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배터리 자체개발 시도에 배터리 업계 “큰 걱정 안해”

테슬라, 내달 자체 배터리 선보일 전망···폭스바겐 등 유럽도 기술개발 총력 “한·일 배터리 업계, 소형전지 때부터 장시간 기술축적···역전 쉽지 않을 것”

2020-08-06     김도현 기자
/사진=셔터스톡

테슬라 등 일부 전기차 업체들이 배터리 자체생산에 도전한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배터리 업계가 타격을 입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반면 배터리 업계는 끄떡없다고 입을 모은다. 시장성과 기술력 등을 고려했을 때 경쟁력 유지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6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테슬라가 내달 22일 투자설명회·신기술발표회 성격의 ‘배터리데이’를 통해 수년 간 준비해 온 자체 배터리를 선보일 계획이다. 유럽에서는 독일 폭스바겐그룹 등을 중심으로 자체적인 배터리 셀 역량 강화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전언이다.

전기차 배터리는 내연차의 엔진에 해당한다. 전기차의 가장 무거운 부속품이자 핵심부품이다. 원가의 40% 안팎을 차지한다. 내연차 시장에서는 자체적인 엔진기술 확보가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 도약하는 기준이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세계시장 공략에 드라이브를 걸 수 있었다.

반면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의 상당수를 외부에 의존하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99% 이상은 한·중·일 3국이 차지한다. 자부심이 강한 유럽 브랜드들의 경우 이에 대한 불만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폭스바겐그룹은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국내 3사와 중국의 CATL 등과 납품계약을 체결하면서 노르웨이의 신생업체 노스볼트와도 계약을 맺었다. 동시에 노스볼트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를 설립했다.

당시 이를 두고 완성차·배터리 업계 안팎에서는 “유럽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도전”이란 평이 나왔다. 실익만 쫓았다면 한·중·일 3국 업체들 중 한 곳과 합작사를 설립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인 방안이었겠지만, 유럽의 배터리 제작사와 합작사를 설립함으로서 완성차 시장에서 패권을 유지해 온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란 분석이 많았다.

유럽이 전기차 패권을 유지하기 위함이란 성격이 크다면, 테슬라는 원가절감 차원이다. 전기차 판매량 1위 테슬라는 일본 파나소닉으로부터 독점적으로 배터리를 공급받아오다 올 초부터 한국의 LG화학, 중국의 CATL 등으로 공급선을 다변화 한 상태다. 판매량이 급증하는 추세에 발맞췄다. 배터리를 자체적으로 생산 가능해질 경우 실익률 개선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LG화학은 테슬라 공급선 다변화 정책의 수혜를 입은 업체 중 한 곳이다. 올 상반기 글로벌 배터리 점유율 1위를 유지할 수 있던 배경에도 테슬라의 판매호조가 자리했다. 그럼에도 업계는 테슬라의 배터리 자체 개발이 LG화학에 큰 타격이 가해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유럽 완성차들의 유사한 움직임도 현행 배터리 시장을 위협하기 힘들 것이라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LG화학 관계자는 “테슬라가 주요한 고객임엔 틀림없지만, 테슬라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절대적이라고 볼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서 “올 상반기 테슬라 효과를 톡톡히 봤지만, 주요 거래처는 여전히 유럽이며 장시간 공을 들여 온 북미 전기차 시장이 본격 성장하면서 실익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시장은 진입장벽이 낮아,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자본력만 있으면 누구나 진입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허나 한국과 일본 등 배터리업체들의 경우 소형배터리 시장 때부터 축적해 온 기술적 노하우가 집약돼 20년 넘게 중대형 배터리 개발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기술격차를 극복하기엔 쉽지 않을 것”이라 답했다.

한편 글로벌 배터리 수요는 오는 2023년 현재의 8배 이상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를 기점으로 배터리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상황도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배터리업체 관계자들은 오는 2025년부터 글로벌 배터리 시장이 반도체 시장을 역전할 것으로 점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