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분사 관련 국민연금 향방, ‘의결권 행사 지침’ 따져보니···

소액주주 중심 물적분할 비합리성 제기···주요 연기금도 주주가치 침해 검토 국민연금도 주주가치 침해 땐 ‘반대’···장기적관점 기업지배구조 등 고려해야

2020-09-24     김도현 기자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국민연금공단이 LG화학 분사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번 배터리사업부 분사를 두고 소액주주가치 침해 논란이 거센 가운데, 함부로 움직이면 국민연금 내부 의결권 행사 지침에도 상충되는 부분이 많아 임시주주총회까지 고심이 깊을 전망이다.

LG화학 배터리사업부는 내달 30일로 예정된 임시주총을 거쳐 ‘LG에너지솔루션(가칭)’으로 별도 법인화된다. 분할방식은 물적분할이다. LG화학의 100% 자회사가 되는 방식이다. 주주들은 이 같은 분할방식을 달가워하지 않는 모습이다. 배터리 사업의 전도유망함을 보고 한 투자인데, 정작 배터리사업을 분리시켜 주주들의 실익이 전무해진다는 이유다.

이에 LG화학은 “상장(IPO)을 추진하더라도 LG화학이 70~80% 이상의 절대적인 지분율을 지속적으로 보유할 예정”이라며 “주주들의 이익을 해치게 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물적분할 법인의 집중적 성장을 통해 주주가치가 제고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지만 논란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오히려 주요 연기금들이 주주가치 침해 여부를 논의하게 이르렀다.

소액주주들은 예정된 임시주총에서 적극적인 의결권을 행사해 물적분할을 저지하자고 서로를 독려 중이다. 이 같은 노력이 성사되더라도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질 경우 사실 상 LG에너지솔루션의 물적분할은 원안대로 통과될 전망이다. 현재 LG화학은 그룹 지주사 ㈜LG가 33.34%의 지분율로 최대주주며, 국민연금은 10.51%를 보유한 2대주주다.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지침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장기적으로 주주가치 증대에 기여하며, 환경·사회·기업지배구조 등 책임투자요소를 고려해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돼 있다. 회사분할 및 분할합병과 관련해서는 사안별로 검토하되 주주가치 훼손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반대하지만, 기금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확보하고자 할 경우 반대·기권이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결과적으로 소액주주들이 제기한 주주가치침해논란이 정당한지 여부를 우선적으로 따지게된다. 주주가치를 일부 침해하게 되더라도 주식매수청구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는 전제아래 안건을 승인할 수 있다는 의미다. 주요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단기적으로 기존 LG화학 주주들에 피해가 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고려해야 할 요인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장기적인 관점에서 그룹의 지배구조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침이 쟁점화 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물적분할이 그룹의 지배력을 유지한 채 신규 자금확보의 성격이 짙다고 입을 모은다. 인적분할은 신설법인의 주식을 기존 주주들이 나눠 갖는 구조다. 이 경우 신설법인의 지주사 지분역시 33.34%가 되며, IPO를 실시할 경우 지분율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경우 기금의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수익성을 높게 의식하는 곳이기에, LG화학의 분사가 끼칠 영향 등을 장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내다보면서 “오너일가가 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등의 극히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활동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에서 원안대로 가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답했다.

한편,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이번 안건을 ‘수탁자책임전문위(수탁위)’에 상정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수탁위는 외부위원들로 구성됐다. 대부분의 사안들은 내부에서 결정되지만, 일부 첨예한 의사결정에 있어서는 수탁위에 의뢰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 경우 결과적으로 국민연금 역시 주주침해 가능성을 점치고 있음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