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포1 수분양자, 비상식적 설계에 뿔났다···“조합·강남구청·현대건설 합작품”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엘리베이터 설계 오류 발견 가족 단위 분양자들 세탁기 설치 불가에 발 동동
개포지구 재건축 대장주로 꼽히는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개포1단지 재건축) 일반분양자들이 단지 곳곳에서 드러난 설계 관련 문제점들을 제기하고 나섰다. 엘리베이터 배치가 주택법을 어긴 설계 오류임에도 강남구청에서 승인을 내주는가 하면 일부 평형대는 다른 평형대보다 10cm 층고가 낮게 설계되는 등 비상식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세탁기를 놓을 수 있는 공간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도 수분양자들의 공분을 키우고 있다.
◇수분양자들이 직접 엘리베이터 설계 오류 발견···“승인권자인 강남구청 협조 아쉬워”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수분양자들은 지난 11일 세종시에 위치한 국토교통부를 방문해 수분양자 473명의 동의를 받은 청원서를 제출했다. 아울러 앞서 본지가 보도한 ‘깜깜이 분양’(☞“복도식 고지無, 소비자 기망”···현대건설, 강남서 ‘깜깜이 분양’ 논란)과 관련 제도의 개선 촉구와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의 문제점을 담은 서면도 함께 제출했다. 현재 수분양자들이 가장 문제로 삼고 있는 부분은 엘리베이터와 세탁실이다.
수분양자들은 최근 114세대 규모 128동의 엘리베이터 배치가 설계 오류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현행 주택법상 복도식 아파트는 한 동에 100세대 이하일 경우 엘리베이터 1대 설치가 의무다. 100세대 초과일 경우에는 80세대 당 1대씩 설치해야 한다. 101~159세대는 2대가 놓여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128동은 엘리베이터 1대만 계획돼 있다. 국토부에선 명백한 설계 오류라고 지적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100세대 초과하는데 엘리베이터가 1대면 설계 오류이고 승인이 나오면 안 되는 사안이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설계도를 담은 사업시행인가를 승인한 강남구청은 지난 11일 ‘해당 동의 승강기 대수는 현재 계획상 1대이며 설계오류 부분으로 현재 사업시행사측에서 재검토 후 변경예정임을 알려드립니다’라고 수분양자들에게 통지했다. 한 수분양자는 “이것은 불편하다가 아니라 주택법을 어겼는데 강남구청에서 승인을 잘못 해준 것이다”고 “국토부에 다녀 온 이후 의견을 전달하자 그때서야 저런 통지를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128동 외에 이러한 오류가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수분양자들은 승인을 내줬던 강남구청에서 협조를 해주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김태범 개포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수분양자 49형 대표는 “128동도 우리가 직접 찾아내기 전까지는 알지 못했던 부분이다”며 “현재 수분양자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이 같은 사례가 더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남구청에 다른 동의 엘리베이터 인원수와 사이즈에 대해 정보공개요청을 청구한 상황이다”며 “정보공개청구 답변 기한이 12일인데 강남구청은 이유 없이 연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청 측은 일반분양자들이 조합원분을 포함한 전체 정보를 요청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정보공개법상 조합원분 도면을 제공하기 위해선 조합 의견 청취를 받게 돼 있다”며 “일반분양분이 아닌 조합원분 도면까지 공개하려면 절차가 복잡해 수분양자들이 신청한 정보공개청구 요구가 연기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49㎡의 경우 다른 평형대보다 층고가 10cm 낮게 설계된 점도 문제 삼았다. 김 대표는 “조합에 확인을 해보니 서울시에 기준의 높이에 세대수를 늘리다보니 층고를 낮췄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소형평수가 많은 일반분양분에 대해 천장 높이에 차별을 둘 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세탁기 설치 불가’ 약관에 수분양자들 분통
세탁실도 논란거리다. 34·49㎡에는 세탁실 놓을 공간인 다용도실이 설계되지 않았다. 특히 3~4인 가족 단위 실거주 목적으로 청약을 신청한 사람들이 많은 49㎡ 분양자들의 불만이 크다. 현재 세탁실에 놓을 공간은 안방과 연결돼 있는 발코니뿐이지만, 입주자공고문에는 ‘34·49㎡은 발코니에 세탁기 설치가 불가능하다’는 표현이 실렸다. 이 같은 문구는 전체 44페이지 중 42페이지에 깨알같이 작은 글씨로 한줄 적혀 있어 확인이 힘들었다는 게 수분양자들의 설명이다.
수분양자들은 약관 자체에 문제를 제기한다. 사는데 있어 중요한 부분을 ‘깨알약관’으로 표시해 예비청약자들이나 분양자의 알권리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사업계획승인을 내준 강남구청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의 해석은 다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파트를 공사를 하다보면 발코니가 줄어들어 세탁기를 놓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는 있지만 처음부터 세탁기를 못 놓게 공지하는 것은 처음 보는 사례다”며 “이러한 부분은 강남구청에서 재량으로 수정을 요청할 수 있는데 아쉬운 부분이다”고 말했다.
최근 신축 아파트 중에 다용도실이 없는 곳을 찾기 힘들다는 점도 수분양자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해 준공한 개포 래미안 블레스티지(개포2단지 재건축)와 비슷한 시기에 분양한 개포 래미안 포레스트(개포시영 재건축)나 개포 프레지던스 자이(개포4단지 재건축) 등의 49㎡에는 세탁기를 놓을 수 있는 다용도실이 마련돼 있다.
세탁기를 설치할 수 없는 이유는 거실 발코니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배수관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또 세탁기를 설치하려면 온수가 나오는 수전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차가운 물만 나오는 수전만 있다. 현재로선 수분양자들이 세탁기를 넣을 수 있는 방법은 주방 아래 빌트인 공간뿐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용량이 9kg에 불과해 가족이 쓰기엔 무리라는 입장이다. 한 수분양자는 “빌트인을 사용하라는 말은 있는 세탁기를 버리고 새 세탁기를 돈 주고 사서 들어오라는 것인데 말이 되느냐”며 “10억원이 넘는 아파트에 세탁실이 없을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분양자들이 반발하자 조합에선 세탁기를 발코니에 설치할 수 있게끔 온수 수전을 추가로 설치하겠다고 대안을 내놨다. 하지만 수전을 설치하더라도 배수관이 문제다. 계약자들이 정보공개청구를 해 확인한 결과 발코니에는 빗물을 흘려보내는 우수관 하나뿐이다. 이러한 우수관에 세탁 후 오수를 버리면 불법이다. 오수관과 우수관을 함께 설치하는 합류관이 설치해야 세탁기를 놓을 수 있다. 하지만 발코니에 세탁기와 건조기를 둘 경우 채광에 문제가 생기고, 층간소음까지 유발할 수 있어 조합원들은 다용도실 추가를 요청하고 나선 상황이다.
수분양자들의 요청이 받아지는 것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현재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은 뒤숭숭한 상황이다. 조합장과 이사 2명 등 총 3명에 대한 해임총회가 발의된 상태다. 이전 조합장은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징역형을 살고 있다. 한 수분양자는 “강남 고급 아파트는 이런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공사도 하기 전에 이런 문제들이 발생해 정신이 없다”며 “조합이나 시공사인 현대건설, 승인권자인 강남구청이 좀만 더 신경 썼으면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든다”고 설명했다.
인근 단지와 달리 세탁실이 없는 이유를 두고 수분양자들은 단지 내 들어설 코인세탁소를 염두에 둔 전략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 단지에는 커뮤니티시설로 코인세탁소가 들어설 예정이다. 김 대표는 “코인세탁소가 있는 단지가 있지만 이렇게 대형으로 운영하는 것은 보기 힘들다”며 “34·49㎡의 세탁실을 없애고 코인세탁소를 이용하게 하려는 조합과 시공사의 큰 그림이 아닌가 하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