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분리한 지 20년인데···LB오너家 캐시카우는 여전히 ‘LG’
LB오너지분 집중된 LB세미콘·LG휴넷, LG일감 바탕 이익 후 배당 실시 구본천 부회장, 이상득 사위 ‘MB家 사돈기업’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상장을 추진하면서 투자사 엘비(LB)그룹이 주목받고 있다. 막대한 투자수익이 예상되는데 LG로부터 계열분리된 LB그룹의 실질적인 수익원은 여전히 LG그룹과의 거래로부터 나오는 것으로 파악됐다.
LB인베스트먼트 전신은 LG창업투자다. 2000년 구자두 전 LB인베스트먼트 회장이 LG창업투자를 기반으로 계열분리 해 구축한 곳이 LB그룹이다. 구 전 회장은 구인회 LG 창업주의 4남이자,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동생이다. 1999년부터 2012년까지 수십억원 규모의 차명계좌를 운용한 사실이 적발돼 지난해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던 구 회장을 대신해 현재는 구 창업주 3세들이 그룹을 이끌고 있다. 지배력 역시 이들에게 쏠려있다.
지주사 LB 지분 전량을 구 전 회장 일가가 차지하고 있다. 지배력은 장남 구본천 LB인베스먼트 부회장이 가장 앞선다. 그는 본인(28.27%) 및 배우자(5.99%)·장남(10.77%) 등을 통해 45.03%의 LB 지분율을 확보했다. 차남 구본완 LB휴넷 대표가 근소한 격차를 보인다. LB휴넷 6.67%를 포함해 본인(26.65%)과 장남(7.39%) 등 40.71%의 우호지분을 보유했다.
표면적인 LB그룹의 외형은 투자그룹사다. 업황 특성상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버팀목이 되는 사업은 LB세미콘이 맡고 있다. 2000년 마이크로스케일이란 이름으로 설립된 이곳은 2005년 구 부회장이 매입하면서 오늘날과 같이 사명을 바꾸고 LB그룹에 포함됐다. 2011년 1월에는 유가시장에 상장했다. 현재 그룹 내 상장사는 LB세미콘이 유일하다.
LB세미콘은 디스플레이·반도체 부품 후공정 처리 등을 영위한다. 주력은 DDI 후공정이다. DDI란 화소들을 조정해 다양한 색을 구현토록 하는 디스플레이 구동칩이다. 핵심 거래처는 LG그룹 계열사 실리콘웍스다. LG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DDI 후공정을 LB세미콘이 맡는 방식이다. 최근 수년 새 높은 경쟁력을 인정받아 삼성 등 거래선을 늘려가는 추세지만 여전히 LG그룹 일감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LB세미콘 최대주주는 지주사 LB다. 11.02%를 보유했다. 다른 계열사들과 달리 LB세미콘은 오너가 지분이 높은 회사다. 구 부회장이 10.17%로 2대주주다. 배우자·장남·장녀·차녀 등도 이곳 지분을 보유했다. 구 일가 비중만 15.91%에 달한다. 동생 구 대표도 8.04%를 보유했는데, 이들을 포함한 전체 특수관계자 지분의 합이 38.75%에 이른다.
LB휴넷도 LG그룹 일감을 통해 성장한 회사로 꼽힌다. LB휴넷은 감사보고서를 통해 구 대표를 포함한 특수관계자 지분이 100%라 소개한다. 지주사 상위에 있는 오너 사기업이다. 지난 2009년 설립된 이곳의 핵심 사업은 콜센터 용역·아웃소싱이다. 이 밖에도 시설물 유지관리, 텔레마케팅 서비스업 등을 영위 중이다.
홈페이지에 게재된 고객사는 약 30여 곳이지만 핵심 매출창구는 역시 LG그룹이다. 포털사이트에 LB휴넷을 검색하면 홈페이지 주소 하단에 ‘아웃소싱 전문업체, LG유플러스, 상담 등 사업 안내 및 채용정보 제공’이라 적시돼있다. 업계 등에 따르면 LB휴넷은 설립 직후 LG유플러스 전신인 LG데이콤·LG파워콤 일감을 위탁받으며 비교적 사업안착이 용이했다는 평이다.
LB휴넷은 2013년부터 감사보고서를 공개하며 공시를 시작했다. 그 해 매출규모가 594억원인데, LG유플러스 매출의존도가 93%에 달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거래업체를 다변화하며 매출규모 또한 늘려갔다. 이 과정에서 LG유플러스 매출비중은 감소했지만, 지속적으로 거래하면서 매출의존 규모는 오히려 상승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설립 10년차였던 2018년 LG휴넷의 연매출은 1264억원이었다. 지난해에는 1287억원의 매출고를 올렸다. 처음 공시한 2013년과 비교했을 때도 2배 이상 오른 수치다. 신생업체시절부터 계약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LG유플러스는 각종 논란에도 거래를 계속했다. 2014년 LG유플러스 상담사 자살사건, 2015년 미군부대 내 LG유플러스 대리점 불법 보조금 지급(단통법 위반)사건 등 각종 논란에 LB휴넷이 연루된 바 있다.
LG유플러스 측은 지속적인 논란에도 불구하고 LB휴넷과의 거래를 유지 중인 까닭으로 업계 특성을 이유로 제시했다. 회사 관계자는 “고객의 질의에 알맞게 응대해야 하는 교육 노하우를 가진 업체가 많지 않다”면서 “한 번 계약을 맺은 업체를 다른 업체로 교체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시사했다. 두 회사 간 계약관계가 공고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였다.
결론적으로 LB그룹 내 오너일가의 지분이 집중된 회사에 LG가 안정적인 수익원을 제공하고 있다. 두 회사는 이익률에 따라 다르지만 매년 꾸준히 배당을 이어오고 있다. 구 부회장, 구 대표 등 오너일가는 이 같은 배당을 통해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의 수익을 매년 올린다.
일각에서는 이 같이 LG그룹과의 거래가 LB 성장과정에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줌으로서 LB그룹이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투자금융회사로 성장했다고 분석한다.
한편, 재계에서 LB그룹은 ‘MB 사돈기업’으로 지칭되기도 한다. 구 부회장의 배우자 이성은 씨가 이상득 전 국회 부의장의 장녀다. 이 전 부의장은 13대 국회부터 18대까지 내리 6선에 성공한 유력 정치인이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이다. 이 전 대통령 재임시절에는 ‘상왕’이라 불릴 만큼 위세를 떨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