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건설, EMC 1조 인수자금 조달···관건은 재무부담 최소화

보유 현금 6000억원대···인수금융·회사채 발행 불가피 재무부담 확대 우려···50% 차입 시 부채비율 ‘292.4→333.8%’

2020-09-02     길해성 기자
SK건설이 1조원 규모 환경시설관리주식회사(DMC홀딩스) 인수자금 마련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자금조달 방식은 인수금융, 회사채 발행, 자체 보유 현금 활용 등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SK건설이 1조원 규모 환경시설관리주식회사(DMC홀딩스) 인수자금 마련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자금조달은 EMC홀딩스 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과 자체보유현금, 회사채 발행 등을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대규모 인수자금 유출로 재무부담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SK건설의 셈법이 복잡해질 전망이다.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SK건설은 전날(1일) 열린 이사회에서 국내 1위 폐기물 처리 업체인 EMC홀딩스 인수를 위한 주식 매매 계약 체결 안건을 결의했다. 거래 대상은 어펄마캐피탈이 보유한 EMC홀딩스 지분 100%다. 거래 금액은 약 1조원이다. SK건설은 자체 보유 현금과 인수금융(인수합병 과정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하는 업무) 등을 활용해 인수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수주·신용등급 관리를 위해 현금을 보유해야하는 건설사 특성상 자금조달은 상당 부분 차입을 통해 이뤄질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SK건설이 보유한 현금 및 단기성금융상품은 6024억원이다. 최소 4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차입해야 한다. 업계에선 인수자금 유출로 SK건설의 재무부담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신용도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전량 차입 방식으로 조달할 경우 별도 기준 SK건설의 부채비율은 292.4%(2020년 6월 말 기준)에서 인수 후 375.2%로 확대된다. 차입 부담을 보여주는 EBITDA 대비 총차입금 비율(총차입금/EBITDA)도 2.4배에서 4.4배로 늘어난다. 통상 총차입금/EBITDA가 3배 이상일 때 신용등급 하향 검토 지표로 읽힌다. 부채비율도 주요 건설사가 대부분 200% 아래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높은 수준으로 상승하는 셈이다.

SK건설 EMC홀딩스 인수 전·후 재무지표 추정치(별도 기준) / 자료=한국신용평가

보유 현금을 일정 부분 활용하더라도 재무안정성 지표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50% 규모로 차입할 경우 부채비율과 총차입금/EBITDA은 333.8%, 3.4배 수준이다. 한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인수대금 중 상당 부분을 외부 차입과 보유 현금성자산을 활용해야 해 자체 재무여력 약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아울러 인수 후 부채비율이 높게 오르는 상황이라면, 회사채 발행 시 투자자들이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선 SK건설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는 데다 EMC홀딩스의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바탕으로 인수 직후 재무안정성이 점차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적 변동에 따라 재무부담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SK건설은 과거 대규모 손실 인식으로 자본여력이 축소된 상황이다”며 “향후 해외 사업의 손실 반복 등으로 수익성이 저하될 경우 현금창출력 대비 차입 부담의 확대 폭이 예상을 상회할 수 있어 향후 재무부담 추이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자금 조달 계획은 인수금융 주선사 선정 이후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SK건설은 최근 EMC홀딩스 인수를 위한 자금조달의 일환으로 은행과 증권사를 상대로 인수금융 주선사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한 상태다. KB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대형 은행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건설은 인수금융 외에 EMC홀딩스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일으키거나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자체 신용으로도 차입에 나설 방침이다. 회사채 발행 시 예상 도달 금리와 증권사와 은행이 제시하는 구조를 비교해 각각의 자금조달 규모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