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점과 현지 법인은 자본금 기준, 개인 영업 가능 여부 등에서 차이가 난다.

지점 설립을 활용한 진출은 보다 안정적으로 중국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농협은행의 전략적 선택으로 분석된다. 현지 법인 설립은 지점과 달리 초기 자본 출자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에 중국과 같이 현지 은행, 해외 은행간의 경쟁이 치열한 대형 시장에는 적합하지 않은 진출 전략으로 분석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꼭 사무소, 지점, 법인의 단계를 거쳐서 진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진출 국가에 따라 법인으로 바로 진출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출 국가의 규제와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서 결정하는 것”이라며 “중국 시장은 해외 금융기관과 등 경쟁자가 많은 편이기 때문에 한 번에 큰 자본을 넣어서 들어가기 부담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농협은행 관계자 역시 “지점 같은 경우에는 일정 영업 기금을 예치 시키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한국 본점의 자본을 적용받는다”며 “초기 비용이 (법인 설립에 비해) 덜 들어간다”고 말했다.

또한 기업 금융 영업에는 오히려 지점 설립을 통한 진출이 유리하다는 평가도 있다. 현지 법인에 비해 규모가 큰 국내 은행이 자본금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으로 기업들을 상대로 대출 영업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설립된 사무소를 통해서 시장조사를 진행하고 그에 맞는 적절한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라며 “기업금융을 주 타깃으로 정했기 때문에 지점 설립 형태로 시장에 진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다만 향후 중국 시장을 바탕으로 아시아 시장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법인 전환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사드(THAAD) 갈등, 홍콩 사태,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불안정성이 확대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중국 시장은 아시아 금융벨트의 핵심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현지 법인이 설립되지 않으면 지점 확대가 제한되며 개인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업도 불가능하다”며 “중국 시장 더 나아가 아시아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규모의 성장이 반드시 뒷받침 돼야 하는데 한국 법인 중심의 기업 금융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중국에 법인을 설립할 계획은 미정인 상태”라며 “향후 상황을 지켜봐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