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왜] 공공의대 중단한다는데 의대생들은 왜 국시 거부했나요?

여당 이수진·김성주 의원 중단 합의 취지 퇴색시키는 듯한 발언해 의료계 자극 논의 후 결정하기로 합의했던 공공의대 법안 통과도 전에 공공의대 예산 반영돼 논란 의료계도 여러 갈래로 갈리는 목소리 이제 하나로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2020-09-12     엄민우 기자
1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재활병원에서 의료진 등 병원 관계자들이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로비에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민단체 추천 공공의대 추진관련 논란이 가라앉은듯하면서도 가라앉지 않는 애매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한의사협회와 정부여당이 어렵게 합의에 도달해 합의문까지 만들었고 많은 전공의들이 병원으로 복귀했는데 대다수 의대생들은 의사 국가고시를 거부했던 상황이었죠. 대규모 국시거부가 일어나면 의료공백이 생겨 그땐 진짜로 의료체계가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저런 보완책이 있다고들 주장하지만 그건 희망일 뿐 국민안전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건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죠. 공공의대 추진을 중단하고 이제부터라도 같이 협의해 만들어가자고 했는데 왜 이렇게 봉합들이 안 되는 걸까요?

짧게 요약하면 의사협회와 더불어민주당, 보건복지부가 합의는 했는데 자꾸 일각에서 이를 뒤집는 듯한 다른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양쪽 모두 이 합의 자체에 대해 믿지 못하거나 제대로 존중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죠.

알려졌다시피 의사협회와 정부여당 합의과정을 전공의협의회장이 몰랐다는 논란이 있는데요. 이때부터 전공의 및 의대생들의 반발이 시작됐다고 합니다. 지금은 대다수 전공의들이 병원으로 복귀했지만, 결국 그 과정에서 박지현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사퇴를 하게 됐죠.

우선 이 같은 상황에 불을 지른 것은 여당 일부 정치인들입니다. 합의하자마자 마치 합의취지를 깨는 듯한 발언들을 했다는 것이죠. 대표적 인물이 더불어민주당의 이수진 의원과 김성주 의원입니다. 이수진 의원은 양측 합의가 나온 후 “파업 참여 의사들을 강력 처벌하라”고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안 그래도 합의가 제대로 된 건지 헷갈리던 전공의들은 다른 당도 아니고 합의했던 여당의 의원이 저런 발언을 하자 더 뒤통수를 맞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현상은 이후에도 이어졌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김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했습니다. 그는 의사협회와 정부여당 합의와 관련, “오랜 연구와 토론 끝에 결정한 정책을 철회하고 무효화하라고 하는 것은 어느 정부도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발언했습니다. 지금 그 ‘오랜 연구와 토론’ 자체가 의료계를 배제하고 이뤄졌고 그러다보니 졸속으로 됐다는 논란 때문에 정부와 의료계가 고생하면서 합의한 것인데, 불과 4일 만에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입니다. 김성주 의원은 이어 국시 거부 의대생들에 대해서도 스스로 책임져야 된다고 주장하고 나서 논란에 더 불을 지폈습니다.

물론 이수진 의원이나 김성주 의원 발언이 정부여당을 대표한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그냥 개인생각일 수 있죠. 그런데 확실한건 당을 대표해서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의협과 함께 잘해보자고 서명까지 했는데, 자꾸 같은 당 의원들이 저런 발언을 하는 건 갈등봉합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가족 중 환자를 둔 국민들은 지금 전공의들이 돌아와서 일단은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정치인들이 자꾸 이를 자극하는 듯 하는 발언을 내놓는 것은 합의 취지에도 맞지도 않고 불필요한 소모전만 일으킬 뿐이죠.

이런 가운데 보건복지부의 움직임도 과연 합의의 진정성을 의심케 했다는 지적입니다. 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는 ‘공공의대 신설 추진을 중단하고 코로나19 안정 이후 모든 가능성 열어놓고 협의’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공공의대 법안이 통과되기도 전에 전북 남원에 공공의대 관련 예산을 포함시켜 놓은 것이 알려져 논란이 됐습니다. 합의 후 이런 것들이 자꾸 알려지면서 상황 정리를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그냥 제대로 합의를 안 할 거면 하지 말고, 정말 합의할 생각이 있다면 이제부터 제대로 된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원점에서 같이 만들어가기로 약속 했으니 정치권은 좀 합의 취지에 맞는 모습을 보이고, 마찬가지로 의료계로 이에 화답해 여러 갈래로 나뉘는 목소리를 이제 하나로 정리해야 되지 않나 싶습니다. 양쪽 모두 하나로 정리된 공식 창구를 통해서 대화에 나서야지 이 의원 따로 저 의원 따로, 또 저 이 의료집단 따로 저 의료집단 따로 자꾸 목소리가 나뉘면 합의를 왜 한건지에 대해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