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떨어지는 서버 D램 값···삼성·SK하이닉스, 우울한 4분기
화웨이 ‘사재기’에도 서버 D램 값 하락세 지속 서버 D램 가격, 최대 18% 추가 하락 전망...4분기 저점 예상
D램 공급사들의 상반기 실적 효자 노릇을 했던 서버 D램이 공급과잉 국면에 들어섰다. 서버 제조사들이 재고를 끌어 모은 탓에 신규 주문이 뜸해졌고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반도체 시장 ‘큰 손’인 화웨이와의 D램 거래마저 끊기게 생겼다. 올 4분기 서버 D램 가격 저점이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D램 공급사들의 실적도 영향을 받게 됐다.
17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 4분기 서버 D램 가격의 전 분기 대비 하락 폭을 10~15%에서 13~18%으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앞서 올 3분기 서버 D램 가격이 전 분기 대비 10~15% 하락한 데 이어 올 4분기 가격 하락 폭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서버 D램 재고가 이미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며 "서버 ODM이 올 연말이나 내년 초까지는 서버 D램과 부품 조달을 재개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버 D램은 올 상반기 주요 공급사들의 실적을 크게 끌어올린 주역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재택근무와 같은 비대면 경제 수요가 늘었고 반도체 수급 차질을 우려한 완제품 기업들의 ‘사재기’ 수요가 이어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모두 D램 사업 덕에 전년 대비 선방한 반도체 사업 실적을 거뒀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올 2분기 전체 D램 매출 가운데 서버 비중이 크게 성장하면서 모바일 매출 비중을 역전했다.
문제는 3분기부터 서버 제조사들의 D램 재고가 과도하게 높은 수준으로 올라왔다는 점이다. 서버 D램(32GB 모듈 기준) 고정거래가격은 이미 지난 7월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트렌드포스는 서버 제조자설계생산(ODM) 업체들의 D램 재고가 정상 수준으로 돌아서는 데까지 1~2분기 정도 더 요구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반도체 시장 ‘큰 손’인 화웨이마저 미국 제재 여파로 발이 묶인 점도 악재다. 이 회사는 미국 정부 제재가 개시된 지난 15일부터 주요 반도체 기업들과의 거래가 끊겨 신규 주문이 어려워졌다. 이에 화웨이는 제재 개시 전까지 2주가량 D램을 긴급 주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3분기만 보면 화웨이가 D램 재고를 비축하기 위해 구매를 늘린 덕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출하 실적은 일부 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큰 손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더 크다. 트렌드포스는 화웨이의 긴급 주문도 서버 D램의 구조적인 공급과잉을 막진 못할 것으로 분석했다.
증권업계 전망도 우울하다. 대신증권은 보고서를 내고 올 4분기 서버 D램 32GB 모듈 제품의 전 분기 대비 가격 하락 폭을 당초 예상했던 13%에서 15%로 확대 조정했다. 증권업계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매출액이 올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18조원대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는 반면, 영업이익은 2분기(5조4300억원)에서 4분기 5조원 초반대나 4조원대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나마 스마트폰과 같은 세트사업에서 호실적을 거두면서 반도체 사업에서의 손실을 보완할 것이란 전망이다.
반도체 사업만 하는 SK하이닉스는 실적 하락세가 더 두드러질 전망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3분기 매출은 전 분기(8조6070억원) 대비 1조원 가량 줄어든 7조원대 중후반 수준으로 예상되며, 4분기엔 7초원대 초반으로 지속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올 2분기 2조원을 밑돌았던 영업이익 역시 3분기 1조원 초중반에서, 4분기엔 1조원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적어도 내년 2분기까진 서버 D램 수요가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란 진단도 나온다. 그나마 올 연말을 기점으로 서버 제조사들의 재고가 정상화되면서 거래가 재개될 것이란 전망은 긍정적이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클라우드 고객사 재고가 3분기부터 소진되기 시작하면서 내년 2분기부터 서버 D램 구매를 재개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서버 D램 가격은 내년 2분기부터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