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공급대책] “그토록 기다린 50층인데”···강남 재건축 단지들 ‘시큰둥’
공공 참여 사업장 용적률 500%·층수 50층 허용 상향 용적률 절반 기부채납·기대수익 90% 환수 “혜택만큼 조건도 까다로워···좋은 입지 사업지 참여 꺼릴 것”
정부가 서울 민간 재건축 단지의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완화하고, 층수를 50층까지 허용하겠다고 나섰다. 수도권 주택 공급을 위해 도심 고밀도 개발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50층 건립을 희망했던 강남 한강변 재건축 단지들의 조합 반응은 시큰둥한 분위기다. 혜택을 받은 만큼 기부채납 규모가 늘어나는 등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역시 용적률·층수 완화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4일 정부는 공공 참여 시 도시 규제 완화를 통해 주택을 획기적으로 공급하는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서울주택도시공사 등 공공이 재건축에 시행사로 참여(소유자 3분의 2 동의)하고 규제를 대폭 완화해 주택을 기존 세대수 보다 2배 이상 공급한다는 게 핵심이다. 정부는 이 같은 방식으로 5년간 5만호 이상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을 도입하는 조합에 용적률을 300~500% 수준으로 완화시켜준다는 방침이다. 용적률 500%는 준주거지역이 대상이다. 층수도 50층까지 허용한다. 그동안 도시계획을 통해 아파트 층수를 35층까지로 제한했던 서울시는 용적률 인센티브 제도의 원활한 적용을 위해 이 같은 층수 제한 규제를 풀기로 했다. 그동안 50층 건립을 요구해 왔던 대치동 은마, 잠실주공 5단지 등 한강변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조합들이 활발하게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규제를 완화해주는 대신 증가 용적률의 50~70%를 기부채납으로 환수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예를 들어 기존 500가구에서 규제 완화로 1000가구까지 늘어났다면 늘어난 500가구 중 250가구를 공공 분양·임대 물량으로 내놔야 한다. 기부채납 받은 주택은 장기공공임대(50% 이상) 및 무주택, 신혼부부, 청년 등을 위한 공공분양(50% 이하)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또 정부는 용적률 증가에 따른 기대수익률 기준으로 90% 이상을 환수할 계획이다. 잠실주공5단지의 한 조합원은 “정부가 나름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고 해도 재건축을 통한 기대수익률이 10%밖에 되지 않는다면 조합으로선 쉽게 나서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역시 용적률·층수 완화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양지영 양지영 R&C 연구소 소장은 “이번 규제 완화 정책은 주택 공급량을 늘리는 데 있어서 충분히 메리트가 있다” 며 “하지만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사업이라는 점은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개발 이익의 대부분을 공공이 환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특히 좋은 입지의 강남권 사업지 같은 경우에는 조합원들의 참여도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뉴타운 해제지역에 대한 공공재개발 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는 주거환경 정비가 필요하지만, 정비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정비예정구역, 정비해제구역에서도 공공재개발이 가능하도록 허용한다. LH·SH가 참여하는 공공재개발을 통해 용적률 상향, 종상향(2종→3종주거)분상제 제외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다만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50%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하기로 해야 한다는 점은 변수다. 실제로 지난달 말 기준 SH에 따르면 오는 9월 공공재개발 시범사업지 공모를 앞두고 사업설명회를 요청한 재개발구역은 동작구 흑석2구역, 강북구 미아11구역 등 두 곳에 그친다. 양 소장은 “사업 지연 등으로 해제된 곳이 공급으로 이어진다면 강북 집값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지만, 조합원분을 제외한 물량의 절반을 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는 것은 역시 조합원들의 참여도를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번 규제 완화가 단기적으로 주택공급이 늘어나는 효과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정주환경(의료·주거·교육·안전·복지·문화·편의 등) 및 도시경쟁력의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도심 고밀도개발’이 갑작스레 ‘정책 목표’처럼 되어버린 현 상황이 우려스럽다”며 “인근 주거지역에 대한 일조권 침해나 교통 혼잡 등이 일어날 수 있는데, 즉 양적 증가가 질적 악화로 연결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불가피하게 고밀공급을 하더라도 좀 더 시간을 두고 이에 따른 부작용을 어떻게 해소할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