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디스플레이, OLED로 ‘살길’ 찾지만
JDI·JOLED, 2022~2023년 OLED 양산 목표 후방 산업 경쟁력 이점…투자 자금 여력은 의문
일본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업계가 OLED로의 사업 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성공 여부에 대해 의구심이 제기된다. 국내 및 중국 패널 업계와 경쟁하기 위해선 대규모 설비 투자가 요구되지만 일본 패널 업계가 처한 자금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그나마 강점을 갖춘 후방 산업 생태계조차 백분 활용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20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JDI는 차세대 OLED 디스플레이에 대한 공동 투자 가능성에 대해 고객사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기쿠오카 미노루 JDI 최고경영책임자(CEO)는 “경쟁사가 사용하는 증착이 아닌 다른 제조 방식을 도입할 것”이라며 “양산 여부는 생산 수율 등에 달려 있으며, 이르면 2022년 일본이나 해외서 본격 양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수의 기업이 사업 참여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JDI의 주요 고객사인 애플이 LCD 채용 비중을 줄이면서 OLED 사업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서 “애플워치용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신뢰가 쌓인 후에야 스마트폰용 패널 사업까지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JDI는 지난해 애플워치5부터 애플에 소형 OLED 디스플레이를 공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사는 과거 애플의 아이폰용 LCD 주요 공급사였다. 애플은 15억달러(약1조8400만원)을 투입해 JDI 하쿠산 공장 설립을 지원했고, JDI는 디스플레이를 만들면서 대출금을 갚았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화웨이가 스마트폰에 OLED 디스플레이를 채용하면서 애플은 LCD 채용 비중을 줄여나갔다. 지난해 아이폰11 시리즈 중 LCD 모델은 단 한종에 불과했으며 이마저도 올해엔 없다. OLED로의 사업 전환에 늦은 JDI는 적자를 지속했다.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1년간 매출은 5040억2200만엔(5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8% 줄었고 6년가량 적자를 지속 중이다. JDI의 하쿠산 공장은 지난해 7월 가동을 멈췄고 공장 설비 일부 소유권은 애플과 샤프에 넘어갈 전망이다.
JDI에게 OLED로의 사업 전환은 불가피한 흐름이다. 그러나 국내 업계선 실제 사업 수익성과 직결되는 아이폰용 OLED 공급 진입은 보다 요원할 것으로 전망한다. JDI는 스마트폰용 패널 양산에 최적화됐다고 평가받는 6~7세대 생산 설비가 부족하다. JDI가 애플워치용 디스플레이를 양산하는 모바라 공장은 LCD 생산에 주력하는 공장으로, 일부 라인 전환을 진행했으나 OLED 생산능력은 6세대 기준 월 3000장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년간 지속된 적자로 대규모 설비 투자를 단행하기 위한 자금 여력도 충분하지 않다.
그나마 일본 업계의 강점인 후방 산업 경쟁력 역시 백분 활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디스플레이 패널 사업에선 뒤처졌지만 소재, 부품, 장비 등 영역에선 오랜 업력을 다진 업체들이 여전히 공급을 주도하고 있다. 중소형 패널 증착 공정의 핵심인 파인메탈마스트(FMM) 등이 대표적이다. 일본 패널 업계가 현지 소재기업과 협력할 경우 생산 이점이 크다. 그러나 대규모 설비 투자가 선행되지 않고서는 이 같은 효과마저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문대규 순천향대 교수는 “디스플레이 후방산업 경쟁력과 패널 제조사의 대량 양산 능력은 또 다른 문제”라면서 “생산능력이 크지 않은 데다가 디스플레이 양산 이력이 많지 않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 자금을 확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JOLED 역시 중국 CSOT 지원에 힘입어 대형 OLED 사업을 추진한다. JOLED는 CSOT와 함께 오는 2023년까지 대형 패널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양산에 돌입한다. 자금력이 부족한 JOLED와 기술력이 부족한 CSOT의 사업 목적이 맞물렸다. JOLED는 5.5세대 공장에서 20인치대 중형 크기 OLED 패널을 양산 중이다. 수익 사업인 TV나 스마트폰이 아닌 규모가 작은 시장인 의료용 기기 시장을 공략한다. 현재 국내 업계가 채택한 증착 방식이 아닌 잉크젯 프린팅 공정을 도입한 점이 특징이다.
그러나 JOLED가 대형 디스플레이를 양산하기까지는 3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시각도 제기된다. 양산 기술은 확보했으나 대형 디스플레이 양산 이력은 없다는 것이 약점이다. 증착 공정 대신 채택한 잉크젯 프린팅 기술 역시 TV 패널과 같은 대면적에선 아직 해결해야 할 기술적 난관이 많은 점도 문제다. 잉크젯 프린팅 공정은 효율 면에서 증착 대비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까진 수율이나 노즐 막힘 현상 등의 기술적 한계로 보급화에 더딘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업계가 기초 기술이나 후방 산업 연계 가능성에 대해선 강점이 있다”면서도 “아직까진 국내 패널 업계에 경쟁 요인으로 보긴 어려우며 오히려 BOE나 티안마 등 중국 업체에 비해서도 당장 위협적이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