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론 나오는데···코로나19 백신 패스트트랙 나선 전세계
모더나·화이자·아스트라제네카 임상3상 들어가 3만명 인체 투여 시작···러시아·중국 이어 미국도 3상 끝나기 전 긴급사용승인 암시 WHO·바이오 업계 "백신 승인 여부는 3상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결정돼야"
미국, 영국, 러시아 등 전세계 국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 임상3상을 패스트트랙 승인하고 긴급사용승인을 고려하거나 이미 발표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제약바이오업계 전문가는 임상시험 과정 없이 코로나19 백신을 신속히 승인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가 신종 바이러스인데다 변이가 많은 탓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대규모 인체투여 단계인 임상3상에 들어간 제약바이오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모더나와 존슨앤존슨,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등 다국적 제약사들이 가장 빠르다. 미국과 유럽은 각 보건당국에서 백신 개발을 위해 임상 3상을 빠르게 허가하는 등 패스트트랙에 나섰다.
미국에서는 모더나, 화이자가 임상 3상을 7월부터 들어간 상황이다. 두 기업 모두 3만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며 11월 결과 발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존슨앤드존슨는 9월부터 6만명을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중 역대 최대 임상 규모다.
유럽에서는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임상 3상에 돌입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옥스퍼드대학과 임상 3상에 들어간다. 현재 18세 이상 성인 3만명을 모집해 미국, 영국, 브라질, 남아프리카 등에서 임상 3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올해 말 임상 3상을 마무리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각 국가에서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불이 붙었다. 미국은 모더나, 화이자 등 주요 제약바이오기업에 1조원이 넘는 비용을 지원했다. 문제는 스티븐 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이 임상 3상이 끝나기 전 코로나19 백신을 긴급사용승인 할 수 있다고 밝힌 점이다. 임상시험을 끝마치지 않더라도 백신을 시중에 풀겠다는 얘기다.
러시아와 중국은 이미 임상 3상을 끝내기도 전에 백신 긴급사용승인을 발표한 국가들이다. 러시아는 9월부터 코로나19백신을 스푸트니크V를 허가하고 의사나 교사들에게 먼저 배포한다고 밝혔다. 중국도 캔시노 등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지난 7월 긴급사용승인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임상 3상까지 간 코로나19 백신은 없다. 2일 기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한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은 총 2건이다. 미국 이노비오가 개발하고 국제백신연구소가 국내에서 임상 중인 ‘INO-4800’, 제넥신이 개발하는 ’GX-19’다. 두 백신 모두 1/2a상 단계다. 1/2a상은 임상 1상 시험과 임상 2상 첫 번째 단계를 동시에 진행 중이라는 의미다.
이밖에도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범정부지원위원회는 제넥신 백신과 SK바이오사이언스, 진원생명과학 백신을 지원 과제로 선정했다. 이 과제에 선정되면 정부로부터 임상시험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트라제네카 진원생명과학은 아직 백신 임상시험을 허가받지 못한 임상시험계획(IND) 단계라 동물모델 유효성 데이터 보완 등 재심의를 통해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WHO와 바이오 업계에서는 국가들과 기업 간 경쟁과 백신 개발 속도전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임상 3상은 동물 시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대규모 인체 투여 단계인데, 이를 생략하면 안전성과 효능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WHO는 코로나19 백신 패스트트랙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외신에 따르면 수미야 스와미나탄 WHO 수석과학자는 "각국은 임상시험을 전부 끝내지 않고 약물을 승인할 권한이 있긴 하지만 가볍게 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백신 승인 여부는 3상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지금 코로나19 백신 경쟁이 치열해졌고 올해 겨울에 백신이 나올 것이라는 예측이 돌면서 국가 차원에서 기업을 많이 지원하고 있다”며 “하지만 원론적으로는 이미 시중에 나와서 안전성이 검증됐던 후보물질이 아닌 이상 임상3상을 건너뛰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는 신종 바이러스고, 변이가 많아 (바이오 기업 입장에서도) 조심스럽게 치료제나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