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 강남·서초서 3년째 수주 제로···‘좁아진 입지’

2017년 10월 1조 원 규모 한신4지구 이후 신규수주 없어 독보적 선호도 래미안의 귀환·경쟁사 프리미엄 브랜드 도입 틈바구니 끼어 강남권 늦깎이 등판 포스코건설에까지 100세대 남짓 소규모 사업권 내줘

2020-07-28     노경은 기자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서울 강남권에서 GS건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2000년대 중후반 반포자이와 청담자이 준공으로 래미안과 함께 브랜드 인지도가 쌍벽을 이룬 것과는 달리 최근 신규 정비사업 수주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못 내는 것이다. 올 상반기에는 반포에서 100세대 남짓한 규모의 소규모 아파트 사업권을 두고도 브랜드 인지도가 한참 떨어지는 건설사에게 밀렸다. 강남·서초서 수주한 건 2017년 10월 한신4지구가 마지막이다.

GS건설의 기세가 꺽이기 시작한 것은 2017년 하반기다. 당시 단군 이래 최대 정비사업장이라 불리는 반포주공1단지 사업권을 두고 현대건설과 경쟁을 벌였지만 실패했다. 현대건설은 디에이치라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앞세워 처음 사업권 쟁취에 나선 사업장이어서 업계의 기대감도 주목도도 컸지만, 강남권에서 여러 사업장의 시공을 마친 GS건설보다 리스크도 크다는 평가도 많았다.

그러나 디에이치의 프리미엄 시공 능력은 후에 준공한 디에이치 아너힐즈를 통해 높이 평가됐다. 이후 현대건설 뿐 아니라 대림산업 아크로, 대우건설 써밋, 롯데건설 르엘 등도 프리미엄 브랜드로 강남권에서 외연을 확장해 나갔다.

반면 GS건설은 다른 브랜드 도입 없이 일원화하며 상대적으로 강남권에서의 인지도가 낮아지는 모양새다. 지방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브랜드와는 다른 차별화를 요구하는 니즈에 부합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사이 삼성물산 래미안까지 시공권 확보 다툼에 가세했다. 실제 반포1단지3주구에는 입찰의향서까지 냈다가 본입찰에서는 슬그머니 발을 뺐다.

다음달 1조원 대 수주액 증가로 체면을 구길 위기는 면했지만 이 역시 이른바 서울 노른자 입지는 아니다. 사업장은 부산 문현1구역 재개발, 수안1구역 재건축으로 두곳 모두 GS건설만 입찰에 참여해 경쟁 없이 수의계약으로 맺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는 현재까지 서울 한남하이츠 재건축 사업 수주와 최근 인천 십정5구역 재개발에서 대림산업, 두산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권을 획득하는 것에 그쳤다.

강남권에서 공사를 진행 중인 사업장 조합 측과 마찰을 빚고 있다는 점도 브랜드 이미지 훼손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GS건설이 강남권에서 착공에 돌입한 사업장은 개포주공4단지가 유일하다. 현재 시공사가 조합에 제안한 사양은 전국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중저가 수준의 라인업이어서 조합이 건설사 측에 속도를 상향한 미쓰비씨 엘리베이터, 시공사와 관계사인 LG하우시스 대신 이건창호의 얇고 개방감을 주는 창호로의 변경, 음식물쓰레기 이송설비, 마감재 고급화 등의 변경을 요구하며 힘겨루기를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강남권은 입소문이 중요하다. 인근 사업장이 시공사 선정 후 분양성과 및 프리미엄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고 시공사를 선정하는 경향이 짙기 때문에 특정 건설사가 기존의 흥행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브랜드 선호도는 사업지가 줄어드는 환경 속에서 새로운 밸류에이션의 지표가 될 수 있다. 브랜드 인지도를 공고히 하며 시장을 선점한 건설사는 부동산 규제 강화 분위기 속에서도 수혜를 누릴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