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내 최창원 소그룹, 계열분리 택하지 않는 까닭은?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최태원 회장과 사촌···최종건 SK창업주 3남 지분관계 전무 ‘또 다른 지주사’ SK디스커버리···바이오사업 기대감 증폭 “SK브랜드 버리는 실익 없는 분리 안 할것”
SK그룹 내에서 독자적인 소그룹 체계를 확립한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계열분리에 나설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 부회장 계열의 SK바이오사이언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생산계약을 체결하면서 더욱 이목이 집중되는 양상이다. 재계와 시장에서는 최 부회장의 결단이 관건이라 입을 모은다.
SK그룹은 지주사 체계지만, 여느 지주사 체계의 그룹들과는 다른 지배구조를 보인다. 일반적으로는 정점에 있는 지주사가 잔여 계열사들을 자회사·손자회사 등으로 두는 구조다. 중간지주사를 두는 경우도 적지 않으나 이 역시 정점의 지주사 예하에 위치한다. 반면, SK그룹은 정점에 선 지주사가 두 곳이다. SK와 SK디스커버리 등이다.
SK는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 E&S △SKC △SK네트웍스 △SK바이오팜 △SK머티리얼즈 △SK실트론 등 핵심계열사를 통해 잔여 계열사들의 지배력을 유지 중이다. 시가총액 2위 SK하이닉스도 SK텔레콤이 20.07% 지분을 보유한 SK의 손자회사 격이다. SK디스커버리는 △SK케미칼 △SK가스 △SK플라즈마 등을 통해 다른 계열사를 거느린다. 두 지주사 간 지배관계는 전무하다. 대주주역시 상이하다.
SK 최대주주는 18.4%의 지분을 보유한 최태원 SK 회장이다. SK디스커버리 최대주주는 최 부회장(40.2%)이다. 최 회장의 경우 SK디스커버리 주식 3.1%를 가지고 있지만, 최 부회장의 이름은 SK오너 일가 상당수가 이름을 올린 SK 대주주 명단에서 찾아볼 수 없다.
두 사람은 사촌관계다. SK그룹은 고(故) 최종건 창업주가 타계한 후 동생인 고 최종현 회장이 이어받았다. 1998년 최종현 회장이 사망하면서 창업주 장남인 고 최윤원 SK케미칼 회장 주도아래 사촌형제들 간 회의를 거쳐 최태원 회장이 3대 회장으로 추대됐다.
최 회장은 최종현 회장의 장남이며, 최 부회장은 최 창업주의 3남이다. 최태원 회장이 그룹을 이끈 20년 동안 창업주 슬하 형제들은 나름의 독자적인 활동을 이어갔다. 일가의 구심점으로 활약하는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의 경우 2003년 분식회계 사태로 소유 주식이 소각되면서 현재 높은 지분율을 보이고 있지는 않지만, 그룹의 모태라 할 수 있는 계열사를 맡아 운영 중이다.
최 부회장은 SK케미칼과 SK가스 등을 중심으로 독자세력을 구축했다. 2017년에는 SK디스커버리를 설립하며 소그룹 내 지주사 체계까지 갖췄다. SK그룹과 최 부회장 소그룹은 사옥도 달리 사용한다. SK그룹 지주사 및 주요 계열사들은 서울 종로구 SK서린타워와 지근거리의 사옥에 자리했지만, 최 부회장 소그룹은 경기 성남시 판교 테크노밸리에 본사를 집중시켰다.
이 같은 행보 탓에 최 부회장이 소그룹을 SK로부터 분리해 독자노선을 걸을 것이란 관측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SK디스커버리가 보유하던 SK건설 지분 일체를 SK에 매각함으로서 현재와 같은 지배구조를 확립했던 지난해를 기점으로 이 같은 해석이 더욱 증폭됐다. 최근 소그룹 내 SK케미칼·SK플라즈마·SK바이오사이언스 등 제약관련 분야에서 사업 기대감이 일면서 또 한 차례 계열분리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와 시장에서는 “현재로선 가능성이 낮은 선택지”라는 게 중론이다. 최 부회장이 결단만 내릴 경우 충분히 계열분리가 가능하지만, 재계 3위 ‘SK’ 브랜드가치를 저버리는 모험을 택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미였다. 실제 이 같은 선택을 내릴 경우 본인만의 그룹을 태동시키는 데만 의의가 있을 뿐, 최 부회장과 그의 소그룹에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SK그룹과 소그룹 산하에는 화학·바이오·건설 등 일부 유사 사업군들이 눈에 띈다”면서 “이들 사업들은 소유관계는 다르지만 한 그룹 안에서 개별적인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는 상태며, 최 부회장 역시 독자적인 경영활동을 펼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시너지와 브랜드가치 저하를 감내하면서까지 계열분리를 택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시사했다.
한편, SK그룹은 이 같은 계열분리 가능성이 제기될 때마다 “실익이 없다”면서 검토조차 한 바 없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