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포스코와 ‘흑자턱걸이’ 현대제철···“하반기가 더 문제”
남미 코로나 확산 및 호주-중국 경제분쟁···철광석 가격상승 리스크 곳곳 잔재 철강수요 점진적 회복세···車·조선 가격인상 미온적, 中·日 제품 시장교란 우려
주요 철강업체들이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문제는 하반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로 바닥을 쳤던 전방산업 수요가 서서히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만, 원가상승·제품가격인상 등의 개선이 쉽지 않아 보인다.
28일 현대제철은 2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앞서 현대제철은 지난해 4분기와 올 1분기 연속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2분기에는 14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로 전환했다. 매출규모가 4조1133억원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 상 ‘턱걸이’ 한 셈이다. 또한 129억원의 순손실을 나타내 전반적인 실적개선에는 다소 미흡하다는 평이 나온다.
앞서 잠정실적을 기록한 포스코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연결기준으로는 1677억원의 영업이익을 나타냈으나, 자체 개별실적만 놓고 보면 108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사상 처음으로 분기적자를 기록하게 됐다. 순이익 역시 66억원에 그쳤다. 연결기준 매출규모가 13조7261억원, 개별기준 매출액이 5조8848억원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아쉬운 성적표다.
유사한 성적을 나타낸 주요 철강사들의 공통된 문제점은 수익성에 있다. 철광석 등 주요 원자재의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자동차강판·조선용후판 등의 제품가격은 수년째 제자리걸음 중이다.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설상가상 올 상반기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이들 전방산업의 철강수요가 급감하면서 수익성이 급감했다.
각 업체들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자구책을 강구중이다. 업계에서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수익률 하락의 구조적 문제가 선제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의미다. 원자재 가격상승에 걸맞은 제품가격 인상이 수반돼야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 같은 이유로 하반기 실적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 않은 분위기다.
주요 고객사인 완성차업체들과 조선업계에서 제품가격 인상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특히 현대제철의 경우 핵심고객사인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 등이 그룹의 핵심계열사라는 점에서 더욱 고전한다. 과거 업황부진이 심화될 당시 대승적인 차원에서 철강업계가 제품가격을 동결했던 거래처 조선업계도 “아직은 아니다”며 버티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철강수요가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침체된 경기부양을 위해 중국이 대대적인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확대한다는 점 등이 고무적이다. 문제는 이 같은 중국의 수요폭증이 철광석 가격상승을 부추긴다는 점이다. 게다가 남미의 코로나19가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최근 가동을 재개했지만, 여전히 철광석 광산 가동중단 우려가 높은 상황이어서, 생산량 확대가 불확실하다.
국제정세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최근 중국과 호주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호주가 코로나19에 따른 펜데믹에 대한 책임이 중국에 있다고 힐난한 데 이어 중국은 호주 유학 자제령을 내리며 경제적 보복조치를 감행했다. 호주는 세계 최대 철광석 산지다. 생산량 감산조치 등을 통해 원가상승을 부추길 경우 중국뿐 아니라 국내 철강사들의 고충이 배가될 전망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주요 철강사들 대부분이 하반기 실적개선을 희망하지만 현실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면서 “여전히 풀어내야 할 구조적 문제들이 산적한 상태서, 중국산 철강제품들이 시장을 교란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쿄올림픽에 대비해 생산량을 늘렸던 일본 철강제품들이 상식 이하의 가격으로 국내 시장을 어지럽히는 실정”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어 그는 “각 철강사들이 수익성 회복을 위해 저수익 사업부문을 정리하고, 비철강사업을 확대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임과 더불어 가격교란을 막기 위한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면서 “특히 일부 조선사들이 값싸진 일본산 후판 매입 비중을 늘리고 있는데, 과거 철강업계가 행했던 배려를 기억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