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비 줄었다는데 체감 안되는 이유

치솟는 단말기 가격이 주원인 전문가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 논의 필요”

2020-08-26     김용수 기자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게시된 소비자물가지수 표. 위부터 휴대전화기(단말기 출고가), 전체 통신, 휴대전화료(통신요금) 물가지수 순이다. / 그래프 = 한국은행

통신요금이 지속적으로 떨어져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음에도 소비자들이 느끼는 가계통신비는 여전히 비싸고 부담스럽다. 단말기 출고가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완전자급제’ 도입 등 단말기 출고가 인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6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게시된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휴대전화료(통신요금) 물가지수는 선택약정이 25%로 상향된 2017년 9월 이래 지속적으로 떨어져 지난달 93.69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물가지수는 2015년 물가를 100으로 놓은 후 비교한 것으로 100보다 크면 2015년보다 높다는 의미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들은 통신요금의 선택약정할인, 중저가 요금제 확산 등으로 통신요금이 하락한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최근 2년 중 단 두 달을 제외하고 100 이상을 유지한 휴대전화기(단말기) 출고가 물가지수는 지난 2월부터 꾸준히 올라 지난달 다시 최고치인 105.09를 기록했다. 상반기에 갤럭시S20울트라, 갤럭시Z플립 등 단말기 대당 100만원이 넘는 라인업이 많아진 것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통신요금이 낮아지고 있음에도 높은 단말기 구매 비용 탓에 여전히 가계통신비가 비싸다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통상적으로 100만원이 넘는 고가폰이 출시될 때마다 전체 통신 물가지수도 상승했다. 통신 물가지수는 통신요금, 단말기 출고가 등을 포함한 개념이다. 즉 치솟는 단말기 값이 가계통신비(통신요금과 단말기 구매 비용을 합친 것) 부담을 높이는 데 영향을 미친 셈이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 1분기 삼성전자 스마트폰 평균판매단가(ASP)는 292달러(34만6000원)로 지난 2014년 2분기 297달러(35만2000원) 이후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69달러, 31만9000원) 대비 8.5% 상승한 수치다.

SA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국내 스마트폰 ASP는 529달러(62만7000원)로 일본(650달러, 77만1000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말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이통3사 단말기 출고가를 보면 2018년 이후 이통3사가 출시한 플래그십 모델 101개 가운데 77개(76.2%)의 출고가가 100만원 이상이며 130만원 이상인 모델도 37.6%(38개)에 달했다.

최근 출시된 5G폰 ‘갤럭시노트20’의 가격은 일반 모델과 울트라 모델이 각각 119만9000원, 145만2000원이다. 오는 9월 출시될 ‘갤럭시Z폴드2’의 출고가는 239만8000원으로 알려졌다. 애플도 이르면 오는 11월을 전후해 프리미엄 단말기 ‘아이폰12’ 시리즈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처럼 고가폰 출시가 잇따르면서 단말기 출고가 물가는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동통신업계에서는 정부가 통신요금 인하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단말기 가격 상승을 억제해야 실질적인 가계통신비 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단말기 출고가가 높다 보니 통신료가 낮아져도 고객이 실제 체감하는 인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 출고가가 높으면 할부금도 높아지다 보니까 고객뿐 아니라 통신사 입장에서도 부담스럽다”며 “다만 특정 제조사의 지배력이 강한 시장에서 통신사가 출고가 인하에 찬성하면 제조사가 우리에게 초도물량을 안 주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되면 영업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통신사 입장에서 출고가 인하를 공식적으로 말하기는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단말기 출고가 인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황동현 한성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는 “단말기 지원금 등을 두고 제조사와 이통사, 대리점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유통구조를 투명하게 할 수 있는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 논의가 필요하다. 단말기 구매와 이동통신 서비스 개통을 분리하게 되면 단말기 가격 인하와 요금 경쟁을 통한 통신비 부담 완화 효과를 가져온다”며 “중장기적으로 완전자급제 실현을 위해 적극적인 자급제 활성화 추진 및 분리공시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