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무죄’ 이해진 ‘무혐의’로 끝난 위장계열사 의혹, 하이트진로는?

박문덕 회장 인지 여부 등이 관건···과거 사례 대부분 경우 고의성 없던 것으로 정리돼

2020-07-20     엄민우 기자
(왼쪽부터)이해진 네이버 GIO, 김범수 카카오 의장,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 / 사진=연합뉴스, 하이트진로

공정거래위원회가 하이트진로의 위장계열사 의혹과 관련해 조사에 나섰다. 검찰 고발 여부는 고의성 및 박문덕 회장의 인지여부 등이 핵심 변수인데, 카카오나 네이버 사례를 보면 엄벌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20일 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하이트진로가 박문덕 회장 일가가 지분을 갖고 있는 계열사들을 9년 간 신고하지 않은 혐의에 대해 조사 중이다. 하이트진로는 2010년부터 총수일가가 소유한 회사를 매년 공정위에 신고해야 하는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됐는데 작년 들어서야 송정, 연암, 대우컴바인, 대우패키지, 대우화학 등 회사를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들은 박문덕 회장 친척들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해당 의혹은 조사결과에 따라 검찰 고발로 이어질 수 있는데, 핵심은 ‘고의성’이다. 즉, 신고 당시 일부러 총수일가 회사들을 신고하지 않았는지 아니면 착오에 의한 것인지 여부가 주요 변수다.

허나 지금까지 선례를 보면 하이트진로의 진로의 사례에 대해 적극 수사가 이뤄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부분 ‘실수’라는 이유로 처벌을 피했기 때문이다.

일단 가까운 시기 비슷한 혐의로 조사받았던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전례가 있다. 이해진 GIO는 친족회사 2015년, 2017년 및 2018년에 공시 대상 기업집단 등의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며 일부 계열사들을 누락해 신고했다. 특히 2015년엔 무려 20개를 누락했고, 심지어 이해진 GIO가 직접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 ‘지음’도 누락해 공정위가 검찰 고발 조치를 취했다. 총수가 직접 지분을 보유한 회사를 신고하지 않았다는 것은 실수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 있었다. 허나 검찰은 이해진 GIO를 무혐의 처분했다. 고의성이 없었다는 이유였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 역시 비슷한 의혹을 받았지만 처벌받지 않았다. 김 의장은 2016년 5곳의 공시를 누락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는데 올해 2월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았다. 김 의장이 고의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보기 힘들었다는 이유다. 김 의장은 공정위가 고발을 하지 않았으나 검찰이 직접 수사에 나선 케이스였다.

이처럼 계열사 누락신고의 경우 ‘실수’라고 주장하고 고의성이 드러나지 않는 경우 엄벌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신고를 누락하다 적발된 기업들은 모두 하나같이 실수를 주장한다”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 건과 관련해 그간 공정위의 처리 방식 및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하이트진로가 9년 간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고발 여부를 판단할 때 큰 변수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신고하지 않았던 기간이 길다고 고발조치를 하는 것은 아나라는 전언이다. 주요 변수는 고의성인데, 이 고의성을 판단하는데 있어 관련기업 친인척들이 총수와 얼마나 가깝냐 여부 역시 주요 고려사항이다. 총수와 촌수가 가깝다는 것은 그만큼 총수가 인지를 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는 신고 누락된 기업들이 박문덕 회장의 직계 가족 관련 회사가 아니며 고의성도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이번에 관련된 회사들은 총수의 직계존비속들과는 지분관계가 전혀 없었다”며 “고의적으로 해당 회사들을 신고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고 전했다.

한편 공정위는 하이트진로와 더불어 SK, 효성 등과 관련한 위장계열사 의혹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