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상승 배경된 달러 약세, 추세 지속 여부 ‘주목’

달러 인덱스 2년래 최저···통화완화 정책, 미 경기 부진 등이 원인 당분간 달러 약세 지속 전망 대세···미·중 갈등 심화, 통화정책 변화 등은 강세 요인

2020-07-28     송준영 기자

금값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배경에 달러 약세가 꼽히면서 달러 추이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달러에 추가적으로 투자를 해야 할 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 중 하나가 될 수 있는 까닭이다. 달러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지속적으로 약세 흐름을 보이면서 주요국 통화 대비 최근 2년 동안 가치가 가장 많이 떨어진 상태다.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 같은 약세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일부 반전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진단한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주요 6개국(유로·일본·영국·캐나다·스웨덴·스위스)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 기준 93.61을 기록했다. 이는 2년 전인 2018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달러인덱스 하락은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가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3월만 하더라도 이 같은 모습은 예상하기 쉽지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면서 안전자산인 달러에 수요가 높아졌고 달러 가치가 급등했던 까닭이다. 지난 3월 19일에는 달러인덱스가 3년 이래 최고치인 103.6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단적으로 달러 강세 흐름에 당시 일각에선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300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주요 6개국(유로·일본·영국·캐나다·스웨덴·스위스)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 기준 93.61을 기록했다. /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강도 높은 통화 완화적인 정책을 꺼내들면서 달러 강세가 약세로 반전되기 시작했다. 특히 연준은 올해 3월 3일(현지 시간)과 같은 달 15일 각각 0.5%포인트, 1%포인트 ‘빅컷’(Big Cut·큰 폭의 금리인하)에 나선데 이어 일부 부실채권까지 매입하는 전례없는 유동성 공급 정책에 나섰다. 0.00∼0.25%의 사실상 제로금리에 유동성이 시장에 공급되면서 달러 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중국의 경제 회복 속도 차이가 달러 약세를 심화시켰다. 하이투자증권이 27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경제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기 회복 흐름이 주춤해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반면 유럽과 중국 등 코로나19가 통제되고 있는 국가들의 경제 지표는 반등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가 회복되는 국가 대비 달러화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달러화 대비 유로화 환율은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 영향에 최근 금값이 천정부지로 솟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금은 전 거래일 대비 온스당 1.8%(33.50달러) 급등한 1931달러에 장을 마감했는데 이는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다. 증시가 급반등하는 등 위험자산이 선호되고 있는 상황에서 안전자산인 금값의 상승은 반비례 관계인 달러의 약세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다수 전문가들은 달러의 약세가 당분간 계속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달러 약세를 이끄는 요인들이 쉽게 해소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까닭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경기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통화 긴축적인 정책으로 전환하기 사실상 어렵다. 심지어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전날 백악관과 공화당이 약 1조달러 규모의 추가 부양책에 합의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달러 약세를 부추길 수 있는 요인으로 분류된다.

코로나19 확산이 잦아들더라도 달러 약세 추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의 완화를 달러의 강세 및 약세 요인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서도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경기 회복 속도가 빨라질 것이고 위험 자산 선호현상이 강화될 수 있어 달러 약세에 조금 더 무게를 둘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달러가 강세로 전환될 수 있는 요인들도 존재한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 심화로 달러자산 선호 현상이 짙어지거나 국제 원자재 투기 수요가 형성될 경우 결제 통화인 달러의 가치가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 종식으로 경기가 회복되고 통화 긴축 정책이 실행될 경우도 달러 강세 요인이다. 4차산업 혁명과 글로벌 경제를 움직이는 기업들이 여전히 미국에 다수 존재한다는 점도 달러 약세의 장기적인 추세를 막는 요소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