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조양래 ‘성년후견’ 소장 열람···향후 법적 절차는?
사건본인 조양래, 최근 소장 열람·부동산 사실조회 진행 경영권 분쟁 수면위로···‘지분매각 취소’ 민사소송 가능성도
장녀의 성년후견 청구에 “나는 건강하다”며 거부 의사를 명백히 한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옛 한국타이어 지주사)그룹 회장이 최근 소장을 열람했다. 장녀의 청구 내용을 살펴보고 절차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장남도 공개적인 참여 의사를 밝힌 가운데, 성년후견 절차가 경영권 분쟁으로 옮아갈지 주목된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지난 7월30일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서울가정법원에 청구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청구’에 대해 최근 소장 등을 열람 및 복사했다. 이는 ‘사건본인’이 자신에게 청구된 후견절차를 확인하는 통상적인 절차다.
가정법원은 또 강남구청에 부동산사실조회도 진행했다. 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강남구 타워펠레스에 거주한다. 가사소송에 능통한 한 법조인은 “후견 절차에 재산관리가 포함된다”며 “재산목록을 특정하고 확인하는 절차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조 이사장을 제외한 나머지 세 남매는 아직 사건에 참여하지 않은 상태다. 장남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은 전날 “성년후견심판절차에 가족의 일원으로서 참여할 예정이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별도의 소장을 제출하거나 참가 의사를 법원에 밝히지 않았다. 통상 ‘사건본인’이 같은 사건의 경우 별도의 소장이 접수되기 보다는 나머지 형제들이 ‘참가인’ 신분으로 소송에 참여하게 된다는 게 법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참가인이 되면 재판절차에 필요한 서류들을 송달받을 수 있으며, 심문기일 등에 참여 또한 가능하다.
예컨대 고(故)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성년후견 사건은 넷째 동생 신정숙씨가 청구했지만, 장남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관계인’으로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녀 신영자 롯데재단 이사장, 신유미 호텔롯데 고문이 각각 ‘참가인’으로 사건에 참여했다.
앞으로 이 사건은 조 회장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절차가 진행된다. 법원은 사건본인(조 회장)이 ‘사무처리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됐는지 판단하기 위해’ 정신상태에 관한 감정을 할 수 있다. 성년 후견 대상자의 재산이나 신상을 둘러싸고 친족 간 다툼이 벌어질 경우 절반 가까운 사례에서 정신감정이 실시됐다는 법원 통계가 있다. 통계에 따르면 특히 피후견인의 재산이 많을수록 다툼이 많았다.
법원은 정신상태를 판단할만한 다른 충분한 자료가 있는 경우 정신감정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롯데의 사례에서 법원은 서울대학교병원, 세브란스병원, 분당서울대학교 병원 등에서 사실조회회신을 통해 신 총괄회장의 건강상태를 확인했다.
조 회장이 골프와 P/T(퍼스널 트레이닝), 걷기 등을 하며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고 밝힌 만큼, ‘사건본인’의 의사에 반해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과정이 수월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상당하다.
다만, 이 사건이 비송사건(非訟事件)이란 점은 변수다. 비송사건이란 법원의 관할에 속하는 민사사건 중 소송절차로 처리하지 않는 사건 즉 ‘소송이 아닌 사건’을 의미한다. 법원 관계자는 “비송사건은 일반 소송과 달리 엄격한 증거 제출이나 기일 진행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소송보다는 완화된 증거 입증을 필요로 하고 법원의 개입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증거 입증이 완전하지 않더라도 재판부의 종합적인 판단으로 성년후견 청구를 인용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 사건은 조 회장의 후견인을 지정해 달라는 청구이지만, 한국타이어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조 이사장의 청구가 인용될 경우 조 회장이 차남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에게 주식을 매각한 법률행위가 취소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민법 제10조(피성년후견인의 행위와 취소)는 ‘피성년후견인의 법률행위는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대상 법률행위 또한 법원의 심리 대상 중 하나다.
조 이사장이 ‘주식 전부 매각’을 취소해 달라는 민사소송을 별도로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가사소송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청구 목적을 추론해 봤을 때 장녀가 아버지와 동생사이 주식거래에 반기를 든 모양새다. 성년후견을 통해 간접적으로 주식 전부 매각의 부당성을 주장하려는 것 같다”며 “민사소송이 더 직접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가사 소송을 진행하면서 민사 소송을 제기하는 투트랙 전략을 세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
조 이사장 측 관계자는 “주식 매각 취소와 관련된 별도의 소송을 제기할 계획은 현재까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